지금까지의 흥보는 잊어라, 국립창극단 <흥보씨>
게시일
2018.08.02.
조회수
2010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지금까지의 흥보는 잊어라, 국립창극단 <흥보씨>


착하지만 찢어지게 가난했던 흥보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행운의 ‘대박’을 만나게 되는 국민 전통 이야기가 국립창극단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판소리 ‘흥보가’의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흥보와 놀보의 출생의 비밀이 더해지고 감각적이면서 세련된 현대적 음악 기술이 가미되어 어느 뮤지컬 공연 못지않은 그야말로 ‘대박’ 작품이 관객들을 찾아왔다. 착한 흥보라서 대박이 나고, 욕심이 많은 놀보라서 쪽박을 친다는 고전적 편견에 맞서, 그 이상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는 고선웅 연출가. 2017년 초연의 아쉬움을 덜어내고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돌아온 국립극단 시즌 공연 <흥보씨>는 7월 13일부터 7월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그 소리를 높인다.

 

 

아기 흥보를 안고 노래를 부르는 연생원

[▲ 아기 흥보를 안고 노래를 부르는 연생원ⓒ국립극단]

 

흥보와 놀보 

[▲ 흥보와 놀보ⓒ국립극단]


<흥보씨>의 이야기는 배다른 형제로 태어난 흥보와 놀보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시작한다. 흥보의 부모인 연생원과 황씨는 자식을 놓지 못해 애를 태우다 연생원이 다리 밑에서 주워온 자식이 흥보이고, 연생원 몰래 외간남자와 정을 나누어 태어난 아이가 놀보다. 연생원이 생을 다하고 자식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게 되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놀보는 이를 빌미로 흥보를 내쫓으려 한다. 이를 모르고 아버지의 3년 상을 치르고 돌아오던 흥보는 형님 놀보의 은덕을 내세워 자식을 얻지 못해 목숨을 끊으려던 가여운 여인을 아내로, 산속을 떠돌던 거지 떼를 모두 자식으로 삼는다.

 

 

산 속에서 만난 여인과 거지 떼를 가족으로 품어준 흥보

[▲ 산 속에서 만난 여인과 거지 떼를 가족으로 품어준 흥보ⓒ국립극단]

 

집으로 돌아가는 흥보네 

[▲ 집으로 돌아가는 흥보네ⓒ국립극단]

 

아버지의 3년 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흥보를 매몰차게 내쫓는 놀보 

[▲ 아버지의 3년 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흥보를 매몰차게 내쫓는 놀보ⓒ국립극단]


‘텅텅 비워야 비로소 얻게 된다.’


내가 알던 형님 놀보가 진정 눈 앞의 놀보던가. 거지 떼를 꼬리처럼 달고 온 흥보와 그의 자식들을 마구간으로 쫓아내 삯도 주지 않고 노동을 강요한다. 뱃가죽이 등에 붙도록 먹지도 못하고 일만 하던 흥보네는 참지 못하고 놀보에게 시정을 요구했으나 뺨만 맞고 산속으로 내쫓기게 된다. 흥보 가족이 유랑 걸식을 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던 중 각박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준 것은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가 아닌 기괴한 ‘외계인’이다. ‘텅텅 비워야 비로소 얻게 된다.’는 메시지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외계인의 가르침으로 흥보는 ‘비움’의 수양을 시작한다. 흥보의 올곧은 성품은 천리를 함께 하나 놀보의 못된 심보는 천리 밖에서도 기승을 부린다. 수양 중인 흥보를 찾아와 자신의 죄를 대신해 곤장을 맞아달라 부탁을 하게 되는데. 유랑 중에도 굶는 자식보다 형님 놀보 걱정이 앞섰던 흥보는 과연 곤장을 대신 맞았을까? 고구마 100개를 삼킨 듯 착해빠진 흥보를 향한 관객의 탄식은 이때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편단심(?) 흥보의 행방이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명동예술극장을 찾아가 보시라.

 

 

보리수나무 아래서 나타난 외계인

[▲ 보리수나무 아래서 나타난 외계인 ⓒ국립극단]

 

외계인이 준 박 씨앗을 심어 박을 얻은 흥보 

[▲ 외계인이 준 박 씨앗을 심어 박을 얻은 흥보 ⓒ국립극단]

 

작은 박일지라도 기뻐하며 나누어 먹는 흥보네 

[▲ 작은 박일지라도 기뻐하며 나누어 먹는 흥보네ⓒ국립극단]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열연


<흥보씨>는 원작 ‘흥보가’와 마찬가지로 해학성과 환상성이 강한 작품이다. ‘만화’를 보는 듯한 해학성은 기다렸다는 듯 숨겨둔 끼를 발산해내는 국립창극단 배우들의 연기로 완벽해진다. 이번 재공연에도 상당수의 배우들이 초연 때의 역을 맡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한층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다. 못됐지만 밉지 않은 놀보 역의 최호성, 등장마다 존재감을 감추지 않는 황씨 김차경, 찰떡궁합 거지 떼 남매들 등 ‘창극’은 뻔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단박에 깨준 배우들의 열연은 혼자 보기가 아까운 정도다. 특히 뛰어난 외모와 끼를 발산하는 흥보 역의 김준수는 실제 팬클럽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아이돌급’ 인기가 있으나 <흥보씨>의 흥보 역이 그가 아니라면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안정적이고 호소력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창극이란 무엇인가’ 끈질기게 자문하는 국립창극단


이렇게 뛰어난 배우들이 소속된 국립창극단은 1962년 창단 이래 한국 고유의 판소리를 바탕으로 ‘창극’을 선보이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 국립극장의 전속 예술단체다. 창단 이후 판소리 다섯 편(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을 바탕으로 전통적 스타일의 창극 무대를 온전히 따라왔다. 그러나 2012년 김성녀 예술감독이 취임한 후 서사극이나 근대희곡을 소재로 한 창극을 만드는 등 이전에 다루지 않았던 다양한 소재들을 국대외 저명 연출가 중심으로 창극화하면서 어느 때보다 새로우며 두터운 팬층을 형성해가고 있다. 국립창극단은 <흥보씨>가 그러하듯 현대의 다양한 관객과 소통 하는 일에 매진하고, 세계 속에서 우리 창극의 위상을 높이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강남에서 유명한 ‘강남 제비’

[▲ 강남에서 유명한 ‘강남 제비’ⓒ국립극단]

 

진짜 흥보와 놀보를 가려내기 위해 진실 공방을 벌이는 법정 

[▲ 진짜 흥보와 놀보를 가려내기 위해 진실 공방을 벌이는 법정ⓒ국립극단]


영화 <라라랜드>를 보면 미국 흑인 음악의 정수인 재즈의 현대화를 눈 뜨고 지켜보지 못하는 주인공의 고뇌가 드러난다. 창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의 고뇌는 어땠을까. 정통한 방식을 고수하던 과거와 달리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받아들이고, 그 어느 때보다도 창극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는 국립창극단의 노력은 ‘어린이 흥보전’조차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던 이의 심금을 울리기 충분할 것이다. 기회만 된다면 두 번씩은 꼭 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창극에 대한 편견을 가진 관객이 있다면 지금 당장 <흥보씨>를 만나러 오시라. ‘뻔한’ 편견이 곧 한치의 늘어짐도 허락하지 않는 ‘뻔뻔한’ 무대와 연기를 통해 ‘박 터질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정수림 기자 idjsl5780@naver.com 대전대학교 산업·광고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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