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다_국립현대미술관 <이정진: 에코-바람으로부터>
게시일
2018.03.26.
조회수
5409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존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다

국립현대미술관 <이정진: 에코-바람으로부터>


3월 8일부터 7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이정진: 에코-바람으로부터’ 전시가 진행된다. 이정진 작가는 미국으로 건너가 광활한 미국을 여행하며 사막, 바위, 선인장 등의 자연을 시작으로 한국의 불탑 그리고 일상의 사물까지 다양한 대상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년 동안 작업한 아날로그 프린트 시리즈 11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정진 <미국의 사막Ⅰ 1990-92>

[▲이정진 <미국의 사막Ⅰ 1990-92> ⓒ황채연]


한지 위에 감성을 붓질하다


작가는 대량 생산된 인화지가 아닌 한지에 아날로그 프린트 작업을 한다. 한지에 리퀴드 라이트(Liquid Light)라는 감광유제*를 바르고, 건조하여 노출하고 여러 장의 한지를 덧대는 방식을 고안하였다. 크기가 큰 한지 위에 일일이 수작업을 하는 과정은 고된 노동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탄생한 작품은 세상에 하나뿐이며 복제가 어렵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리고 한지의 특성과 피사체와의 조화는 회화적이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감광유제: 필름이나 인화지가 빛에 반응하도록 그 위에 바르는 감광성을 지닌 액체상태의 물질

 

 

이정진 <길 위에서 2000-01>

[▲이정진 <길 위에서 2000-01> ⓒ황채연]

 

이정진 <미국의 사막Ⅱ 1993-94> 

[▲이정진 <미국의 사막Ⅱ 1993-94> ⓒ황채연]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액자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 자체만을 전시하면서 한지의 미세한 결과 암실 작업을 하면서 생긴 티와 흠을 보여준다. 작가의 수작업을 고스란히 느끼며 작품 속 대상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또한 사진의 배경이 되는 한지는 본연의 흰색부터 작가의 추가 작업을 통해 입혀진 색들까지 다양하다. 이는 피사체뿐만 아니라 피사체의 배경과 프레임까지 신경 쓴 작가의 세심함을 보여준다.


어디서나 바람은 불어온다

 

 

이정진 <바람 2004-07> 1

[▲이정진 <바람 2004-07> 1 ⓒ황채연]

 

이정진 <바람 2004-07> 2 

[▲이정진 <바람 2004-07> 2 ⓒ황채연]

 

이정진 <바람 2004-07> 3 

[▲이정진 <바람 2004-07> 3 ⓒ황채연]


<바람> 연작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숲이나 들판, 혹은 사람의 흔적이 있는 마을에서 나는 나의 감정과 상상력을 흔들어 놓는 장면을 만나게 될 때 셔터를 누른다. 이 순간은 흘러가는 시간과 무한히 펼쳐진 공간의 한 지점에서 선 내 마음의 울림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이기도 한 ‘바람’은 곧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존재 자체다. 바람은 어디서나 불어오며, 바람이 머물다 간 공간에 존재하는 대상들 모두가 바람이며 자연이다. 따라서 작가는 작품에 나타난 공간과 대상에 대한 언급 없이 작품의 제목을 ‘바람’이라고 붙였다. 관람객이 존재 자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바란 것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마주하다

 

 

이정진 <사물 2003-07> 1

[▲이정진 <사물 2003-07> 1 ⓒ황채연]

 

이정진 <사물 2003-07> 3 

[▲이정진 <사물 2003-07> 2 ⓒ황채연]

 

이정진 <사물 2003-07> 1 

[▲이정진 <사물 2003-07> 3 ⓒ황채연]


‘사물’ 연작은 오래된 토기 항아리, 녹슨 숟가락 등 일상적인 사물을 담고 있다. 흰색 한지를 배경으로 대상들은 그림자 없이 한 부분만이 나타나 있다. 그래서 작품은 마치 연필로 데생을 한 회화 작품 또는 전통 수묵화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작업실의 익숙한 물건을 촬영하 길거리와 벼룩시장을 찾아 나가며 일상적인 사물에 집중했다. 어느 사물을 선택하고 그것을 최소 몇 시간에서 최대 며칠까지 그대로 관찰하다가 직감적으로 때가 됐을 때 촬영을 했다. 흑백의 사물과 여백의 공간은 여유로움, 나아가 일상의 단순함과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종이가 만나는 지점에 안정과 불안이 공존하다

 

 

이정진 <무제 1997-99>

[▲이정진 <무제 1997-99> ⓒ황채연]


‘무제 1997-99’ 연작은 모든 이미지를 세 번 반복적으로 화면 안에 담아냈다. 대상은 해변에 놓인 나무 기둥, 바다와 부두, 섬 등의 자연이다. 이미지의 반복으로 고요하면서 안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마주한 대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 또한 일으킨다. 이미지 사이에는 배접*의 흔적이 남아있다.

*배접: 종이, 헝겊 또는 얇은 널조각 따위를 여러 겹 포개어 붙이는 것

 

 

이정진 <벽 2003-04>

[▲이정진 <벽 2003-04> ⓒ황채연]


‘벽’ 연작 중 이 작품은 배접에 대한 작가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미지들을 배치하고 배접하는 과정에서 벽에 생긴 많은 선은 다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 없이 볼 때, 기하학적인 선들의 결합으로 또 다른 인상을 준다.

 


전시의 마지막에서는 이정진 작가의 작업 과정을 담은 6분 13초의 다큐멘터리 필름을 상영한다. 아날로그 프린트 작업의 과정을 통해 작품 한 장에 많은 고민과 노력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에서는 자연의 본질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작업 과정은 이보다 세심함과 부지런함이 가득하다. 사물을 표현하고 담아내는 방법은 개성적이며 독특하다. 아카이브 영상을 본 후 작품들을 다시 보면, 존재 자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행사개요>

○ 전시일정 : 2018. 3 .8.(목) ~ 2018. 7. 1.(일)

○ 관람시간 :

화, 수, 목, 금, 일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토요일 오전 10:00 ~ 저녁 9:00 (오후 5:00 ~ 저녁 9:00 기획전시 무료관람)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저녁 9시까지 관람 가능

※발권은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만 가능

○ 전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 관람비 : 2,000원 (3,000원 추가 시 음성해설 오디오 제공)

○ 주최/후원: 국립현대미술관, 빈터투어 사진미술관(Fotomuseum Winterthur) 공동주최


<전시해설>

○ 정규운영시간 : 화 ~ 일요일 오후 2:00

○ 해설장소: 1층 1전시실 입구

○ 수시해설: 20~40명 단체의 경우 수시해설 신청 가능

최소 관람일 일주일 전까지 예약하고 예약은 선착순으로 마감.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황채연기자 wang_noon@naver.com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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