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유리상자 아트스타Ⅲ 김선경 [無와 有의 경계에서]](/attachFiles/cultureInfoCourt/monthServ/1758089663575.jpg)
유리상자 아트스타Ⅲ 김선경 [無와 有의 경계에서]
- 분야
- 전시
- 기간
- 2025.09.12.~2025.12.14.
- 시간
- 10:00 ~ 19:00 ※월요일 전시 없음
- 장소
- 대구 | 봉산문화회관
- 요금
- 무료
- 문의
- 053-422-6280, 홈페이지(www.bongsanart.org), 페이스북(bongsanart), 인스타그램(bongsanart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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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2008년부터 이어져 온 봉산문화회관 기획 전시 「유리상자-아트스타」는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공모 선정 작가전입니다. 이 전시는 사면이 유리로 이루어진 전시공간 ‘유리상자(Art Space)’에서 진행되며, 일반적인 미술관의 폐쇄적인 화이트 큐브와 달리 외부에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열린 구조로 관람객들이 쉽게 예술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생활 속 예술 공간입니다.
봉산문화회관은 이 특별한 전시 공간을 통해 작가들에게 자유롭고 실험적인 표현의 장을 제공하고,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참신한 작품이 지속적으로 소개될 수 있도록 지역에 제한 없이 창의적이고 역량 있는 예술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2025년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세 번째 전시, 유리상자-아트스타Ⅲ에서는 김선경 작가의 <無와 有의 경계에서>를 선보입니다. 작가는 투명한 대형 종이배와 실이라는 재료를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유리상자 안에 시각적으로 풀어냅니다.
작가는 유년 시절, 종이배를 접어 강물에 띄우며 놀던 추억에서 생(生)의 시작을 느꼈고, 배가 멀어지다 물에 젖어 가라앉는 모습을 보며 죽음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때의 기억은 작가의 내면에 자리했고, 종이배는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생(生)과 사(死)를 사유하는 중심적 이미지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처럼 종이배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자아, 미래를 향한 나아감을 동시에 담아내는 상징으로 작가에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전시는 죽음의 강을 건너는 배의 형상에서 출발합니다. 전시장 하단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검은 실은, 그리스 신화 속 망각의 강인 레테를 연상시킵니다. 영혼들이 이 강을 건너며 생전의 기억을 잊는다는 신화처럼, 이 검은 실은 지상과 지하, 존재와 소멸의 경계를 의미합니다. 그 위로 흘러가는 투명한 종이배의 후미에 엮인 붉은 실은 여전히 삶과 연결된 생명의 연속성과 인연을 상징합니다.
전시장 안을 부유하는 투명한 종이배는 시간과 빛에 따라 변모합니다. 낮에는 유리를 통과한 자연광을 받아 더욱 반짝이고, 밤에는 반사되는 빛에 의해 어둠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 반짝임은 시작과 끝의 경계를 지나는 모든 생명에게 보내는 찬사이자 응원이며, 끝맺음을 향한 여정이 찬란하고 아름다울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김선경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삶과 죽음, 존재와 소멸, 기억과 망각, 유(有)와 무(無)처럼 극단에 있는 개념들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마치 등을 맞대고 있는 듯 가까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그 끝에 또 다른 시작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종이배를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 속 경계와 마주하고, 그 위에 겹쳐지는 감정과 기억, 삶의 잔상들을 잠시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 김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