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총구를 겨누다_예술의전당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
게시일
2018.07.16.
조회수
2487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상처에 총구를 겨누다_예술의전당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


프랑스 파리에 간다면 꼭 들려야하는 명소가 있다. 바로 스트라빈스키 광장이다. 이 곳이 전 세계인의 발걸음을 끌어당기는 건 바로 프랑스 출신의 현대미술가 니키 드 생팔의 ‘조각분수’이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이 생기 넘치는 선, 이목을 사로잡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의 조각들은 도대체 ‘니키 드 생팔’이 어떤 예술가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공공기관인 예술의전당은 1982년 ‘종합문화센터 건립사업’의 일환으로 문화공보부에 의해 건립이 주도됐다. '문화예술의 창달과 진흥, 국민의 문화예술향유기회 확대'를 목표로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이했다.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초의 니키 드 생팔 미술관인 일본 ‘니키 미술관’의 관장이었던 요코 마즈다 시에의 소장품 127점을 소개하고 사진촬영을 전면 허용해 관람객들의 참여를 확대했다.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 포스터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 포스터 ⓒ예술의전당]


Ⅰ. 개인적 상처와 치유


1부 개인적 상처와 치유는 니키 드 생팔의 어린 시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니키는 '여성성'이란 틀에 갇혀 어린 시절을 보냈어야 했다. 심지어 11세에는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받았다. 첫 결혼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1953년 정신병원에 입원한 니키는 자신을 옭아매던 족쇄를 풀기 위해 석고화면에 총구를 겨누기 시작한다. 물감이 당긴 봉지, 깡통 등을 석고화면에 부착해 실제 총을 쏘아 완성시킨 <사격회화>는 자신의 상처에 대한 치유이자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었다. 탄흔 사이로 흐르는 검붉은 물감은 마치 곪아온 니키의 상처가 터져버린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응어리가 터진 자국은 아프기 보다는 오히려 시원해 보인다.

 

 

니키 드 생팔 作 <스웨덴 TV 프로그램을 위한 사격회화>, <대성당> 등

[▲니키 드 생팔 作 <스웨덴 TV 프로그램을 위한 사격회화>, <대성당> 등 ⓒ김혜원]


이후 니키는 ‘여성이기에 겪었던 억압’에 의문을 던지며 <나나>를 탄생시킨다. 니키가 생각하는 여성상인 <나나>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회에서 용인하는 비쩍 마르고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이 아닌, 자유롭고 풍만한 <나나>들이 전시장을 누빈다. <나나>들은 ‘어머니’, ‘아내’가 아니다. ‘하나뿐’인 존재다.

 

 

다양한 <나나>들

[▲다양한 <나나>들 ⓒ김혜원]


Ⅱ. 만남과 예술


2부 만남과 예술에선 니키의 예술 활동에 있어 최고의 조력가라 할 수 있는 연인 ‘장 팅겔리(Jean Tinguely)’와 니키미술관을 창립한 ‘요코 마즈다 시에’ 두 사람과 관련된 작품을 소개한다. 소중한 사람들과 나눈 다채로운 감정은 니키의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니키는 예술을 통해 감정을 교류하게 된다. 특히 요코와 나눈 수많은 그림 편지는 두 사람간의 대화를 몰래 엿듣는 듯 간지러운 착각을 일으킨다.

 

 

니키 드 생팔 作 <머리에 TV를 얹은 커플>니키 드 생팔 作 <머리에 TV를 얹은 커플>

[▲니키 드 생팔 作 <머리에 TV를 얹은 커플> ⓒ김혜원]

 

니키 드 생팔 作 <그림편지> 

[▲니키 드 생팔 作 <그림편지> ⓒ김혜원]


“친애하는 요코에게

10월에 당신을 만나는 것을 매우 기대하고 있어요.

아주 많은 안부를 담아 니키로부터”

-1985년 9월 1일-


Ⅲ. 대중을 위로하는 상징


니키의 작품은 독특하다. 니키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느낀 감정과 깨달음을 과감 없이 표현하기도하고 설화와 우화를 차용해 웃음을 유발한다. 대표적으로 니키의 말년 작품인 <해골>은 멕시코와 인접한 샌디에이고로 이사 후 라틴 아메리카 문화를 접한 뒤 깨닫게 된 ‘죽음’에 대한 인식을 표현한다. 삶과 죽음을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서구의 문명과 달리, 가까운 것으로 여기는 라틴 아메리카의 죽음관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유리에 빛이 반사 돼 반짝거리는 색유리조각과 쨍한 색감의 노랗고 파란 해골은 죽음이 그리 무섭지 않게,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는 듯하다.

 

 

니키 드 생팔 作 <해골>

[▲ 니키 드 생팔 作 <해골> ⓒ예술의전당]

 

3부 대중을 위로하는 상징 

[▲ 3부 대중을 위로하는 상징 ⓒ김혜원]


스페인 여행 중 구엘공원에서 영감을 받은 니키는 1970년대 후반부터 2002년 사망할 때까지 <타로공원> 작업에 몰두한다. 서양의 점술 도구인 타로카드에서 사용하는 22장의 대 아르카나 카드를 표현한 이 공원은, 신화와 전설들이 혼합돼 일상에서 벗어나 환상 속 공간을 재현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실제 타로공원의 영상을 재생해 두었는데, 전시회란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니키의 상상력을 광대하게 표현한 타로공원으로 언제든 달려가고 싶게 만든다.


니키 드 생팔 作 <타로 카드>  

[▲니키 드 생팔 作 <타로 카드> ⓒ김혜원]

 

니키 드 생팔 作 <큰 안락의자> 

[▲니키 드 생팔 作 <큰 안락의자> ⓒ김혜원]


예술의전당에서 마련한 니키 드 생팔전의 묘미는 3부에 걸쳐 니키의 내적 성장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이다. 상처를 숨기지 않고 끄집어내 정면에 맞선 1부,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한 극복을 그린 2부, 마지막으로 예술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게 된 3부에 이르기까지, 관람객들이 ‘니키 드 생팔’이란 예술가의 일대기를 ‘작품’을 통해 전달한다.


이번 전시는 니키 드 생팔의 첫 단독 서울 전시로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9월 25일까지 이어진다. 매서운 장맛비가 예술의전당으로 향하는 길을 쉽게 내주진 않겠지만 니키 드 생팔의 생기 넘치는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장맛비를 뚫고 온 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전시개요>

○ 전시제목: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

○ 전시기간: 6월 30일(토) ~ 9월 25일(화)

*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7.30/8.27/9.24)

○ 전시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 오후 7시)

○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김혜원 기자 alpaca02@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 · 미디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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