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세운 목소리> 인사미술공간 이은영 개인전
게시일
2018.03.22.
조회수
3856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빛으로 세운 목소리> 인사미술공간 이은영 개인전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로를 벗어나 고즈넉한 골목길을 걷다보면 우리는 때로 보물 같은 숨겨진 공간을 발견하기도 한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찬 북촌한옥마을의 골목길 한편에 자리한 인사미술공간도 그러한 보물 같은 공간 중에 하나다.

 

 

인사미술공간

[▲ 인사미술공간 ⓒ신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통합적 차세대 예술가 지원 사업으로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를 진행하는데, 이 사업은 이전의 차세대예술가집중육성사업(AYAF), 오페라창작아카데미, 무대예술아카데미를 융합하여 차세대 예술가의 창작과 기획 역량뿐만 아니라, 창작자로서 소재 확장과 아이디어 실현 과정을 지원한다.

2월 23일부터 3월 24일까지 열리는 <빛으로 세운 목소리>는 2017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시각예술분야에서 선정된 7명의 작가 중 이은영 작가의 개인전이자, 세 번째 성과보고 시리즈 전시다.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인사미술공간에서 진행된다. 특히 이곳은 2000년에 유망한 신진작가와 기획자에게 창작 환경과 전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출범하였고, 이후 매년 신진 작가와 전시기획자들의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 및 아이디어를 선별하여 전시하고 있다.

 

 

작가와의 대화 행사의 이은영 작가

[▲작가와의 대화 행사의 이은영 작가 ⓒ신지원]

 

이은영 작가와 관람객 

[▲ 이은영 작가와 관람객 ⓒ신지원]


지난 3월 10일 토요일 오후 3시, 인사미술공간에서 <빛으로 세운 목소리> 전의 부대행사로 이은영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열렸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 행사를 통해 알게 된 이은영 작가의 생각과 전시관 관람 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이은영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OCI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스위스 제네바 등 다양한 전시관에서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거나 개인전을 개최한 작가다. 또한 그는 사회 참여적 메시지를 주는 작품, 각각의 관람자에게 다른 해석과 사유를 부여할 수 있는 작품 등을 전시해온 작가로, 관람자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보다 넓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시를 지향해 온 예술가다.


이번 이은영 작가의 <빛으로 세운 목소리>는 작가 본인의 개인적 경험을 시적 은유의 기법을 빌려 표현한 것이다. 그 개인적 경험이란 작가의 캐나다 공동묘지 방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공동묘지‘하면 어둡고 칙칙한, 꺼림칙한 공간으로 묘사할 것이다. 그러나 이은영 작가는 공동묘지를 둘러보면서 미술관에 온 것과 같은 독특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비석 하나하나를 관찰하자 그에게 비석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고인의 삶은 어땠을까 등의 색다른 사유를 불러오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게 “움직이는 말(작가 자신), 머무는 몸(고인, 비석)”이라는 어느 시구처럼 그 공동묘지의 색다름이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이다.

 

 

1층 전시관 <숨겨진 이름들의 정원>

[▲ 1층 전시관 <숨겨진 이름들의 정원> ⓒ신지원]


이은영 작가는 그러한 경험을 인사미술공간의 3층의 구조를 이용해 다채롭게 표현해 냈다. 처음 문을 열고 만나는 1층의 전시관은 ’공동묘지이되 공동묘지가 아닌‘ 공간으로 작가의 경험으로 향하는 일종의 문이자 경계다. 공간 한쪽에 설치한 세라믹으로 만든 분수와 드로잉을 통해 구현해 낸 공동묘지의 모습을 바라본 순간 우리는 그가 경험했던 그때의 공동묘지 바로 앞에 자리하게 된다.  

 

 

지하 1층 전시관 <빛은 돌들 사이에서 기다린다>

[▲ 지하 1층 전시관 <빛은 돌들 사이에서 기다린다> ⓒ신지원]

 

지하 1층 전시관 <빛은 돌들 사이에서 기다린다> 

[▲ 지하 1층 전시관 <빛은 돌들 사이에서 기다린다> ⓒ신지원]


이어 계단을 따라 위로 가지 않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서 좀 더 이은영 작가의 경험에 다가가게 된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행위를 통해 ’지하세계‘ 혹은 ’내세‘ 로 치환된 공간으로 향하면서 작가가 선사하는 공간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지하 1층은 몇몇 오브제와 프로젝터를 통해 작가가 선별한 다양한 이미지들의 만남을 볼 수 있다. 이 공간에서 단순히 작가의 경험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구현된 공간에서 새로운 사유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2층 전시관 <빛으로 세운 목소리>

[▲ 2층 전시관 <빛으로 세운 목소리> ⓒ신지원]

 

2층 전시관 <초록빛 무릎과 오래된 구름들> 

[▲ 2층 전시관 <초록빛 무릎과 오래된 구름들> ⓒ신지원]


지하 1층에서 다시 지상으로, 더 위의 2층으로 향하게 되면 이은영 작가의 다양한 도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실용성을 생각한 일상의 도자는 아니다. 이은영 작가는 공동묘지에서의 비석 하나하나가, 그 비석에 새겨진 이름 하나하나가 단순한 물상이 아닌 영감을 주는 존재로 변화했던 순간을 은유의 표현을 빌려 전시공간에 올려두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재료로서의 ’도자‘는 작가가 아무리 애를 써도 결코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한 재료다. 분명 각 도자들은 드로잉 후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도자는 예측 불가능성을 가진다. 이러한 도자의 특징 때문에 완성작은 작가의 처음 의도와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의도와 달라진 완성품은 다시 새로운 드로잉으로 남는다. 즉 도자라는 재료는 다시 이은영 작가가 의도하고자 했던 새로운 시각, 상상의 폭을 넓히는 특성을 가진 셈이다.


이렇게 이은영 작가의 전시는 막을 내린다. 그러나 그가 의도했던 것처럼 관람객은 작품을 관람하면서 그의 경험뿐만 아니라 관람객 자신만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공동묘지라는 사뭇 익숙지 않은 공간을 새로운 사유의 경험을 하고 싶다면 <빛으로 세운 목소리> 전시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한편 인사미술공간에서는 이은영 작가의 전시 이후에도 2017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분야에 선정된 큐레이터 2명과 작가 4명의 성과보고전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4월 초와 5월 중순에 이한범, 정시우 큐레이터의 성과보고전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어서 6월 부터 12월까지 전형산, 유영진, 고재욱, 박경진 작가의 성과보고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신지원 기자 rtnemub@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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