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되는 우리의 일상_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기획전시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
게시일
2019.04.05.
조회수
1530
담당부서
디지털소통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기획전시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

작품이 되는 우리의 일상


지구의 진정한 어머니별은 태양이 아니라 수십억 년 전에 우주 어딘가에서 수명을 다하고 사라진 초신성일 것이다. 그 초신성의 잔해(철보다 무거운 원소들)는 지구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성운에 골고루 뿌려졌을 것이다. 즉, 인간의 몸은 수십억 년 전에 사라진 별의 잔해로부터 만들어졌으므로 우리 모두는 ‘별의 후손’인 셈이다. (미치오 카쿠, <평행 우주>, 박병철 역, 김영사 중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박새봄]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 /> 입구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 입구 ⓒ박새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공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2018년 새롭게 청주관의 문을 열었다.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는 광활한 우주,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기획 전시다.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현대 미술에 일상성을 접목시키고, 그에 대한 장벽을 낮춘다는 것은 특별히 이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세대 />, 김상우, 2003, 캔버스에 유채, 190x70x(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세대>, 김상우, 2003, 캔버스에 유채, 190x70x(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새봄]


이번 전시를 아우르는 기획 의도는 바로 ‘별의 후손’인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인간은 모두 각자 다른 모습으로, 다양한 삶의 양식을 갖고 살아간다. 이렇듯 사람이 하나의 별이라면, 다채로운 모양을 한 행성들이 모여 사는 이 지구는 마치 소우주의 모습과도 같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을 제3자의 시선으로 볼 수 없기에, 내가 얼마나 고결한 존재인지 일상 속에서 깨닫기란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일상성’을 이야기하는 현대 미술의 의의는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의 작품들은 지나치기 쉬운 일상을 포착하고, 반복성에 주목하며, 그것을 하나의 작품으로서 승화시킨다. 개인의 일상에 객관성을 부여함으로써 그것을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하는 것, 내가 우주의 일부임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 이 전시가 관객에게 주는 의미다.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다름 아닌 관객 자신이다. 일상을 담은 작품을 보며 ‘나’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음미하는 것은 이번 전시를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따라서 기자는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작품을 바라보며, 어떤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는지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 단독의 시선이 아닌 관객의 시선으로, 이 전시를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관객 김학구 씨

[▲관객 김학구 씨 ⓒ박새봄]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양정욱 작가의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였습니다. 플라스틱 페트병, 나무 조각 등을 엮어서 느리게 작동하는 방식이 신기하더라고요. (김학구 씨)’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 />, 양정욱, 2013, 나무, 모터, 실, PVC, 330x250x25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 양정욱, 2013, 나무, 모터, 실, PVC, 330x250x25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새봄]


양정욱의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는 작가가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졸고 있는 경비원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고개를 떨구며 졸고 있는 경비원의 피로한 모습, 동시에 그가 꿈꾸고 있을 세상을 조각으로 형상화했다. 위아래가 좁아지는 원통형 형태의 구조물 속에는 수 십 개의 나무 조각과 플라스틱 페트병들이 실로 연결되어있고, 작은 모터로 구동된다. 작품의 중앙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빛은 얇은 천에 반사되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예스러운 감수성을 자극한다. 현대인의 일상 속에 스며있는 ‘피곤과 꿈’을 놓치지 않고 작가는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정상에 선 사나이 />, 고재욱, 2018,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15분, 작가소장

[▲<정상에 선 사나이>, 고재욱, 2018,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15분, 작가소장 ⓒ박새봄]

 

<정상에 선 사나이 />, 고재욱, 2018,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15분, 작가소장

[▲<정상에 선 사나이>, 고재욱, 2018,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15분, 작가소장 ⓒ박새봄]


‘저는 이곳 청주에서 오래 살았습니다. 대학교도 청주대학교를 나왔거든요. 그러니 고재욱의 <정상에 선 사나이>를 보면서는 감회가 참 새로웠습니다. 여기(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가 원래는 연초제조창이었어요. 예전에 1995년도만 하더라도, 여기 오면 담배 냄새가 아주 짙게 배어있었죠. 그런데 영상물로써 그 역사를 다시 만나게 되니 문득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공간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갔는지, 그리고 마침내 미술관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며 다시 한 번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저의 이야기가 깃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죠. (김학구 씨)’

