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서울국제도서전 인문학 아카데미] 이동진이 책을 대하는 방법 : 밤은 책이다
게시일
201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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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2012 서울국제도서전 인문학 아카데미 '이동진'이 '책'을 대하는 방법 밤은 책이다



밤은 굉장히 사적인 시간이다. 다른 사람들과 늘 함께하는 낮과 달리 오롯이 혼자에게만 허락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동진에게 ‘밤은 책이다’. 그는 늦은 밤에 책을 읽고 밤 시간에 주로 읽고 쓰는 일을 하곤 한다. 밤에 책을 대하는 것은 그만이 가진 책을 대하는 습관중 하나이다. ‘밤은 역시 책이지’라고 말하는 이동진이 책을 대하는 또 다른 습관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지난 6월 24일, 2012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5일에 걸쳐 열린 인문학 아카데미의 마지막 강연자로 이동진을 초대했다. 자택에 1만 3천여 권의 책을 두고 읽는다는 이동진, 그가 말하는 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들어보았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부터 조선일보의 영화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1인 미디어 ‘이동진닷컴’을 설립하고 깊이 있는 영화 리뷰와 인터뷰 기사를 발표하는 한편 TV와 라디오 등에 출연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 《함께 아파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낯선 거리에서 영화를 만나다》 《필름 속을 걷다》 《부메랑 인터뷰―그 영화의 비밀》 《밤은 책이다》등이 있다. (( 출처 : 2012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 ))


 



여러분이 가장 최근에 읽은 책 세 권은 무엇인가요?

 

2012 서울국제도서전 이벤트홀 이동진 강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장소는 이벤트 홀이었다. 이동진의 강연이 시작하기 한 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강연장이 사람들로 꽉 차고 나서야 이동진이 등장했다. 그는 ‘평소엔 청바지를 입는다. 그런데 오늘은 독서전에 오기 위해 특별히 블랙진을 입었다’라며 가벼운 농담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동진은 이날 강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가장 최근에 읽은 책 세권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던졌다. 만약 한 사람이 최근에 읽은 책 세권을 말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책은 한 사람의 지적, 정신적인 지향점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책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자주 읽느냐보다, 어떤 종류의 책을 읽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날 이동진은 이처럼 책을 어떻게 읽고, 대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엘리베이터에서 책을 읽으면 왜 안 되나요?


이동진이 책을 대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그 중 첫 번째는 ‘책을 항상 가지고 다녀라’라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일수록 책을 숭배하는 경향이 있다. 책을 접지도 못하고, 혹시나 구겨지지는 않을까 걱정하고는 한다. 최대한 책을 깨끗이 읽고 보관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동진은 책에 글자 하나 적기도 두려워하는 자세가 책을 열심히 읽는 자세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동진은 책에 낙서는 물론,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을 때에는 책을 찢기도 한다. 혹시 책이 구겨지면 속상해하는가? 전혀 속상해 할 필요가 없다. 책을 깨끗하게 보았을 때 좋은 점은 중고 서점에서 책을 판매할 때 조금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것밖에 없다. 책을 대할 때 필요한 마음은 숭배하는 마음이 아니다. 단지 책을 사랑하는 마음, 책을 가까이 하려는 마음이 필요할 뿐이다.


2012 서울국제도서전 책 읽는 모습

 


그렇다면 책을 가까이 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동진은 책을 꽂아놓지 말라고 강조한다. 외출할 때 가방에 책 한 권씩 들고 다니면 내가 원할 때, 무료할 때마다 책을 읽을 수 있다. 프랑스의 한 속담처럼 ‘썰렁해서 우리 사이에 천사가 지나갈 때’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이동진은 혼자 걸어 다닐 때에도 책을 보곤 한다.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도 책을 읽는다. 그래서 그는 지하도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엘리베이터도 책을 읽기에 매우 좋은 장소이다. 엘리베이터는 함께 탄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기도, 가만히 서 있기에도 민망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늘 무언가를 읽는다. 소화기 사용법, 배달 음식 전단지 등을 말이다.


이동진은 이 시간에 전단지 대신 책을 읽는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습관이 되면 짧은 순간에도 책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최상의 관계는 습관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책을 읽는 습관’이다. 습관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녁 시간마다 전화하는 것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1시간 동안의 점심시간에 30분은 밥을 먹고 30분은 책을 읽는다. 따로 시간을 내어 독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습관처럼 책을 읽는 자세야말로 정말 필요한 버릇이다. 습관화된 관계야말로 나의 내면과 외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한 권, 텔레비전 옆에 한 권, 신발장 옆에 한 권


 

인문학 아카데미 이동진과 함께 <밤은 책이다, 필름 속을 걷다> 2012.6.24(일) 15:00 ~ 16:00 - SEOUL BOOK FAIR 2012


이동진이 말하는 두 번째 책을 대하는 방법은 ‘책을 서재에 따로 모아두지 말라’라는 것이다. 책을 분산 배치하라! 이것이 책과 친근해지는 즉효약이다. 화장실에 한 권, 텔레비전 옆에 한 권, 신발장 옆에 한 권 책을 놓고, 마음이 갈 때 책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책을 숭배하지 말라는 뜻과 통한다.


