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 게시일
- 2012.05.14.
- 조회수
- 4584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02-3704-9044)
- 담당자
- 이유진
우리 곁에 잠시 봄이 머무르나 싶더니 서 있기만 해도 땀방울이 맺히는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사람들이 뜨거운 햇볕을 피해 시원한 곳으로 몸을 피할 때 그 열기에 몸을 맡기고 힘차게 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5월 1일부터 4일까지 열린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입니다. 이번 제6회 체육대회는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주최하고 고양시를 개최지로 하여 열렸는데요. 고양시 뿐만 아니라 평택, 부천, 수원 등 경기도 각지의 체육관과 운동장에서 종목별로 나누어져 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그 뜨겁고 치열했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늦어도 괜찮아, 끝까지 달려!
5월 4일 고양체육관과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아갔을 때 만날 수 있었던 종목은 수영과 육상, 그리고 농구였습니다. 1일부터 4일 오전까지 치열한 예선전 끝에 각 종목에서는 결승전이 진행되었는데요.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깨는 무척 박진감 넘치고 흥미로운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한 바퀴 남았어! 조금만 더!” 오전 아홉 시 육상 경기가 열린 고양종합운동장의 관중석은 예상했던 대로 거의 텅 빈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지만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선수단과 그들을 응원하는 감독, 코치, 자원봉사자들의 우렁찬 목소리만으로도 넓은 운동장을 메울 수 있었는데요. 이들의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참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트랙 위를 달렸습니다.
이날 육상 경기는 800m 달리기와 멀리뛰기, 높이뛰기, 포환던지기, 원반던지기의 예선과 결승이 차례로 진행되었습니다. 배구나 농구 같은 종목은 청각장애와 지적발달장애만 참여할 수 있지만 육상은 장애 종류와 관계없이 참여 가능했습니다. 그렇지만 장애 정도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므로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고 등급표에 맞추어 동일 등급의 선수들끼리 맞붙을 수 있도록 대전표가 짜이게 됩니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은 대기실에서 몸을 풀기도 하고 다른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지켜보면서 사뭇 긴장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오전에 선수들을 만나러 갔을 때는 남자 800m 달리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운동장 한 바퀴가 400m이므로 선수들은 트랙 두 바퀴를 질주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했습니다. 비록 일등부터 마지막으로 결승을 통과한 선수의 시차는 반 바퀴 이상 차이가 났지만, 등수에 상관없이 선수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에 보는 사람들은 격려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는데요.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들은 무척 지친 표정이었지만 물을 건네고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밝은 미소를 보이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이날 먼저 시작된 800m T20(지적장애) 예선 1조 경기에서 1등을 한 김다솔(서울. 17세)군은 소감을 묻자 “정말 좋다.”라고 답하며 연습할 때 힘들었던 점 역시 “없다. 재미있었다.” 라는 긍정적인 대답으로 프로선수 못지않은 여유를 보였습니다. 16개 시․도에서 선수단을 인솔하여 온 감독님들은 선수들이 뛸 때마다 같이 응원하며 한참 늦은 선수에게도 “괜찮아, 끝까지 달려!”라며 응원했습니다. 넓은 종합운동장에 관중은 거의 없는 조용한 경기였지만 그동안 함께 훈련하고 땀 흘린 선수단과 감독님들의 응원만으로도 지친 선수에게 힘이 되는듯했습니다.
