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보이고, 모두에게 들리는 배리어프리 공연_보들극장 <아빠가 사라졌다!>
게시일
201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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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모두에게 보이고, 모두에게 들리는 배리어프리 공연_보들극장 <아빠가 사라졌다!>


지난 7월, 부천의 한 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는 한바탕 신나는 춤·노래 축제가 펼쳐졌다. 바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전문 문화 기획사 스튜디오뮤지컬이 진행하는 <아빠가 사라졌다!> 덕분이었다. 공연의 중간중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관객들은 흥겹게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관객석으로 내려온 배우와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아빠가 사라졌다!> 부천 공연

<아빠가 사라졌다!> 부천 공연 ⓒ 설선정


모두가 함께 즐긴 <아빠가 사라졌다!> 공연에는 조금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극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공연에 출연한 배우들은 무대의 한가운데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의자에 앉아 보다 풍부한 표정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다. 그리고 이야기가 흘러가는 동안,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이나 장면의 전환 및 이야기들은 해설자의 해설로 진행되는데 머릿속에 극의 장면이 펼쳐질 정도로 자세다. 하지만, 관객들의 상상이 방해받을 만큼 과할 정도는 아니다.

 

 

<아빠가 사라졌다> 공연 중 수화 안무

<아빠가 사라졌다> 공연 중 수화 안무 ⓒ스튜디오뮤지컬


평소 연극이나 뮤지컬을 상상할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극들의 방식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공연이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빠가 사라졌다!>가 스튜디오뮤지컬의 ‘보들극장’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보들극장’은 시각장애인들에게도 ‘보’이고, 청각장애인에게도 ‘들’리는 공연이라는 뜻으로, 스튜디오뮤지컬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불편함과 차별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공연이다. 보들극장의 공연은 장애인이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없도록 극의 대사와 장면을 구성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해설자가 이야기의 흐름을 해설해 주는 <아빠가 사라졌다!> 부천 공연처럼 말이다.


보들극장의 배리어프리는 ‘해설자의 해설’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스튜디오뮤지컬의 공연 관계자에 따르면, 보들극장은 공연장과 관객들의 상황에 따라, 수화 안무, 수화 통역 및 자막, 진동팔찌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관객들의 이해와 관람을 돕는다.


사전적으로 ‘장애물 없는’, ‘장애인 친화적인’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이는 누군가에게는 낯선 단어일 수도 있다. 사전적 의미 외에도 배리어프리는 ‘고령자가 장애인들이 맞닥뜨리는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라는 운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21세기 정치학대사전에 따르면) 배리어프리의 실현 방법에는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기존의 장벽을 제거해 나가는 소극적 방법과, 배리어프리의 철학을 바탕으로 장벽의 발생 자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적극적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소극적 방법의 일환으로 배리어프리 영화 정기 상영 배리어프리 영화제 등 차별 없는 문화 향유를 위한 사회적인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작품에 자막이나 해설을 더하는 방식이 용이한 영화 분야와 다르게, ‘현재성’을 가지고 있는 연극·뮤지컬 등은 배리어프리로 만들어지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국내 유일의 장애유형 별 맞춤 문화 기획사이자, 보들극장 외에도 장애인식 개선 교육, 네이버 오디오클립 ‘이곳은 들리는 공연장’ 등을 진행하는 스튜디오뮤지컬의 고은령 대표와 보들 극장, 그리고 배리어프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1. 현재 ‘보들극장’의 첫 시작은 시각장애인분들을 위한 ‘보이는 뮤지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와 더불어 청각장애인분들을 위한 ‘들리는 뮤지컬’까지, 지금의 보들극장이 만들어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 스튜디오뮤지컬에서는 창작자와 배우들에게 능력을 펼칠 기회가 될 수 있는 오디오 극 '자리주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청취자 중에 시각장애인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연 애호가 입장에서는 이 '자리주삼'이 부가 콘텐츠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우리가 대안 공연장이 되는 것이고, 그래서 꼭 필요한 존재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그리고 이 깨달음이 전환점이 되어,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을 만들어 보자.'하는 결심이 섰고, 그 후 배리어프리 공연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오디오극을 진행하다 보니 ‘현장감이 있는 공연장 공연도 보게 해줘.’하는 요청이 따랐습니다. 그래서 무대 공연 또한 기획하게 되었고요. 그리고 무대 공연을 하다 보니, 이를 필요로 하시는 많은 유형의 장애인 관객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통역사, 자막, 장면 해설, 진동팔찌, 키네틱 타이포그래피를 통한 영상디자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장애인 관객들의 관람을 도울 수 있는 지금의 보들극장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Q2. 공연이 진행되는 그 ‘현재’가 가장 중요한 연극·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배리어프리의 요소를 더한 공연을 만든다는 것이 다른 문화 장르보다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배리어프리 공연의 제작과정과 그 과정에서 늘 염두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영화 장르의 경우는 저장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해설과 자막 밖에 활용할 수 없지만, 공연 작품은 장애인 관객 배려의 일환으로 작품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해 해설을 추가합니다. 대사 사이에 해설을 넣는 것뿐만 아니라, 대사 자체도 수정하죠. ‘여기로 와주세요.’하면 관객분들은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장면에 대한 정보가 너무 결핍될 경우, 이에 대한 정보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또한 청각장애인 관객들을 위해 음악은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기획회의부터 ‘창작자와 협의해서 영상디자인을 만들까? 자막으로 처리할까?’하고 고민합니다. 이때, 자막도 지침이 있습니다. 사투리와 외국어 표기를 포함해 자막 크기, 모니터 크기부터 청각장애인 관객은 ‘어디’ 앉아야하는지 까지요.

