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트 30년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 시간 이미지 장치>
게시일
2020.05.07.
조회수
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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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정수림

비디오 아트 30년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 시간 이미지 장치'>



2019년 10월 17일부터 2020년 2월 9일까지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현대미술관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백남준의 개인전이 열렸다. 백남준은 1963년 독일,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회:전자 텔레비전‘에서 텔레비전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며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가 되었다. 전 세계에 흩어진 그의 작품을 모아 개최한 이번 전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었는데, 수많은 언론과 비평가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비디오 아트란 무엇일까? ‘비디오 아트’란 텔레비전을 매체로 하는 영상 예술을 뜻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영상과 관계되기 때문에 영화를 비롯한 기타 영상 예술과 혼동하기 쉬운 장르다. 현대에 와서는 그 의미가 조금 더 넓어져 무빙 이미지를 통칭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비디오 아트는 서구의 비디오 아트와 동시대적으로 발전해왔으나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한국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조망하는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 시간 이미지 장치>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한국 비디오아트 포스터
[▲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 시간 이미지 장치>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 시간 이미지 장치>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비디오 아트 30여 년의 족적을 되짚어본다. 전시는 총 일곱 가지의 주제(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미술 / 탈 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 / 비디오 조각‧비디오 키네틱 / 신체‧퍼포먼스‧비디오 / 사회, 서사, 비디오 / 대중소비문화와 비디오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비디오)로 구성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네 개의 전시실에 설치된 130여 점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세대별 특성과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기자는 그중 가장 인상 깊게 관람한 두 가지 주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미술

 

김구림의 작품 걸레
[▲ 김구림의 <걸레> ⓒ이정은]

 

 김구림의 걸레

[▲ 김구림의 <걸레> ⓒ이정은]

  

첫 번째 주제인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미술‘에서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국내에 알려지기 전 한국 비디오 아트의 초기를 이끌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비디오의 시간성, 비물질성과 같은 특성을 활용해서 개념, 언어, 시간성, 행위, 과정 등을 탐구했다.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나로 국내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의 <걸레>가 있다. 영상은 테이블 위의 검은 얼룩을 닦는 걸레를 보여준다. 점점 더러워지며 결국 조각조각 흩어지는 걸레의 모습을 통해 개념, 시간성, 과정, 행위 등의 비물질성을 예술로 드러내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박현기 무제
[▲ 박현기의 <무제> ⓒ이정은]

한국 비디오 아트의 본격적인 전개를 이끈 박현기 작가의 초기 작품 중 하나인 <무제>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돌과 텔레비전을 함께 배치했는데, 텔레비전의 화면에서는 돌을 촬영한 영상이 재생된다. 가상성이라는 특성을 띠는 비디오의 돌과 실제의 돌이 나란히 자리한 모습을 보며 실재와 허구의 구별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지 스스로 의문을 던질 수 있었다.


비디오 조각/비디오 키네틱


문주의 시간의 바다
[▲ 문주의 <시간의 바다> ⓒ국립현대미술관]

세 번째 주제인 ‘비디오 조각/비디오 키네틱’은 다양한 비디오 조각/비디오 설치 작품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디오 조각이란 비디오와 조각이 결합되어 있는 형태로, 텔레비전을 매체로 하는 조각적인 작품을 뜻한다. 문주의 <시간의 바다>는 열 대의 모니터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각각의 모니터는 제주도와 동해 등 다양한 지역의 바다 영상을 보여준다. 제각기 다른 리듬으로 위아래로 움직이던 모니터들은 어느 순간 열 개의 바다가 수평선이 하나로 맞춰지며 멈춘다.

김영진의 작품
[▲ 김영진의 <액체-투명한 상실의 그림자> ⓒ국립현대미술관]


김영진의 <액체-투명한 상실의 그림자>는 프로젝터를 이용해 벽면에 영상을 투사한다. 커다란 물방울이 맺힌 영상을 보며 단순히 ‘기록된 것’이겠거니 추측하다가, 오른편의 물 펌프와 프로젝터 등 각종 기기를 보고 이것이 현장에서 생생하게 보이는 물의 흐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의 ‘무빙 이미지’는 과거가 아닌 실재의 현장을 가리키면서, 가변성이라는 비디오의 특성과도 연결된다.

