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알찬, 국립국악원 작은창극 ‘화용도 타령-타고남은 적벽’
게시일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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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작지만 알찬, 국립국악원 작은창극 ‘화용도 타령-타고남은 적벽’

 

 

작은창극5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 공식 포스터

작은창극5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 공식 포스터 ©국립국악원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적벽가, 작은 창극으로 피어나다!”

 

국립국악원의 ‘작은창극’ 시리즈가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을 끝으로 마지막을 알린다. ‘작은창극’은 2014년도부터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이는 안숙선 명창과 함께 오늘날 전해오는 판소리 다섯 바탕을 소재로 1900년대 초기 창극 형식을 탐구하며 만든 작품 시리즈다.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은 토끼타령(2014), 박타령(2015), 심청아(2016), 그네를 타는 춘향(2017)에 이어 오늘날 전해오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의 하나인 적벽가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전해진 판소리 마당 중에서 가장 웅장하고 화려하다고 이름난 판소리 적벽가는 ‘작은창극’을 통해 새로운 느낌으로 관객을 향한다.


함께 다 같이, 창극(唱劇)의 매력 속으로

 

 

작은창극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을 선보이는 국립국악원

작은창극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을 선보이는 국립국악원 ©이다선


국악이 다소 낯선 이들에게 판소리와 창극의 경계는 상당히 모호하다. 그렇기에 ‘작은창극’을 만나기 이전에 판소리와 창극의 차이점을 간략히 전하고자 한다. 으레 국악하면 창을 하는 국악인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판소리는 보편적 상상에 가장 부합하는 공연예술로 한 명의 소리꾼이 북 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소리를 하며 공연한다. 반면에 창극은 하나의 극으로 판소리보다 더 연극적이다. 무대 위에서 여러 가객들이 연기하며 판소리 조로 극을 이어나간다. 따라서 창극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연기와 판소리의 공존이라는 묘미를 지닌다.

 

안숙선 명창과 함께하는 ‘작은창극’시리즈 

안숙선 명창과 함께하는 ‘작은창극’시리즈 ©국립국악원


우리 전통극의 가치를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로 탐구하며 본연의 맛을 탐미하는 ‘작은창극’은 대형화, 서구화의 물결에 휩쓸려 변하고 있는 창극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려 한다. 1900년대 초기 창극 형식에 기초하여 마이크를 쓰지 않고 오로지 육성으로 전달하는 모습에서 작지만 알찬 무대를 지향하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공연을 선보이는 풍류사랑방의 무대 또한 창극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하다. 무대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마련된 좌식 의자는 국악과 어우러지는 관람 분위기를 제공한다. 또한 무대와 객석의 허물어진 경계만큼 출연진과 관객의 거리도 꽤 가깝다. 관객들은 소리에 맞추어 추임새를 넣으면서 함께 공연에 참여하고 출연진들과 교감을 한다.


여류 명창이 들려주는 적벽대전 이야기

 

오늘날 전해오는 판소리 중 ‘적벽가’는 ‘삼국지연의’를 원류로 하는데, 다섯 바탕 중에 가장 오래되고 확실한 뿌리가 있다. ‘작은창극’은 적벽가의 무대화를 통해서 판소리 발전 과정을 탐구하고 초기의 창극에 가깝게 재현한다. 다만 기존의 적벽가에 비교하여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은 사뭇 다른 지점이 있다.

 

 

초기 창극의 재현과 현대화 작업을 동시에 하는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

초기 창극의 재현과 현대화 작업을 동시에 하는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 ©국립국악원


일단 적벽가를 부르는 대상이 기존의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 판소리 중에서 웅장하고 화려하기로 소문난 적벽가이기에 주로 남성 소리꾼에 의해서 소리가 전개된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안숙선 명창이 도창(導唱)*작창(作唱)**을 맡아서 작품 전반의 소리를 이끌어간다. 남성 소리꾼이 아닌 여성 소리꾼이 적벽가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남성 소리꾼 위주의 힘 있고 박진감 넘치는 방식을 벗어남을 의미한다. 그 대신 여류 명창들의 소리를 통해서 전장에서 겪는 장수들의 불안한 심리와 그로 인해 드러나는 인간관계의 갈등을 세심하고 예리하게 풀어낸다. 

*도창: 노래를 바르게 이끌어가도록 인도하는 역할

**작창: 소리를 짜내는 과정으로 작곡과 편곡의 중간개념

 

 

신하들과 승리의 결의를 다지는 조조 패전을 맞아 설움에 겨워 탄식하는 조조

좌_신하들과 승리의 결의를 다지는 조조  / 우_패전을 맞아 설움에 겨워 탄식하는 조조 ©국립국악원


또한 성별과 관계없이, 오로지 소리가 주는 전달력에 집중한다. 안숙선 명창은 여류 소리꾼이 그려나가는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에 대해서 “성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소리뿐.”이라고 작품에 임하는 소감을 남겼다. 조조 역을 맡은 안숙선 명창과 함께 국립국악원의 대표 여류 소리꾼 유미리, 염경애 명창과 국립민속국악원의 김송, 정승희 명창은 관우와 조자룡, 장비 등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들을 맡아 여성의 소리에 의해 펼쳐지는 새로운 ‘화용도 타령’을 선보인다.


타고 남은 뒤, 남겨진 것들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은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이다. 삶이란 여행길은 잘 풀리는 때가 있는가 하면, 예기치 못한 전개로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작품은 도원(桃園)과 현실 세계를 오가며 펼쳐진다. 도원 속 도인들은 인간세계에 있는 조조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유한함과 그로 인한 어리석음을 한탄한다. 작품은 전쟁이란 치열한 전술과 전략이 오가는 상황을 통해서 피폐해진 인간의 심리를 그려낸다. 승리와 패배가 있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장 속 인물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은 조조를 중심으로 군신 간의 관계, 영웅들 간의 의리 등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한다.

 

 

적벽강 전투에서 패배를 맞는 조조

적벽강 전투에서 패배를 맞는 조조 ©국립국악원


특히 승리를 얻기 위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조조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하루하루 버티다 가까스로 이겨내는 현대인들의 삶과 그리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조조 밑에는 백만 군사가 있었고 그렇기에 더욱 이겨야 할 이유가 분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 또한 조조만큼이나 무거운 일상의 무게를 짊어지고 걸어 나간다. 돈, 미래 등등 다양한 것들에 저당 잡힌 채 말이다. 타고 남은 적벽을 보며 조조가 얻은 것은 후회와 아쉬움이다. 작품은 조조의 모습을 그리면서 인생은 덧없는 꿈에 불과하고 길어야 백 년 밖에 살 수 없는 유한의 여행길이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작품은 인간의 유한함과 삶의 덧없음을 우화적으로 알린다

작품은 인간의 유한함과 삶의 덧없음을 우화적으로 알린다. ©이다선


작품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무대 위에는 원조(怨鳥)타령-새 타령’이 울려 퍼진다. 공연의 백미에 해당하는 새 타령은 적벽강 패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조조의 백만 군사가 그를 원망하며 울음을 우는 장면이다. 원망의 울음소리가 새의 울음으로 대변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산천에 울려 퍼지는 원망과 비애의 소리를 통해서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끝까지 지켜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게 만든다.


지난 5년 간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국립국악원의 ‘작은창극’ 시리즈는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매해 매진 기록을 세우며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만큼 국립국악원은 향후 재공연과 ‘작은창극’ 레퍼토리 확장을 통해 계속해서 초기 창극의 가능성과 그 유효함을 계속해서 가늠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이다선기자 ssundasun@naver.com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세계문화예술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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