고재욱의 <정상에 선 사나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의뢰로 제작된 영상작품으로서, 과거 연초제조창이었던 청주관의 역사를 조망하여 담고 있다. 연초제조창에 근무하셨던 분들이 회상하는 당시의 이야기와 그분들과 얽혀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록하여 편집한 영상이다. 이 작품을 통하여 작가는 청주 시민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연초제조창이라는 고유한 역사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가 단순한 예술 작품의 관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관객과의 ‘상호 작용’이 되고 있음을 여기서 또한 찾아볼 수가 있다.

 

관객 김영구 씨

[▲관객 김영구 씨 ⓒ박새봄]

 

<드림룸-배경 />, 원성원, 2004(2017), C-프린트, 100x16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드림룸-배경>, 원성원, 2004(2017), C-프린트, 100x16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에서 인상깊은 작품을 하나만 꼽기는 참 어렵군요. 여러 명이 떠오르는데, 원성원의 작품이 굉장히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어떤 기술을 사용해서든 이 세상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전부 다 보여주지요.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마찬가지예요. 원성원의 작품은 사진의 영역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것을 기분 좋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영구 씨)’


원성원은 친구와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건져올리고, 그것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여 시공의 경계가 사라진 상상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따라서 각 작품마다 실제 개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작가는 여러 지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소재를 촬영한 후에 그 결과물인 수 천 장의 사진을 컴퓨터로 이동시킨다. 섬세한 디지털 작업을 통하여 새로운 가상의 풍경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드림룸>은 작가의 첫 번째 사진 콜라주 연작으로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미지의 조합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에서의 콜라주란 인쇄된 사진을 오리고 조합하는 등의 특수기법을 뜻한다. 작가는 이러한 콜라주 기법을 이용하여, 현실에서 도피하기를 원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가상의 세계에서 실현시킨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작품의 일부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이 다른 사람의 꿈이라 할지라도, 작품 속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한 개인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울림을 준다. 나의 꿈을 상기해볼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갤럭시 />, 김을, 2003~2016, 종이에 드로잉, 각종 오브제, 가변 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갤럭시>, 김을, 2003~2016, 종이에 드로잉, 각종 오브제, 가변 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갤럭시>에서는 은하의 구조가 보여요. 내가 전공한 천문학을 이 그림에서 찾아볼 수도 있는 거죠. 단순히 그림의 배치를 잘 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은하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 가치를 느끼게 됩니다. 천문학이 미술 작품이 되고, 역사가 되고, 소설과 같은 이야기도 될 수 있음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에요. 결국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아름답지요. (김영구 씨)’


관객과의 인터뷰는 이 전시의 마지막 작품인 김을의 <갤럭시> 앞에서 이루어졌다. 김을은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그려온 1,200여점의 작품을 ‘별’처럼 한 데 모아 하나의 은하계를 만들었다. 작가의 크고 작은 순간들이 모여있는 이 작품 앞에서 관객들은 한 사람의 생,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느끼게 된다.


작은 은하계의 모양은 각 사람의 별들이 모인 지구일 수도 있지만, 보다 세밀하게는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사는 작은 순간의 별들이 모여 현재를 이루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시간의 은하를 형성해가는 것이 바로 나의 삶이기 때문이다.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동시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일상 속에서는 알아채기 어려웠던 나의 ‘살아 있음’을, 그 고유한 존재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행사개요>

○ 일정 : 2018. 12. 27. ~ 2019. 6. 16.

○ 시간 : 화요일 ~ 일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5층 기획전시실

○ 입장료 : 무료

○ 작품 수 : 23점

○ 주최 : 국립현대미술관

<문의 및 정보>

- 전화 : 043-261-1400

<찾아가는 길>

- 주소 : (28501)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내덕2동 201-1)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찾아가는 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찾아가는 길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4기 onewspringg@naver.com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 문화학과 박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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