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그리워한 시인들, 국립중앙도서관 <인문 열차, 삶을 달리다>
게시일
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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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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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고향을 그리워한 시인들, 국립중앙도서관 <인문 열차, 삶을 달리다>


국립중앙도서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코레일이 공동 주최하는 <인문 열차, 삶을 달리다>는 관광열차를 이용하여 우리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되거나 선현들의 자취가 깃들어 있는 현장을 인문학자와 함께 찾아가는 신선한 ‘책 읽기’ 프로그램이다.

국가의 모든 문헌을 수집, 정리, 보존하며 이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다양한 사회교육 공헌을 목적으로 개관한 국립중앙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으로 2015년부터 <인문 열차, 삶을 달리다> 사업을 시행해 왔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인문학을 대표하는 저명인사의 강연을 듣고 작품의 배경이 되거나 선현들의 자취가 깃든 현장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여행은 엄두도 못 내어 여백 없는 삶이 고민스러운 이가 있다면 과감하게 ‘인문 열차’에 몸을 실어볼 것을 권해본다.

 

 

국립중앙도서관 <인문 열차, 삶을 달리다>의 출발지인 서울역

[▲국립중앙도서관 <인문 열차, 삶을 달리다>의 출발지인 서울역ⓒ정수림]

 

옥천행 기차에 오르는 탐방 참가자들 

[▲옥천행 기차에 오르는 탐방 참가자들ⓒ정수림]


7월 14일에 열린 제5회 <인문 열차, 삶을 달리다>는 ‘고향을 그리워한 시인들’을 주제로 시인 정지용과 오장환의 고향인 충청북도 옥천으로 향했다. 아주대학교 국어국문과 문혜원 교수가 옥천행 기차에 ‘인문학자’ 자격으로 동행했다. 탐방을 앞둔 6월 26일에는 국립중앙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시인 정지용과 오장환의 삶과 대표적 시, 그리고 두 시인의 시적 세계관에 관한 문혜원 교수의 강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정지용 문학관’ 외관 

[▲‘정지용 문학관’ 외관ⓒ정수림]

 

정지용 시인 생가 

[▲정지용 시인 생가ⓒ정수림]

 

정지용 시인 생가 앞에서 안내원의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정지용 시인 생가 앞에서 안내원의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정수림]


아침 8시 10분에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2시간을 달려 옥천역에 도착했다. 첫 탐방지는 정지용 시인의 생가였다.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읍 하계리 출신의 정지용 시인은 한의사였던 부친을 두어 제법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물난리로 모든 재산을 잃고 가세가 기울게 되어 친척집이 있는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고, 1918년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게 되나 학비 조달이 어려워 몇 번의 퇴학 고비를 넘겨야 했다.

 

 

정지용 시인 생가 앞 정지용 시 벽화길

[▲정지용 시인 생가 앞 정지용 시 벽화길ⓒ정수림]

 

정지용 시인 생가 앞 정지용 시 벽화길 

[▲정지용 시인 생가 앞 정지용 시 벽화길ⓒ정수림]


1923년 정지용 시인은 일본 교토의 사립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돌아와 모교의 교사가 된다는 조건으로 휘문고등보통학교가 부담했다. 이때 쓰여진 시가 <향수>이고,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에서 ‘실개천’은 바로 생가 앞으로 흐르는 조그마한 하천을 말한다. 꿈에도 잊힐리 없었던 ‘실개천’ 앞에서 정지용이 그랬듯 고향의 의미를 떠올렸다. 더운 날씨에도 정지용의 <향수>을 통해 걷는 흥미로운 시간 여행에 모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정지용의 생가를 이곳 저곳 둘러보았다.

 

 

정지용 문학관에서 정지용 밀랍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는 참가자들

[▲정지용 문학관에서 정지용 밀랍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는 참가자들ⓒ정수림]

 

정지용 문학관 곳곳을 둘러보는 참가자들 

[▲정지용 문학관 곳곳을 둘러보는 참가자들ⓒ정수림]


정지용 생가를 둘러보며 문혜원 교수는 우리에게 ‘고향’은 어떤 정서를 불러일으키는지 물었다. 이번 탐방의 주제가 왜 ‘고향을 그리워한 시인들’인지 알 수 있었다. 비단 ‘고향’의 의미만 되새겨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행 내내 밝은 얼굴로 동행한 한 참가자는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여행하니 의미가 참 새롭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라며 감상에 젖은 얼굴로 답했다. 혹자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가슴 속의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고, 느낌표가 다시 물음표가 되는 일의 반복이다.’라고 했다. 느낌표가 다시 물음표가 되는 순간이었다.

