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 속으로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게시일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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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 속으로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가 유럽을 보는 창이다.’ 이탈리아의 철학자, 프란체스코 알가로티가 남긴 말이다. 1703년 러시아의 황제 표트르 1세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며 유럽의 전제 군주 정치 모델을 바탕으로 서유럽의 문화와 사상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유럽의 정치와 문화, 예술품 등으로 채워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유럽을 향한 창’으로 거듭나며 러시아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표트르 1세 이후의 황제들도 계속해서 유럽의 예술품을 수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열정적인 수집가로 알려진 예카테리나 2세는 러시아 황족의 궁전인 겨울 궁전의 가까이에 은자의 집(예르미타시)을 건설하여 예술품을 보관했다. 이 공간이 이제는 박물관이 되어 유럽의 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러시아의 ‘유럽을 바라보는 창’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그 안의 예술품 보관 장소였던 예르미타시는 현재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러시아에 방문하지 않아도 예르미타시 박물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4월 15일까지 열리는 ‘예르미타시박물관 展,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전시를 통해 17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프랑스 미술의 역사와 프랑스 미술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을 살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17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의 프랑스 미술의 흐름에 따라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고전주의, 위대한 세기의 미술>, <2부 로코코와 계몽의 시대>, <3부 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의 미술>, <4부 인상주의와 그 이후>로 나눠진 전시는 각각의 시기에 맞는 다양한 프랑스 미술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1부 고전주의, 위대한 세기의 미술

17세기 프랑스는 정치 측면에서 루이 14세의 통치 아래 강력한 전제군주 국가를 이루었다. 문화 측면에서는 당시 유럽 미술의 중심이었던 이탈리아의 미술을 받아들이며 프랑스 회화에 고전주의 양식이 나타났다. 고전주의란 바로크 양식의 영향을 많이 받은 미술 사조로, 안정과 통일성을 중시하고, 보편적인 원리와 질서를 찾고자 하는 것이 특징이다.


1부에서는 이러한 고전주의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의 전형으로 여겨진 니콜라 푸생의 작품은 그리스, 로마의 고대 예술을 차용하여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주제로 삼았다. 르 냉 형제는 평민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니콜라 푸생 <십자가에서 내림>

[▲ 니콜라 푸생 <십자가에서 내림> ⓒ신예진]

 

 

르 냉 형제 <술 집의 농부들>

[▲ 르 냉 형제 <술 집의 농부들> ⓒ신예진]


2부 로코코와 계몽의 시대

18세기 초에는 화려하고 우아한 그림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에 프랑스 아카데미의 화가들도 풍부한 색채를 사용한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신들의 사랑과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 새로운 경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이 우아하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되는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로코코 양식으로 발전했다. 한편 사상적으로는 계몽주의가 확산되며 풍속화, 정물화, 초상화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야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풍경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샤를앙드레 반 루 <다이나의 휴식>

[▲ 샤를앙드레 반 루 <다이나의 휴식> ⓒ신예진]

 

 

샤를조제프 나투아르 <바쿠스와 아리아드네>

[▲ 샤를조제프 나투아르 <바쿠스와 아리아드네> ⓒ신예진]

 

장마르크 나티에 <루이 15세의 초상> 

[▲ 장마르크 나티에 <루이 15세의 초상> ⓒ신예진]


3부 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의 미술

19세기 프랑스는 나폴레옹의 통치와 일련의 혁명 등으로 정치적 격변기를 맞았다. 이러한 정치적 격변 속에서 미술도 여러 변화를 맞았다. 17세기 고전주의를 계승한 ‘신고전주의’, 개인의 감성과 미적기준을 중시하는 ‘낭만주의’, 산업혁명 이후 도시의 일상을 정직하게 그려내는 ‘사실주의’, 변화하는 빛과 대기에 관심을 두는 ‘인상주의’의 출현 등 다양한 미술 사조가 등장하여 프랑스 미술의 꽃을 피웠다.

