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공포 속에서, 손을 마주잡다. 국립극단 연극 <페스트>
게시일
20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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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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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극한의 공포 속에서, 손을 마주잡다.

국립극단 연극 <페스트>


알베르 카뮈. 프랑스령 알제리 몽도비에서 출생한 그는, 1957년 역대 최연소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쥐게 된다. 대표작 <이방인>과 마찬가지로, 고전 반열에 올라 꾸준히 회자되는 작품이 바로 <페스트>다.


“바람이 많이 부는 어느 섬, 의사 리유는 진찰실을 나서다가 피를 토하고 죽어있는 쥐 한 마리를 목격한다. 그 수는 급격히 늘어 며칠 만에 수만 마리의 죽은 쥐가 섬을 뒤덮는다. 사태는 점점 심각해져 사람들도 비슷한 증세의 열병을 앓으며 죽어가고, 지사의 명령으로 시민들은 섬에 고립되는데... - 연극 <페스트> 줄거리 - ”

 

 

국립극단 연극 <페스트> 포스터

[▲국립극단 연극 <페스트> 포스터 ⓒ국립극단]


부조리를 상징하는 전염병 페스트와 이를 극복하려는 실존하는 인간의 투쟁.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기관이자 연극예술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1950년도에 설립된 국립극단이 연출가 박근형과 손잡고 약 한 달간 알베르 카뮈의 명작 <페스트>를 연극으로 각색해 명동예술극장에 올린다.


명동예술극장은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과 함께 국립극단 소유의 연극 전용극장중 하나이다. 명동예술극장은 1936 ‘명치좌’라는 이름으로 일본영화 상영관으로 시작되었으나, 1961년 소유권이 국립극장으로 이전, 1975년 남산 국립극장 신축비용 충당을 위해 대한투자금융에 매각되기 전까지, 국립극단의 전용극장으로서 대한민국 공연예술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이후 2003년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명동 옛 국립극장 되찾기' 운동 차원에서 건물 매입을 결정했으며, 현재의 명동예술극장은 2004년 복원사업을 거쳐 2009년 6월 재개관 하였다.


# 관전 포인트 1 - ‘부조리’와 ‘인간 간의 연대’, 소설과 연극을 관통하다.


연극의 주제는 원작의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바로 부조리와 연대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인 전염병 페스트는 인간이 처하게 되는 부조리를 상징한다. 원작의 기폭제가 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라고 볼 수 있다. 페스트는 전쟁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페스트가 선포되고 작품 속 배경인 섬은 폐쇄된다. 아무도 섬을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다. 이러한 공간적 고립은 주민들에게 심리적 고립을 야기한다. 이렇게 시민들에게 예고도 없이 닥쳐온 부조리한 상황은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는, 도저히 이해 불가한 것이다.

 

페스트로 인한 사망자들과 시민 보건연대 

[▲페스트로 인한 사망자들과 시민 보건연대 ⓒ국립극단]


그렇다면 의사 리유, 파늘루, 랑베르, 타루, 코타르 등 극 중 인물들은 그들에게 닥친 부조리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행동 양상도 다양하다. 리유는 현장 속에서 사람들을 돌보며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한다. 신부 파늘루는 페스트와 죽음, 그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며 설교를 퍼붓는다. 취재를 하러 왔다가 섬에 갇히게 된 기자 랑베르는 불량배들에게 뒷돈을 주고 섬을 탈출하려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던 인물들은 시민 보건대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시작한다. 바로 인간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한 연대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알베르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부조리에 대한 저항은 바로 인간 간의 연대인 것이다.

 

# 관전 포인트 2 - 오랑, 섬이 되다.

 

 

연극 <페스트> 홍보사진

[▲연극 <페스트> 홍보사진 ⓒ국립극단]


극 중 시민들은 전염병이 들끓는 고립된 섬에서 벗어나려면 바다를 건너야한다. 원작 <페스트>의 배경이 되는 알제리의 해안도시 오랑은 원래 섬이 아니다. 그러나 연극 <페스트>는 극 중 배경을 섬으로 연출하여 페스트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상황을 심화시킨다. 아내를 섬 외부로 요양 보내야만 했던 리유, 원래 이곳 사람이 아닌 랑베르 등, 섬이라는 배경은 단절뿐만이 아니라 바다를 가로질러야만 사랑하는 이를 볼 수 있는 인물들의 그리움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 관전 포인트 3 - 페스트, 그리고 대한민국