 

공연을 기획·제작하면서 늘 염두하는 것은 ‘늘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이 대사가 괜찮을까’, ‘무대에 대한 정보는 어디까지 전해야할까?’ 등 끊임 없이 생각합니다. 작년에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별도로 설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부분이 좋았고, 답답했고, 보완되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부분들을 듣고 이번 공연에 대한 검증을, 그리고 다음 공연을 위한 준비를 한 것이죠.


Q3. 스튜디오뮤지컬, 그리고 대표님에게 ‘배리어프리’공연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가끔 ‘자식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공연이 필요하다고 하니 해보자.’하는 정도로 큰 고민 없이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만들고, 선보이는 지금은 심각성을 깨닫고 있죠. 장애인 관객들이 이러한 공연들을 얼마나 필요로 하고 있고, 얼마나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연 한 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문화, 여가 생활 향유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그래서 이왕 시작한 공연, 장애인 관객들의 공연 향유에 대한 것은 책임감을 가지고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겪고, 지적도 받고, 또 깨달음을 얻어가면서 배리어프리 공연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식’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고요.


Q4. 배리어프리 공연을 기획·제작하면서 장애인들의 문화 향유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표님이 가지고 계시는 ‘문화 복지’에 대한 생각과 사회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습니다.

 

먼저 장애인을 위한 공연을 만들고 공부하면서, 그들의 문화 복지를 위한 사회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조그마한 단체들의 노력으로 문화 복지를 이루어낼 수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제도 마련되거나 개선이 되어야, 단체들이 활동을 할 수 있고, 또 이들이 활동을 해야 장애인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니까요. 사실 몇몇 유사한 단체들과 함께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지속적으로 관련 부처를 만나 의견을 제출하고 있죠.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정부가 계획을 세우시지만 업무가 하달되는 가운데 사업이 사라지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에게 혜택이 돌아오는 것이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더불어, 공영방송에서는 제도적으로 배리어프리 해설 자막을 실시하고 또 이를 지키는 것처럼, 민간 사업체들에게는 강요할 수 없다지만, 정부가 진행하는 행사에서만큼은 다양한 배리어프리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8 신나는 예술여행 - 보들극장

2018 신나는 예술여행 - 보들극장 ⓒ설선정


스튜디오뮤지컬의 보들극장 <아빠가 사라졌다!>는 ‘2018 신나는 예술여행’ 순회처 매칭형 프로그램(아동시설, 청소년시설, 장애인시설, 노인시설, 일반시설, 특수계층시설) 중 장애인시설순회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전국을 돌며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가 필요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018 신나는 예술여행’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 공공기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복지프로그램으로, 문화기반이 부족한 곳에 문화예술 공연을 제공하여 더 많은 국민이, 더 많은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공연 <아빠가 사라졌다!>는 순회처 매칭형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아쉽게도 공연을 신청한 기관과 관련이 없다면 공연을 관극하기가 어렵다. 더불어, 고은령 대표는 ‘2018 신나는 예술여행’과 같은 프로그램이 없다면, 많은 장애인 관객들이 이러한 의미있는 공연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국고보조금이 없다면 공연을 진행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장애인 문화 복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진행되면, 사회적 단체들이 국고보조금으로부터 자립하여 상설공연을 올리거나, 보다 많은 장애인, 나아가 비장애인 관객을 아우르는 공연을 진행할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고은령 대표의 바람처럼) 장애인 문화 복지와 실질적인 문화 향유 기회 확대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인 움직임이 병행된다면, 우리는 곧 대극장에 올라올 배리어프리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어서 빨리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보다 많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설선정 기자 bloomingsj95@naver.com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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