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인가 진화론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게시일
2018.09.16.
조회수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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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창조론인가 진화론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시청자 여러분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아무도 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뜨거운 이슈를 토론으로 끌어들여서 이른바 공론회장으로서의 최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XBS, 신석기입니다.”


웅장한 뉴스 오프닝 음과 함께 낯설지 않은 사회자의 멘트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진다. 그렇다고 이곳이 방송 현장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놀랍게도 한 방송의 백분토론을 소재로 제작했다는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의 한 장면이다.

 

 

신인류의 백분토론 2018.7.20(금) - 8.19(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포스터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7월 20일부터 8월 19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종교인 패널과 무신론자 패널이 각각 창조론과 진화론으로 입장을 나누어 인류의 기원에 대해 100분 동안 열띤 토론을 펼치는 작품이다.


여타 작품과 차별화되는 토론 형식을 빌렸기 때문까? 연극의 새로운 시도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8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연극분야’에 선정되며 큰 수확을 얻었다. ‘공연예술 창작산실’은 연극·무용·음악·오페라·전통예술·창작뮤지컬 등 공연예술 분야 작품의 제작부터 유통까지의 단계별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우수 창작 공연 레퍼토리를 발굴하기 위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사업이다.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도 이 사업에 선정되어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았다.


생방송 스튜디오 같은 연극무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노희정]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기자가 직접 <신인류의 백분토론>을 찾았다. 공연장소인 소극장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지하 2층에 있으며, 티켓박스가 극장 바로 앞에 마련되어 있어 쉽게 발권이 가능하다.

   

소극장 입구 앞 매표소 

[▲ 소극장 입구 앞 매표소 ⓒ노희정]

들어서면 한눈에 보이는 극장의 형태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첫인상을 남길 만하다. 생방송 스튜디오 현장을 세밀하게 구현해 놓았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는 사회자를 중심으로 패널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서로 마주보고 착석하게끔 구도를 잡아놨을 뿐만 아니라 무대 중앙과 양 옆에 위치한 75인치 모니터 5대는 실시간으로 자료 화면과 패널들의 모습을 송출한다. 영상 시스템은 무대 소품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관객들이 생방송 스튜디오에 와 있는 현장감을 물씬 느낄 수 있도록 화면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강조하기도 한다.

    

무대 

[▲ 무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설치된 영상시스템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설치된 영상시스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객석의 배치 또한 ‘스튜디오 같은’ 현장감을 더한다. 일반적으로 연극에서 관객들의 역할은 ‘관람’에 한정되어 있지만, 생방송 토론 현장을 연출하는 극장 안에서는 관객들도 실제 토론장의 패널과 다름이 없다. 중앙 좌석을 제외하고 양 갈래로 나누어진 객석의 배치는 실제 토론 생방송처럼 관객들이 스스로 패널이 되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 패널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주장의 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 토론 중 틈틈이 관객들에게 질문을 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등 관객을 극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관객을 향해 이야기하는 패널 

[▲ 관객을 향해 이야기하는 패널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토론을 연극으로 끌어들이다.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을 꼽자면, 생방송의 토론 형식을 그대로 재현한 연극이라는 점이다. 배우들이 넓은 동선을 따라 연기하며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여타의 연극들과 달리, <신인류의 백분토론>의 배우들의 동선은 지정 좌석에만 고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배우들은 학술적인 토론의 특성 상 전문적인 용어가 가득한 방대한 양의 대사를 소화해내며, 이야기 중심적인 흐름보다는 말에서 말로 되받는 설전 속에서 극의 주제를 풀어나간다. 이 모든 것이 토론 연극만이 보여주는 특징이다.

 

 

토론하는 배우들

[▲ 토론하는 배우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토론하는 배우들 

[▲ 토론하는 배우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토론하는 배우들 

[▲ 토론하는 배우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인류의 기원은 창조론과 진화론 중 어느 쪽이 타당한가?”라는 다소 심오한 주제로 패널들이 실제 토론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설전을 벌이는 동안 관객들은 창조론자들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고, 진화론자들의 반박에 무릎을 치며 공감하기도 한다. 그만큼 배우들이 말하는 열띤 주장의 근거들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구체적이고 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새로운 관점들이다. 형식만 토론이지 연극이 학술적인 내용을 얼마나 담을 수 있겠느냐고 치부한다면 큰 오산인 것이다.

 

토론하는 배우들 

[▲ 토론하는 배우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실제로 ‘진화론과 창조론’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신인류의 백분토론> 제작진과 배우들은 철저한 자료 준비와 분석 과정을 통해 연극을 준비했다고 한다.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 과학, 종교분야의 방대한 지식들을 전문서적과 동영상 그리고 대학 강의 등을 참고하여 다 함께 공부했다고하니, 실제 생방송 토론의 수준을 보여 주고자하는 연극의 세심함도 놀라울뿐더러, 기대치 않았던 새로운 지식의 향연에 뇌가 즐거워진다.


신인류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이보그 등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패널들

[▲ 사이보그 등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패널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목이 ‘신’인류의 백분토론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100분 동안 토론을 주도하는 패널들이 우리와 동일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 인류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인류의 백분토론이라고 명명한 것은 작품의 반전과 큰 연관이 있다. 궁금증은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되, 중요한 것은 이 연극이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바는 토론의 주제인 ‘인류의 기원’이 아니라 바로 ‘인류의 미래’에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어디서 기원했는가, 과학과 종교는 선한가 악한가, 의견이 다른 패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가다가도 선과 악을 떠나 인류가 과학과 종교를 도구로 활용하면서 실수를 되풀이해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숙연히 동의를 한다.


그리고 그들은 ‘강한’ 인공지능시대, 즉 인간이 자신들과 구별되지 않는 인공지능을 신과 같은 위치에서 창조하게 될 미래가 온다면 인류가 어떻게 해야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결국 극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던 것이다. 현 인류인 우리에게 이러한 물음을 던지며 극은 마무리된다.


토론의 주제는 인류의 기원에서 미래로 넘어간다

[▲토론의 주제는 인류의 기원에서 미래로 넘어간다ⓒ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의식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의 토론은 변화하는 시대에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운 여름, 새롭고 뜻 깊은 체험을 만나고 싶다면 토론 연극 한편은 어떨까?

 

무대 바닥 설치된 극의 제목 

[▲ 무대 바닥 설치된 극의 제목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노희정 기자 happydayiov@naver.com 서울시립대학교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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