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을 위한, 단 한 켤레의 신발_국립민속박물관 전시 <세대를 넘어 - 수제화장인>
게시일
2018.08.22.
조회수
2327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단 한 사람을 위한, 단 한 켤레의 신발_국립민속박물관 전시 <세대를 넘어 - 수제화장인>


세계는 한때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대량생산’이란 목표 아래 가동됐다. 공장 인력들은 무한히 굴러가는 컨베이어벨트에 일렬로 늘어서서 똑같은 작업을 반복했고, 그 결과 수 천 개, 수 만 개의 ‘상품’이 똑같은 외양을 한 채 세상에 드러났다. 신발도 다를바 없다. 공장에서 대량생산 된 신발은, 장인들의 천 번의 망치질과 못질로 탄생하던 ‘수제화’를 밀어냈다. 장인의 노고 끝에 제각기 모습을 달리하던 ‘신발’. 이젠 공장에서 만들어져 전국의 매장으로 퍼지고 사람들의 발엔 똑같은 신발이 신겨져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 국립민속박물관은 ‘살아있는 교육’의 터전을 목표로 선조들부터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습을 조사·연구·수집하고, 이를 전시·보존하고 있다.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은 ‘근현대 직업인 생애사’ 조사사업의 성과물로 『수표교에서의 4대 80년, 송림수제화의 장인들』 조사 보고서를 2014년 12월 15일 발간했다. 여기에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변화와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직업인의 생애사와 생업활동 조사가 수록되어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6월 20일부터 10월 15일까지 기획전시실Ⅱ에서<세대를 넘어 - 수제화 장인> 특별전을 마련했다. 이젠 찾아보기 힘든 ‘수제화’. 그 ‘수제화’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세대를 넘어 수제화 장인특별전 Special Exhibition BEYOND GENERATIONS - HANDMADE SHOEMAKER 2018.6.20. - 10.15.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Ⅱ Special Exhibition Hall Ⅱ, National Folk Museum of Korea 국립민속박물관

[▲<세대를 넘어-수제화장인> 포스터 ⓒ국립민속박물관]


프롤로그. 땅과의 접촉


미로 같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건 바로 만화 영상이다. 비록 음성은 없지만, 우리는 이 영상을 통해 ‘신발’이 인간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동양에서는 하늘, 땅, 사람이 만물을 구성한다고 여겼다.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존재가 바로 사람인 것이다.  우리의 머리는 하늘을 이고, 발을 통해 땅을 디딘다. 이런 소중한 ‘인간의 발’을 감싸고 있는 것이 바로, ‘신발’이다. 그리고 산업화 이전까지, 인류의 대부분을 함께한 것은 바로 ‘수제화’였다.


1부. 구두 갖바치

 

 

구두 신은 고종황제 사진

[▲구두 신은 고종황제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북극해 횡단 등산화 

[▲북극해 횡단 등산화 ⓒ국립민속박물관]


‘갖바치’를 알고 있는가? 옛날에 가죽으로 신발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던 사람을 이르던 말이다. 구두는 구한말 일본어‘くつ’(구츠)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장인’이라 부르며 수백 년의 가업을 잇는 ‘소상공인’들이 많은 일본에서 조차, 대를 잇는 제화공 가문을 찾는 건 쉽지 않다. 1부에서는 1890년대 조선시대부터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수제화’까지 수 백 년에 걸친 수제화의 역사를 유물, 사진, 기록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2부. 백년의 가게

 

 

송림수제화 전단지

[▲송림수제화 전단지 ⓒ김혜원]

 

송림수제화 인터뷰 

[▲송림수제화 인터뷰 ⓒ김혜원]


1부에서 우리나라 수제화의 역사를 둘러보았다면, 2부 <백년의 가게>에서는 이번 전시의 근간이 된 송림수제화의 이야기를 엿본다.

송림수제화는 서울 중구 수표로에 터를 잡고 6·25전쟁 직후 영국군 군화를 개조해 한국 최초의 등산화를 만들면서 유명해졌다. 4대 83년의 역사와 더불어 평균 2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장인들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송림수제화다. 2부에서는 송림수제화의 간판과 광고지 등을 전시해놓았다. 특히 함께 전시해 둔 고객 감사편지는 단순히 ‘상품’의 기능을 넘어 장인과 고객의 마음을 잇는 수제화의 ‘매개체’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3부. 천 번의 손길

 

 

장인들의 시연

[▲장인들의 시연 ⓒ김혜원]

 

장인의 시연과 완성된 수제화 

[▲장인의 시연과 완성된 수제화 ⓒ김혜원]

 

<구두만드는 법>, <구두 고치는 법> 

[▲<구두만드는 법>, <구두 고치는 법> ⓒ국립민속박물관]


뚝딱 뚝딱. 실제 장인들이 분주히 수제화를 만들고 있다. 작업 책상에 놓여있는 각종 도구들과 가죽 조각들, 미싱 앞에서 집중하는 장인들의 모습은 이곳이 전시장인지 공방인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만든다. 3부에서는 장인들의 시연뿐 아니라 수제화의 제작도구와 과정별 구두의 형태, 그리고 완성된 수제화를 전시해 놓았다. 10월 14일까지 총 60회에 걸쳐 장인들의 시연을 볼 수 있는데, 매달 마지막 일요일(10월 14일 포함)에는 시연과 함께 <신발의 주인공을 찾습니다.>라는 행사가 예정돼 있다. <신발의 주인공을 찾습니다.>는 기존 제작된 수제화가 딱 맞는 사람을 찾고 수제화를 선물하는 행사다. 수제화를 대하는 장인들의 진중한 눈빛을 직접 마주하며 ‘장인정신’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에필로그. 행복한 신발

 

 

인터뷰 영상

[▲인터뷰 영상 ⓒ김혜원]

 

등산화 창 몰드 

[▲등산화 창 몰드 ⓒ국립민속박물관]


현재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받는 ‘수제화’, 그렇다면 그 미래는 무엇일까? 아무리 기술이 진보하고 공장이 가속화 되더라도, ‘장인정신’이 깃든 ‘수제화’ 본질 그 자체를 대체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에필로그에서는 수제화를 신어본 고객과 수제화 장인, 그리고 의사 등을 통해 수제화의 미래를 예상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발은 예로부터 ‘인체의 축소판’이라 불리며, 인간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다. 한 사람만을 위한 ‘딱 맞는’ 수제화를 만드는 장인은 이제 ‘치료사’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특히 송림수제화는 매달 장애인센터를 돌며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형 수제화를 만드는 등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목형

[▲목형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의 <세대를 넘어-수제화장인> 전시를 통해 우린, 수제화의 역사를 시작으로 장인의 정성, 그리고 장인과 손님의 마음의 교류를 엿볼 수 있다.

한 사람을 위한 수제화를 만드는 장인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남아있는 한, 장인들의 망치질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삶과 언제나 맞닿아있는 신발, 그러나 친숙하지 않은 수제화. <세대를 넘어-수제화장인>을 통해 한 번 쯤 수제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김혜원 기자 alpaca02@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 · 미디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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