차세대 박태환을 꿈꾸며
고양종합운동장 바로 옆에 있는 고양체육관에서는 수영경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육상경기장보다 비교적 많은 사람이 구경을 와 있었는데요. 실내 수영장에서 물살을 가르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가족들과 관중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이 층에서 내려다보며 구경하거나 응원석에서 현수막을 들고 응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날 경기를 마친 선수들도 결승전을 펼치는 동료에게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해 자리를 채웠습니다. 남자 혼계영과 배영, 혼성 혼계영과 여자 계영 결승전이 오전 10시까지 진행되어 1차 시상식이 열렸고 남자 100m 접영과 계영 결승이 이어서 진행되어 11시에 종합시상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1차 시상식 현장에서 기뻐하는 많은 사람 속에 특히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소개를 부탁하자 “이번 50m 자유형(지적장애 S14)에서 금메달을 딴 최의택이 우리 손자다.”라며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셨는데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는 할머니는 이번 대회에서 의택 군의 네 번째 메달이라며 어릴 때부터 열심히 연습한 결과라고 하셨습니다. 본인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최의택 군의 이름은 몇 번이나 반복해 말씀하신 할머니는 경기를 마친 장한 손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수영에서는 경기, 서울, 대전 순으로 종합 1위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승부에 연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제2의 박태환을 꿈꾸며 물살을 가르는 선수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그저 박수를 보낼 뿐이었습니다. 일등을 했든 꼴등을 했든 선수들의 노력 크기는 순위로 정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영 종합순위 6위를 차지한 부산의 김민수 감독 역시 “성적을 떠나서 훈련한 만큼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고맙고 큰 부상 없이 잘 치렀다고 생각한다.”며 흡족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이어서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그런 과정을 다 이겨내니까 아이들 기록도 더 좋아지고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하며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웃으며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꿈을 향해 덩크슛
마지막 날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농구였습니다. 수영시상식이 끝난 후 12시에는 부산과 대전의 결승전이 펼쳐졌는데요. 결승전답게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벌어졌습니다. 부산은 경기 전반적으로 상대 팀의 빈틈을 잘 포착하고 유기적인 패스를 골로 연결하는 환상적인 팀 호흡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전반전에는 대전과의 점수 격차가 8:22로 벌어졌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대전의 관계자 역시 “졌네, 졌어” 라고 포기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전 선수들은 이에 흔들리지 않고 에이스 전성욱 선수를 필두로 후반전에 거세게 몰아쳐 후반 2분을 남긴 시점에서는 31:35까지 부산을 압박했습니다. 전반전에는 대전의 골대 근처에서만 거의 부산의 공격과 대전의 수비가 이루어졌다면 후반전에서는 막상막하로 경기장을 휘몰아치며 스코어를 올렸습니다.
후반 46초가 남은 상황, 대전은 2점슛에 성공하여 33:35로 더욱 긴박하게 부산을 쫓았는데요. 관중은 대전의 역전 기회가 실패할 때마다 안타까운 탄성을 자아내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양 팀의 플레이를 응원하였습니다. 후반 25초가 남았을 때 부산의 파울로 대전에 주어진 자유투 기회에서는 선수뿐만 아니라 경기장의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쉽게 실패하고 후반전이 종료되어 2점 차이로 부산이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비록 졌지만, 끝까지 부산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 대전선수들 역시 부산에 못지않은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전반에 우리 에이스가 발목부상 때문에 잠깐 주춤해서 점수 차이가 많이 벌어졌었지만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끝까지 잘 해줬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습니다. 상대방이 워낙 작전을 잘 들고 나와서 비록 졌지만 은메달에 만족합니다. 아이들이요? 정말 자랑스럽고, 또 사랑스럽죠.” _ 양현모 감독(대전)
“저희가 3년째 나오고 있는데 매번 예선 탈락하다가 이번에 우승하게 돼서 굉장히 기쁘고요. 아이들한테도 고맙습니다. 일단 애들을 좋은 선수들을 잘 선발한 것 같고요. 상대 팀 분석을 잘했던 것이 우승 요인인 것 같습니다.” _ 최현석 감독(부산)
숨은 주역, 자원봉사자
뜨거운 햇볕 아래 고생했던 사람은 선수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들에게 물을 건네고 누구보다 크게 응원했던 사람들은 바로 자원봉사자들입니다. 가장 늦게 결승점을 통과하는 선수에게도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는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선수들이 더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자원봉사센터에 가서 직접 신청했다는 이부자(일산) 씨는 선수들의 경기를 무척 재미있게 보았고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농구 시상식이 진행될 때 대회 기간 큰 도움을 준 자원봉사자들 역시 시상식의 한 자리에 서서 감사의 인사를 전달받았는데요. 더운 날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정리하고 보조 도우미 역할을 자처한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총 15개의 종목 중 3개 종목을 보았을 뿐이었지만 그들의 열정과 활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종목에서나 선수들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인내심과 끈기를 보여주었고 결과가 좋든 안 좋든 운동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경기 관중 가운데 한 명을 인터뷰했을 때 대회가 어떠했는지를 묻자 “장애인들이 저렇게 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고 답한 것이었습니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그들의 도전이 비장애인 선수들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안타까운 혹은 동정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 경기를 볼 때 느끼는 것과 같이 멋있고 대단하다는 시선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체육계의 샛별들이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넓은 세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Ready, Set, go!를 외쳐주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