혹은 책과 관련해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장소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에 관해서는 낭만적인 기질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부분에서 책과 사랑은 비슷하다. 애인과 데이트를 할 때 꼭 가는 카페, 꼭 앉는 자리가 하나씩 있는 것처럼, 책을 읽을 때에도 독서와 관련된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이든, 다른 손님들이 잘 보이지 않는 구석자리든 한 자리를 정해 놓고, 책을 읽을 때면 그 자리에 가는 사치를 부려보자. 책을 읽는 시간이 한층 감성적이고 즐겁게 될 것이다. 이동진의 경우에는 책을 읽는 로맨틱한 장소가 두 곳이다. 하나는 욕실이다. 그는 욕조에서 물에 몸을 담그고 책을 읽는 것을 즐긴다. 때로는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오기도 해서 4시간 동안 욕실에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책에 대한 낭만적인 기분이 그를 즐겁게 한다. 자신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실내자전거 위에서 책을 읽는 것이다. 계기판 위에 책을 놓고 자전거를 타다 보면 두 시간 동안 운동을 하는 때도 많다. 운동을 하며 텔레비전을 볼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있지만 그는 책을 읽는 것을 즐긴다. 이런 장소에서 책을 읽곤 하다 보면 다음부터는 계속 욕실에 갈 때마다, 자전거를 볼 때마다 책을 읽고 싶어진다. 일상 곳곳에 책을 배치해두고, 책을 읽는 나만의 장소를 정하는 것, 이를 통해서라면 낭만적인 독서를 하는 길은 어렵지 않다.



책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위해 읽는 것입니다


이동진이 말하는 세 번째 책을 대하는 방법은 ‘완독에 대해 부담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다 말은 책이 있다고, 한번에 읽지 못한 책이 있다고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혹시 오랫동안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이 있다면, 그 책은 나에게 그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강박관념에 괴로워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다른 책을 찾아 읽는 것이 현실적으로 훨씬 도움이 된다.


기억에 대해 초조함을 가질 필요도 없다. 책을 한 번 읽었다고 책을 다 기억해야만 한다는 법칙은 없다. 책을 읽고 기억하지 못한다고, 책을 왜 읽었는지, 읽을 때의 재미로 끝나는 건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독서하는 도중의 재미를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책에서 전하는 모든 지식을 반드시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동진에 의하면 책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위해 읽는 것이다. 지식은 잊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지혜는 지식이 쌓인 흔적이자 방식이다. 지혜는 지식이 없더라도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이다. 시간을 통과하는 법, 삶을 살아가는 법은 지식이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책을 읽을 때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는 책을 읽다가 흔히 진도에 대한 강박관념을 느끼곤 한다. 수능 언어영역에서 중요시되는 부분은 얼마나 지문을 빠른 시간 내에 읽어내느냐 하는 것이고,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속독 방법을 가르치는 학원도 많다. 그러나 책을 두 배 빨리 읽는 사람이 반드시 그 책을 두 배로 잘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책을 늦게 읽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이동진은 이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표현한다. 중요한 것은 책과 나와의 소통이지, 얼마나 책을 빨리 읽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빠르게 읽는 것보단 여러 책을 읽는 게 중요해요”

 


그렇다면 책을 빠르게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동진은 이에 대해 여러 책을 읽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하나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이 아니라, 같은 주제를 다룬 여러 책을 읽는 것이다. 만약 ‘진화의 법칙’에 대해 글을 쓴 유명한 작가가 있더라도, 그 책 하나만 읽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다양한 작가가 쓴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를 할 때 중요한 것은 편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 이동진이 추천하는 책을 고르는 3가지 TIP


1. 반드시 목차를 보아야 한다. 목차는 책을 건축하는 구조물, 혹은 청사진과 같다. 어떤 골조로, 어떻게 책이 만들어졌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목차를 살펴보는 것이다.

2. 책의 서문을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나서 본인이 기대한 바와 다르다고 비판한다. 어떤 사람이 책을 고를 때 A를 기대하고 책을 골랐는데, 막상 읽고 보니 B에 대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문에서 작가는 책을 쓴 의도는 B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책을 고르기 전, 자신이 원하는 것과 작가의 의도가 일치하는지 알고 싶다면 서문을 읽어보면 된다.

3. 3분의 2지점을 읽어보자. 작가는 보통 책의 초반과 마지막 부분에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그러므로 그 중간 지점인 3분의 2지점이 마음에 들었다면,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도 마음에 들 것이다. 중간 지점이 훌륭한데 초반과 후반이 훌륭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이동진에게 ‘밤은 책’이었다. 이동진이 말한 것처럼 책을 대하는 일반적인 자세는 모두에게나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습관의 모습과, 그것이 실제에서 적용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의 책’은 어떤 모습일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새벽은 책이다’, 혹은 ‘삼겹살은 책이다’처럼 책을 대하는 나만의 자세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나의 독서를 조금 더 낭만 있게 만들어 줄 ‘나의 책’을 떠올려보자.

 

문화체육관광부 원소희 대학생기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obod8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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