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 게시일
- 2010.07.21.
- 조회수
- 5644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02-3704-9048)
- 담당자
- 조수빈
7월의 무더운 여름, 경복궁 유화문 앞의 그늘진 터 아래서 우리나라 문화관광을 사랑하는 한 사람을 만났다. 한 손에 부채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손수건을 든 채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 그의 모습에서는 문화관광해설사의 느낌이 풍겼다. 나는 그가 일주일 전에 전화로 미리 취재 약속을 잡아 놓은 ‘내 손님’임을 확신했다. “곽정환 문화관광해설사님 맞으시죠?” 그와 함께하는 문화관광여행은 시작되었다.
곽정환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한 경복궁 투어
- 문화관광해설사.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어렴풋이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해 해설하는 일이겠구나’라는 짐작은 했었는데요, 그래도 어떤 일을 하시는지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문화관광해설사는 가이드와 다릅니다. 가이드는 단순히 길안내와 간단한 설명정도로 그치지만, 문화관광해설사는 역사적 사실과 문화적 지식을 총동원해서 관광객에게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해 설명해주지요.
문화관광해설사라는 일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그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자원봉사자라고 하셨는데, 언제부터 하신건가요? 문화관광해설사가 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원래 문화 분야와 관련된 부처에서 공무원으로 있었는데, 60세에 정년퇴직한 후에 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나이는 65세입니다. 원래부터 우리나라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제가 그와 관련된 공무원 생활을 하며 쌓아온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문화관광해설사로 자원봉사하게 되었습니다.
65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정하신 곽정환 문화관광해설사는 여느 젊은이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 문화관광해설사를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는 없나요? 보람찼던 일이나 힘들었던 일이나, 어떤 일이라도 좋습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한 번은 장애우들이 단체관광을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청계천을 안내하게 되어 있었는데, 대략 열댓 명 정도 되는 분들을 보조 없이 저 혼자서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청계천 시설이 많이 개선되어 휠체어가 내려갈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그 당시는 아직 휠체어 길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휠체어를 먼저 내린 후에 그분들을 한 명씩 업고 내려가서 휠체어에 앉히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이 나이에 그 작업을 혼자 감당하려니 무척 힘이 들었지만, 청계천을 보며 좋아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니 제 피로가 싹 달아나더군요. 그분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기뻐하며 청계천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더 보람을 느꼈지요. 정말 힘들었지만, 또한 정말 보람찼던 일이었습니다.
- 정말 좋은 일을 하시네요. 이렇게 유익한 문화관광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따로 신청을 해야 하는 건가요?
서울특별시청 홈페이지에 들어오셔서 신청하시면 무료로 해드립니다. 단, 신청은 관광을 원하는 날보다 며칠 전에 미리 하셔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신청이 들어오면 그때마다 나가서 하고 있지요. 따라서 정기적으로 날짜가 정해져 있지는 않고요. 그렇지만 평균 주 2회 정도는 기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ㅇ 문화관광해설사 신청방법: 서울특별시청 홈페이지→관광객→도보여행→커뮤니티
ㅇ 문의전화: 02-2171-2459
- 그렇다면 문화관광해설사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원봉사지만 필기시험과 면접을 봅니다. 문화관광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언어 별로 지원할 수 있는데요, 지원 분야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등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현재 중국어 지원가자 가장 적어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선발이 된 후에는 약 5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밟게 되는데요, 3개월 정도 교육을 받은 후에 나머지 2개월은 현장실습을 합니다. 이미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고 계신 분들을 따라다니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몸소 배우는 것이지요.
인터뷰를 마친 후에 나는 곽정환 문화관광해설사가 들려주는 경복궁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어릴 때 중국으로 이민 간 덕분에 경복궁에 처음 와보는 나는 경복궁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새로운 경험을 했다. 특히 경회루와 향원정의 정취와 고요함을 보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러나 내가 향원정의 향기에 젖어있을 때 그가 말했다.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이곳은 우리나라 역사의 아픔이 깃든 곳이지요. 민비가 일본 낭인자객들에게 시해된 후에 그 유골이 이 연못에 뿌려졌습니다. 마냥 아름다움만 지닌 곳이 아니란 뜻입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곳 경복궁으로 단체견학을 오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나라 문화재에 관심을 갖기보단 서양의 것을 더 선호합니다. 나는 그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런 분들이 올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향원정의 아름다운 모습 뒤에 숨겨진 우리역사를 보여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녀야 할 문화정신을 일깨워주고 싶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가 ‘요즘 젊은이들’의 마음을 지니진 않았는지 되돌아봤다.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소중히 해야 할 우리 문화재를 관심 밖에 두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곽정환 문화관광해설사처럼 우리나라 문화재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경복궁의 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닌가 하고...
문화관광해설사들은 그렇게 우리 문화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지식을 나누고 있었다. 특히나 은퇴 후에 오랜 시간 쌓아온 연륜과 역사의 이야기들을 후손들에게 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사회에도 한 개인에게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단순히 여행자들을 인도하는 '가이드'가 아닌 문화와 역사를 알려줄 수 있는 이들. 앞으로 문화와 역사가 있는 곳곳에서 활약할 이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을 듯 하다.
글,사진/이정화(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