 

 

오장환 생가 비석

[▲오장환 생가 비석ⓒ정수림]

 

오장환 생가 앞에서 문혜원 교수의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오장환 생가 앞에서 문혜원 교수의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정수림]

 

오장환 문학관을 둘러보는 참가자들 

[▲오장환 문학관을 둘러보는 참가자들ⓒ정수림]

 

오장환 생가 앞에서 단체 사진 촬영 

[▲오장환 생가 앞에서 단체 사진 촬영ⓒ정수림]


두 번째 탐방지는 정지용 시인에 이어 오장환 시인의 생가였다. 이곳에서는 문화해설사를 통한 특별한 강연이 진행되었다. 식후 나른해질 법도 하나 흥미로운 시간 여행 덕에 모두 물음표 가득한 눈을 밝혔다. 1918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오장환은 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정지용과 동문이자 사제 간으로 만난 뒤 자퇴하고 동경으로 전학 가 1940년 <고향 앞에서>를 발표한다. 고향을 주 소재로 한 오장환의 시들은 개인적 경험과 아울러 당대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강연 후 오장환 문학관 내 전시된 그의 다양한 시를 감상했다. 어디선가 감자 찌는 냄새가 나는가 했더니, 문화해설사는 가마솥에서 감자를 찌어 두꺼운 신문지에 돌돌 말아 손에 쥐어주셨다.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은 세대는 아니지만 ‘고향’에 돌아온 듯 정감이 느껴졌다. 오장환이 유학길에서 그토록 그리워한 고향의 모습은 이와 닮아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청남대 외관

[▲청남대 외관ⓒ정수림]

 

청남대 내부 전시를 둘러보는 사람들 

[▲청남대 내부 전시를 둘러보는 사람들ⓒ정수림]

 

청남대 내부 전시를 둘러보는 사람들 

[▲청남대 내부 전시를 둘러보는 사람들ⓒ정수림]


마지막 탐방지는 대통령의 별장과 산책로가 있는 ‘청남대’.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로 1980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 완공된 대통령 전용별장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를 보내는 곳이며 2003년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일반인에게 개방된 이후 관람객 1000만명 이상이 다녀간 곳이다. 내부 전시회를 둘러보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기는 이들도 있었다.

 

 

신탄진역에 들어서는 서울역행 열차

[▲신탄진역에 들어서는 서울역행 열차ⓒ정수림]

 

돌아가는 열차에서 받은 떡과 책자 

[▲돌아가는 열차에서 받은 떡과 책자ⓒ정수림]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는 삼행시 대회가 열렸다. 정지용과 오장환 두 시인 모두 고향을 그리워한 시인들이었기에 삼행시 주제는 고향과 향수를 결합한 ‘고·향·수’로 정했다. 더위에 노곤해진 몸을 떡으로 달래며 창작에 집중했다. 채택된 삼행시 중 한 참가자는 이름이 호명되자 마이크를 붙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제가 고향이 옥천인데요. 정지용 시인도 고향이 옥천이죠. 이를 알고 시를 접하니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겠더라구요. 더 말하면 왈칵 울 것 같은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제 고향을 여행을 할 수 있어 진심으로 즐거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함께 먹은 떡이 더 달게 느껴졌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고향을 달리던 ‘인문 열차’가 서울역에 도착했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딨어요?” 누군가 물었다. 이렇게라도 짬을 내어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인문 열차, 삶을 달리다>는 이렇게 책 읽기와 여행이 결합된 ‘체험적 독서’다.

먹고 살기 바빠 책 읽을 여유도 없는 것이 현실이나, 오늘만큼은 시 한 대목을 따라 고향을 떠올리다 눈물을 훔치고, 고향에 살던 그 날로의 시간 여행을 허락했다. 다가올 주말, 국립중앙도서관의 <인문 열차, 삶을 달리다>를 통한 책과 여행이 어우러진 인문학 ‘시간’ 여행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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