 

 

루이레오폴드 부알리 <당구시합>

[▲ 루이레오폴드 부알리 <당구시합> ⓒ신예진]

 

 

장레옴 제롬 <고대 로마의 노예 시장>

[▲ 장레옴 제롬 <고대 로마의 노예 시장> ⓒ신예진]

 

 

귀스타브 쿠르베 <죽은 말이 있는 풍경>

[▲ 귀스타브 쿠르베 <죽은 말이 있는 풍경> ⓒ신예진]

 

 

외젠 부댕 <트루빌 해변>

[▲ 외젠 부댕 <트루빌 해변> ⓒ신예진]


4부 인상주의와 그 이후

19세기 중반 이후로는 고전 예술 양식과 완전히 결별한 혁신적인 작가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순수한 색채로 변화하는 빛과 자연의 움직임, 도시의 일상을 포착해 현대적 삶의 진면목을 드러내며 ‘인상주의’를 이끌었다. 클로드 모네의 빛에 따라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색채의 표현, 폴 세잔의 자연을 본질적인 기하학적 형태로 환원하는 방식의 탐구 등은 과거와는 다른 인상주의 미술 사조의 특징을 만들어냈다.

 

 

클로드 모네 <지베르니의 건초더미>

[▲ 클로드 모네 <지베르니의 건초더미> ⓒ신예진]

 

 

폴 세잔 <마른 강 기슭>

[▲ 폴 세잔 <마른 강 기슭> ⓒ신예진]


다양한 작품들과 전시실 곳곳에 있는 설명,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전시장의 예르미타시 박물관 홍보 영상, 미디어를 활용한 관람객 참여 행사 등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관람객 체험 행사 ‘도장 찍기’

[▲ 관람객 체험 행사 ‘도장 찍기’ ⓒ신예진]


이번 전시는 300년 동안 프랑스 미술의 변화를 보여주는 만큼 다양한 작품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술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관람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이러한 부분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김승익 학예연구사를 만나보았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승익 학예연구사

[▲ 국립중앙박물관 김승익 학예연구사 ⓒ신예진]


Q. 이번 전시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A. 이전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은 예르미타시 박물관과 한 차례 교환 전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4년에 교환 전시를 더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6년에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을 예르미타시 박물관으로 보내 <한국도자명품전>을 열었고, 이번 전시는 <한국도자명품전>에 이은 교환 전시입니다.


Q. 예카테리나 2세의 예술품 수집으로부터 예르미타시가 탄생했는데, 예카테리나 2세는 어떤 미술에 관심을 가졌나요?

A. 예카테리나 2세는 그 당시 이미 유명했던 렘브란트, 루벤스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있는 대형 컬렉션을 구입하며 미술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프랑스 미술품도 많이 소장하게 된 것입니다. 예카테리나 2세는 러시아에서 프랑스 미술을 수집한 시초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카테리나 2세가 프랑스 미술만을 집중적으로 수집한 것은 아닙니다.


Q. 예르미타시 박물관전을 기획하면서 프랑스 미술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있나요?

A. 러시아 기획자들과 이야기할 때, 기존의 예르미타시 박물관의 소장품들로 유럽 역사의 전반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다른 맥락과 방식으로 소장품을 소개하고 싶다는 의견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맥락으로 프랑스 미술을 선택한 것입니다. 프랑스는 러시아를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합니다.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기에 러시아 상류층이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러시아는 프랑스 문화 애호에 대한 역사가 깊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프랑스 미술품도 많이 수집된 것입니다. 러시아와 프랑스 미술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의미가 있어서 이번 전시를 프랑스 미술이라는 주제로 열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러시아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의 흐름과 함께 러시아가 프랑스를 바라보는 ‘눈’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날씨가 따스해져 가는 이 계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프랑스 미술의 흐름을 따라 거닐어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신예진 기자 zlovexz@naver.com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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