기자는 본 전시를 조금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배명지 학예연구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 시간 이미지 장치> 전시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본 전시는 한국 비디오 아트의 30년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60년대에 비디오 아트가 시작된 서구와 비슷하게 한국에서도 70년대 초에 비디오 아트 장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그래서 약 20여 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한국 비디오 아트의 태동부터 본격적인 전개가 진행되는 90년대 후반까지의 역사적인 흐름과 전개 과정을 돌아보고자 했습니다.

특히 70~80년대는 한국 비디오 아트의 시작점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크게 주목받은 적도 없고 발굴되지 못한 작품도 많아서 이러한 공백과 같은 역사를 다시 조명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 중 하나였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각 관별로 기능이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요, 특별히 과천관에서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 시간 이미지 장치> 전시를 개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동시대 미술, 덕수궁관은 근대 미술, 청주관은 소장품 중심이라는 각각의 독특한 기능이 있습니다. 과천관은 다양한 분야의 미술을 전시하고, 동시대이긴 하지만 역사화할 수 있는 현대미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70~90년대의 역사를 다시 읽어내는 성격의 전시이므로 과천관의 특성과 잘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드러나는 한국 비디오 아트만의 독자성은 무엇인가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타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 작가들의 독특한 특성이 드러나는 작품들이 다수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작가 개인의 독자성, 혹은 동양적인 사유에 의한 독자성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 비디오 아트만의 독자성이라고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한국 비디오 아트의 독특한 특성이 시기별로 존재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김해민 작가는 비디오가 전자 신호에 의해 켜지는 과정에서 ‘접신’을 떠올려 무속적인 특징을 작품으로 구현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박현기 작가의 경우, 비디오의 가장 큰 특성인 가상성에서 출발해 실재와 허구,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이분법적 관계를 철학적으로 해석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90년대 말에는 해외에서 영상 언어를 배운 작가들이 싱글채널 비디오를 통해 무빙 이미지의 다양한 속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다수 전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90년대 말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국 대중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았는데요, 한국의 비디오 아트는 서구와는 반대로 대중문화에 저항하거나 그것을 비판하기보다는 오히려 수용하려는 맥락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점이 한국 비디오 아트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 전시의 여러 작품 중에서 특별히 소개하고픈 작품이 있다면 어떤 작품인가요?


故 박현기 선생님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박현기 선생님은 70년대부터 2000년에 작고하시기 전까지 작업하면서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에 중요한 영향을 줬습니다. 굉장히 오랜 기간을 비디오 아트에 매진해서 시기마다 다양한 특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한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중요한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박현기 작가 작품들을 꼭 감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현재 활동 중인 함양아, 함경아, 문경원, 전준호, 박화영 작가의 초기 작업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20년 전의 작업들도 한번 꼭 보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람객들에게 하고픈 한마디가 있다면?


본 전시는 총 네 개의 전시관으로 구성이 되어있고, 작품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요하는 전시입니다. 따라서 시간을 넉넉히 잡고 최소한 세 시간 정도 관람을 하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시장 가운데에 70년대부터 90년대 말까지 개최된 한국 비디오 아트의 주요 전시 아카이브도 있으니 참고하시면 전시 관람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시실
[▲ <한국 비디오 아트 7090:시간 이미지 장치> 전시실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첫인상은 다소 난해할 수 있지만, 시간을 들여 작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감상하다 보면, 시간의 예술인 비디오 아트의 독특한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 전시 정보

■ 전시기간 : 2019년 11월 28일(목) ~ 2020년 5월 31일(일)

■ 전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6전시실

■ 참여작가 : 김구림, 박현기, 곽덕준, 육근병, 이원곤, 김영진, 함양아, 김수자, 문경원, 전준호 등 60여 명

■ 출품작 : 비디오 영상, 영상 설치, 사진 등 130여 점

■ 관람료 : 2,000원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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