앞서 말했듯, 극 중 배경은 섬이다. 그러나 연출가 박근형은 이에 분단이란 장치를 더했다. 섬은 장벽을 통해 둘로 나뉘어져 있다. 극의 주요 배경이 되는 섬의 ‘이곳’에선, ‘저곳’과 단절시켜주는 장벽을 기리는 기념일을 제정하고, 선조들이 쌓아올린 장벽에 경의를 표한다. 연극 <페스트> 속 랑베르는 각각 섬의 ‘이곳’과 ‘저곳’ 출신인 부모가 고향 이야기만 하면 심하게 다투었다고 말하는데, 이는 장벽으로 나뉜 ‘이곳’과 ‘저곳’ 섬사람들 간의 대립과 불통을 보여준다.

 

 

지사와 군인들

[▲지사와 군인들 ⓒ국립극단]


고립, 분단. 무엇인가 떠오르지 않는가?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연출가 박근형은 인물의 대사를 통해 ‘미세먼지’, ‘태극기 부대’ 등을 대한민국의 사회현실과 밀접한 요소들로 언급하고 있는데, 연극의 중요한 장치인 장벽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섬이지만, 양쪽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은 한반도에서 남과 북을 가르는 분단선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작 중 연출에 의해 부연되기도 한다.


막이 오르고 군인 두 명이 등장한다. 그들은 굳센 장벽을 점검하면서 장벽의 특정 구역을 지칭하는 듯 어떤 숫자를 외치는데 ‘1945’로 시작해, ‘1946’, ‘1947’로 점차 오르던 숫자는, 막이 전환되고 이젠 ‘2017’에서 시작해, ‘2016’, ‘2015’로 낮아진다. 1945년, 조국 해방의 양지 뒤엔, 동시에 분단이란 응달이 내려앉던 날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장벽 근처에서 군인들은 페스트에 감염된 여성과 갓난아기를 발견하고 총살한다. 섬을 총괄하는 지사는 이들이 장벽을 ‘넘으려던’ 것인지, 아니면 장벽을 ‘넘어온’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그들을 장벽을 넘어온 감염자들로 치부하고, 섬을 뒤덮은 페스트의 공포가 모두 장벽 너머에서 시작된 것이라 공표한다. 외부 적이 내부를 단결시키는 것이다.

 

 

연출가 박근형

[▲연출가 박근형 ⓒ국립극단]


연출가 박근형은 5월 20일 진행된 예술가와의 대화를 통해 “사회 속 구성요소로서 ‘나’ 자신을 반추했을 때, 우리나라가 지금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은 ‘분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생략…  페스트 속 장벽을 통해 현실을 장벽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주인공, 젊은 리유와 나이든 리유

[▲주인공, 젊은 리유와 나이든 리유 ⓒ국립극단]


국립극단의 연극 <페스트>는 원작과 비교해볼 때 배경이나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 등 여러 요소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주제를 관통하는 큰 줄기는 훼손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제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그렇기에 날카롭고 생각해볼 거리를 주저 없이 던진다. 알베르 카뮈가 원작을 통해 ‘부조리’와 ‘연대’란 일종의 사고의 ‘재료’를 제시했다면, 연출가 박근형은 ‘우리의 사회적 현실’이란 틀을 제공함으로서, ‘응용’을 유도한다.


페스트로 대변되는 ‘부조리’는 언제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닥쳐올지 모른다. 알베르 카뮈는 원작에서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도 있고, …후략….”라고 언급 했듯, 페스트 출연의 가능성을 언제든 열어놓고 있다.


우리에게 페스트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국립극단의 연극 <페스트>를 통해 실존에 대한 사색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공연개요>

○ 공연기간: 5. 18. ~ 6. 10.

○ 공연시간: 평일 저녁 7:30(화요일 쉼), 주말 및 현충일 오후 3:00

○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 소요시간 : 120분 (인터미션 없음)

○ 관람등급: 14세 이상 관람가(중학생 이상)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김혜원 기자 alpaca02@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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