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강렬한 색채를 덧입히다_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연극 <인형의 집>
게시일
2018.11.19.
조회수
2060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고전에 강렬한 색채를 덧입히다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연극 <인형의 집>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17년 국내에서 개막한 공연은 총 5,288편이다. 그중 연극은 1,155편이 개막하였으며, 27,343회에 걸쳐 배우들이 관객과 호흡했다. 시각을 국내에서 세계로 더 넓힌다면, 매년 얼마나 많은 연극들이 무대에 올려 지는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이렇게 치열한 공연계에서, 몇 십 년 아니 백 여 년 간 꾸준히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무대가 있다. 우리는 이를 ‘고전’이라고 부른다.


예술의전당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이해 11월 한 달 동안 SAC CUBE 2018시리즈 연극 두 편을 선보인다. 바로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과 희곡 작가 이강백의 <어둠상자>다. 특히 <인형의 집>은 예술의전당이 2005년부터 연극을 빛낸 위대한 고전의 재발견을 가치로 내건 ‘토월정통연극시리즈’의 일환으로, 러시아의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의 감각과 한국 배우들이 함께 꾸려나가는 작품이다.

 

 

연극 <인형의 집 /> 포스터

[▲연극 <인형의 집> 포스터 ⓒ예술의전당]


“노라는 남편 헬메르에게 사랑받는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다. 헬메르가 은행장으로 취임하게 되어 기쁜 노라에게는 사실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노라의 약점을 알고 있는 헬메르의 부하 직원인 크로그스타드는 해고 위기에 놓이자 복직을 위해 찾아 간다. 노라는 헬메르에게만은 비밀을 숨기려고 고군분투 하지만 진실은 곧 밝혀지고 만다. 크게 분노하는 헬메르를 보며 갈등하던 노라는 결국 자신은 '한 명의 인간'이 아닌 ‘인형’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한다.”

- 헨릭 입센, <인형의 집> 줄거리 -


춤을 통해 단조로움을 피하다

 

 

헬메르와 노라, 구두를 통해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린데

[▲헬메르와 노라, 구두를 통해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린데 ⓒ예술의전당]


무대 중앙에선 헬메르와 노라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그들 앞에선 하얀 원피스를 차려입은 린데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채 새빨간 구두를 들고 이리저리 몸짓한다.

 

 

거울을 이용해 춤을 추는 린데

[▲거울을 이용해 춤을 추는 린데 ⓒ예술의전당]


연극 <인형의 집>의 극적 공간은 ‘노라의 집’으로 한정된다. 150분이라는 시간 동안 이곳에서 모든 사건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러나 공연은 이러한 공간적 단조로움을 춤을 통해 극복한다.


성별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시각

 

 

노라(헬메르 배우)에게 윽박지르는 헬메르(노라 배우)

[▲노라(헬메르 배우)에게 윽박지르는 헬메르(노라 배우) ⓒ예술의전당]


연극 <인형의 집>은 주요장면에서 노라와 남편 헬메르 두 인물의 배우를 교차시켜 배우 이기돈은 노라, 배우 정운선은 헬메르를 연기한다. 특히 노라가 아버지의 명의를 위조해 돈을 빌렸다는 크로그스타드의 편지를 읽고 헬메르가 그녀에게 윽박지르며 분노하는 장면은 두 번 반복한다. 먼저 성별이 반전된 장면으로, 다음엔 원래의 성별로 말이다. 잔뜩 움츠린 채 대답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남배우와 다리를 벌리고 앉아 직설적으로 욕을 내뱉는 여배우. 과연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는 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원작을 물들인 유리 부투소프의 진한 색채

종을 울리며 독백하는 노라 

[▲종을 울리며 독백하는 노라 ⓒ예술의전당]


막이 오르고 하얀 원피스를 차려입은 채 종을 울리는 노라의 모습. 하얀 조명을 받으며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는 그녀의 대사는 객석의 공기를 차갑게 만든다. 여기까지는 어떤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연출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흘러나온 음악 소리는 얼어붙은 공기를 깨부수기 시작한다.

 

 

노라와 비슷한 모습을 한 배우들과 노라의 춤

[▲노라와 비슷한 모습을 한 배우들과 노라의 춤 ⓒ예술의전당]


영화 속 좀비들처럼 고통스러운 듯 부자연스러운 몸짓. 어두워진 무대 위 하얗게 빛나는 둥그런 조형을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며 빠르게 달리기 시작하는 배우들은 모두들 머리카락을 쥐어 잡고 있다. 마치 누군가에게 억지로 끌려가는 듯이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두워진 무대 위 중앙 조명만이 노라를 비춘다. 남편 헬메르의 배우 이기돈이 불안에 떠는 노라를 연기하는 장면에서, 노라의 친구 린데의 배우 우정원은 마치 거미가 기어가듯 노라(이기돈)의 어깨에서부터 시작해 온몸을 훑는다. 이를 보는 관객들의 등줄기엔 소름이 돋는다.


남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남편 몰래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해 크로그스타드의 돈을 빌린 노라는, 크로그스타드가 타인에게 빚지는 걸 혐오하는 남편 헬메르에게 이를 알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에게 으스스한 오한이 들게 한다. 불안을 넘어 극한의 공포로 치닫는 노라의 심리를 표현한 게 아닐까.


‘뻔하디 뻔한’ 고전을 유리 부투소프만의 색채로 완전히 물들여버린 예술의전당의 <인형의 집>은 신선하다. 아니, 오히려 신선함을 넘어 충격적이다.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 />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 ⓒ예술의전당]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는 러시아 최고의 공연예술상인 ‘황금 마스크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걸쳐 연출가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연극 <인형의 집> 프로그램 책자에 따르면 는 자신의 연극의 특징을 “일반적인 연극 구조와 달리 비일반적이며 특이한 텍스트 구성, 그리고 깊이 있는 문제제기를 하고자 하는 열망과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에 있다.”라고 설명하며 “나는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고 그것으로 연극 작업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이성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조화를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내 연극작업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헬메르, 랑크박사, 노라, 린데, 크로그스타드 배우

[▲헬메르, 랑크박사, 노라, 린데, 크로그스타드 배우 ⓒ예술의전당]

 

커튼콜 

[▲커튼콜 ⓒ김혜원]


과연 유리 부투소프가 연극 <인형의 집>을 통해 우리의 이성에 던지는 ‘질문’이란 무엇인가. 그 질문과 해답을 알고 싶다면 예술의전당을 찾아가보자.


<공연개요>

○ 공연제목: 연극 <인형의 집>

○ 공연기간: 11월 6일(화) ~ 25일(일) 

○ 공연시간: 화·수·목 저녁 7:45 / 금·토·일 오후 3:00 / 월 공연 없음

○ 공연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 연출: 유리 부투소프

○ 소요시간: 150분 (휴식 30분)

○ 관람료: R석 70,000원 / 노라(OP)석 55,000원 / S석 50,000원 / A석 30,000원

*‘낮공보고 노라’ 할인: 매주 금요일 낮 공연에 한해 전석 50퍼센트 특별할인 제공

○ 관람등급: 초등학생 이상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김혜원 기자 alpaca02@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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