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위 날개, 스케이트 날 이야기 <‘매시브 블레이드’ 양경선 대표 인터뷰>
게시일
2018.04.18.
조회수
2332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빙판 위 날개, 스케이트 날 이야기 <‘매시브 블레이드’ 양경선 대표 인터뷰>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참가한 동계올림픽과 49개국, 567명의 선수가 참가한 동계패럴림픽은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 올림픽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히 스켈레톤, 컬링, 스노보드, 아이스하키와 같은 비인기 종목에서 예상치 못한 메달은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특히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에 첫 메달을 안겨준 이탈리아와의 경기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1세대인 한민수 선수, 이용민 선수 등의 마지막 은퇴 무대라 더 뜻깊었다.

수많은 선수의 노력으로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성공적인 경기를 위해 선수들 못지않게 바쁘게 움직인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매시브 블레이드’ 양경선 대표다.

 

 

 ‘매시브 블레이드’ 사무실 모습

[▲ ‘매시브 블레이드’ 사무실 모습 ⓒ이성은 ]


‘매시브 블레이드’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의 스케이트 날뿐만 아니라 장애인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썰매를 맞춤 제작하는 회사다. 스케이트 날을 직접 제작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 4곳뿐이고, 아시아에는 ‘매시브 블레이드’가 유일하다. 양경선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경기장 밖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들을 수 있었다.

 

 

스케이트 날을 포장하는 모습

[▲ 스케이트 날을 포장하는 모습 ⓒ이성은]


Q. 동계종목이 비인기 종목인 한국에서 스케이트 날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제가 예전에 아이스하키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기는 신경 쓰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아이스하키 애호가로서 직접 경기를 뛰진 못하지만, 지금처럼 스케이트 날을 제작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어요.


Q. 스케이트 날을 제작하는 데에 있어서 아이스하키 아마추어 선수 생활 경험이 주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A.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하면서 느낀 불편함이나 아쉬운 점을 직접 제품에 적용해볼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선수들과 대화할 때도 문제와 바로 직결된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선수들과의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번뜩이는 영감을 얻고 직접 제품에 반영해보기도 해요.

 

 

스케이트 날을 제작하는 공간

[▲ 스케이트 날을 제작하는 공간 ⓒ이성은]


Q. 종목별로 어느 부분에 집중해서 날을 제작하시나요?

A. 스케이트 날은 도로 위 자동차 바퀴와 같은 역할을 해요. 아무리 비싼 차들도 바퀴가 없으면 앞으로 달릴 수가 없듯이 선수들에게 스케이트 날은 중요한 요소에요. 그래서 선수들이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각자의 특성과 요구사항에 맞게 날을 제작해요. 예를 들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트는 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스케이트 날을 얇게 만들어요. 반대로 아이스하키는 속도감보다는 안정감을 위해 스케이트 날을 2밀리미터 정도 더 두껍게 만들어요.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속도는 덜 나지만 얼음판 위에서 좀 더 안정감을 가질 수 있어요.


Q. 장애인아이스하키 썰매를 제작할 때에 특별히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A. 장애인 아이스하키 썰매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에요. 부상으로 인해 다리를 절단한 선수들은 균형을 맞추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요. 균형이 맞지 않으면 방향을 바꿀 때 문제가 돼요. 그래서 썰매를 선수의 몸에 맞게 중심축을 약간 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제작해요.


Q. 이번 평창 올림픽, 패럴림픽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첫 경기인 한일전이랑 체코와 했던 연장전에서 골을 넣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동메달 딴 것도 기억에 남네요.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냈을 때 저희가 제작한 썰매를 타고 있어서 더 기분도 좋고 감사해요.


Q. 기쁜 일도 많지만, 이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저희가 새싹기업이라 재정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많아요. 국내시장은 한계가 있어서 회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정부의 지원이나 후원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으로 힘들어요. 저희가 처음이라 잘 안 되거나 어려울 때 조언을 구할 곳이 없어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협력하는 공장에 가서 물어보거나, 아니면 계속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봐요. 근데 막상 문제를 풀고 나면 내가 이 문제 하나 해결하려고 일주일, 몇 달을 소비했었나 하고 속상하고 허탈하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같이 작은 스포츠용품회사들이 꿈을 잃지 않고 세계무대에서 바르게 성장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문체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Q. 본인의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는 것이 좋을까요?

A. 날팔이? 친구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스케이트 날로 먹고 산다고 ‘날팔이’라고 그러는데 저는 그게 마냥 싫지는 않아요. 다른 분들이 장인이라고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지만 한편으로 조금 부담스러워요. 저는 그저 본의 아니게 앞에 누가 없어서 앞장서고 있을 뿐이에요. 제가 이 시장을 개척했다거나, 전 세계에 없던 것을 만든 것도 아니고 외국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입장이라서 그냥 잘 먹고 잘 사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아직은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이게 정답인 것 같은데 며칠 지나면 또 정답이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지금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어요.”


‘매시브 블레이드’ 양경선 대표는 자신이 남들보다 특출나거나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자는 양경선 대표와의 대화를 통해 하나의 목표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메달의 유무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결과를 통해 그 사람의 시간을 평가한다. 패럴림픽 선수, 비인기종목 선수, 경기장 밖 자원봉사자들은 우리가 쉽게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시간은 끊임없는 도전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가득 차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은 끝났다. 하지만 이 끝은 앞으로의 4년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의 관심과 응원 한마디가 4년 후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이성은 기자 leese0219@naver.com 경희대학교 스포츠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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