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 게시일
- 201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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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01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02-3704-9044)
- 담당자
- 이유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을 들썩거리게 했던 화제작이 있습니다. 최근 <은교>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김무열이 주연을 맡아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 <개들의 전쟁>이 그 주인공인데요. 남자들의 ‘찌질한’ 본성을 거침없이 담아낸 이 영화는 조병옥 감독이 십 년간 숙성시킨 준비된 입봉작입니다. “평생을 바쳐서라도 <개들의 전쟁>을 완성하여 관객과 만나고 싶었다.”는 조병옥 감독을 만나 지난 십 년의 이야기를 압축해 들어보았습니다.
<개들의 전쟁>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본 관객이라면 조폭의 인생을 통하여 남자들 간 힘의 관계에 대한 묵직한 심리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개들의 전쟁> 역시 남자들의 힘에 관해 다룬 영화다. 하지만 경기도의 한적한 시골 마을의 양아치들의 일상을 통해 보여주어 조금 더 유쾌하고 공감이 간다. 자신의 우두머리 세일(서동갑)이 마을을 떠난 후 상근(김무열)은 자신의 부하들과 마을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다. 하지만 어느 날 세일이 마을로 오고 상근은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상근이 우두머리에서 부하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남자의 사소하지만 진지한 자존심이 무너지게 되고 그들의 전쟁은 시작된다.
JIFF를 통해 드디어 <개들의 전쟁>이 완성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Q. <개들의 전쟁>이 JIFF를 통해 관객과 만나게 되었는데 소감이 궁금해요.
우선 신기해요. 촬영을 마치고 후반부 작업을 할 때까지만 해도 과연 이 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운이 좋게 제 영화가 JIFF에 초청을 받아 관객과 만나면서 비로소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죠.
Q. 영화제 기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영화제에는 처음 참여하는데요. 아직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어요. 영화 관계자들이나 감독님들과 교류하고 싶지만 아직은 많이 낯설어서 주로 저희 배우들과 지내고 있어요.
Q. JIFF를 통해 관객들과 직접 만나고 있으신데요. 관객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으신가요?
우선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만 해도 감사해요. 목표는 한가지에요.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던 관객들이 관심이 있으셔서 자리에 참석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저 “저 이런 사람인데 이런 영화 만들었습니다. “ 라고 한 분에게라도 더 알리고 싶어요.
영화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Q. 저예산으로 진행되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제작비 부족으로 촬영이 지체되다가 인천영상위원회에서 저희에게 과분한 액수를 지원해 주셔서 촬영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도 배우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할 상황은 안돼서 숙식비와 교통비 정도밖에 지급할 수 없었어요.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촬영 종료를 앞두고 제작비가 완전 바닥이 났었어요. 제작사 대표님이 사적으로 빚을 내어 완료할 수 있었죠.
Q. 영화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상업영화 쪽에서 계속 거부당하던 시나리오였거든요. 무조건 의기투합이었죠. “얼마가 되었든 어떤 상황이든 일단 만들어 봅시다. “ 이렇게 해서 만든 거예요. 저희와 배우들의 영화에 대한 확신과 단결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또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Q. 인천영상위원회 외에 어떤 분들이 도움을 주셨나요?
이 영화는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 터미널주변에서 찍었는데요. 촬영현장 주민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돈과 연관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요. 밤샘촬영을 하면 주민분들이 잠을 잘 못 주무시고 짜증을 내실 만도 한데 한 번도 그러신 적이 없어요. 밤에 촬영하려면 발전차가 필요한데 사정상 힘들 때 문을 두드리면 기꺼이 전기를 내어주셨어요. 보조출연자도 주민분들이 선뜻 응해주셨어요. 엄청난 도움이죠. 엄청난 복이었어요.
10년이 걸린 <개들의 전쟁>! 평생을 바쳐서라도 완성하고 싶었다
Q. <개들의 전쟁>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는데요.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나리오를 쓴 후 처음에는 제가 찍으려 했어요. 근데 상황이 여의치 않고 이 영화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제가 쓴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것이 제 목표였어요. 그래서 다른 감독님을 찾았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결국 3년 전에 제가 직접 찍겠다고 제작사 대표에게 말하고 시작했죠.
Q.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으셨나요?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이 영화는 언제가 되었든 제 나이가 60, 70살이 되어서도 죽기 전에 꼭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 인생을 모두 쏟아 부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행복했어요. 10년 동안 꿈만 꾸어왔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정말 행복했어요.
Q. 10년 동안 진행하시면서 처음에 구상했던 내용과 바뀌진 않았나요?
영화를 만든다면 재밌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재밌게 만들 것인지 영화를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죠.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내배치 같은 세부적인 요소를 손봤어요. 처음에 생각했던 상근의 모습은 지금 영화에서는 많이 변했어요. 영화 속 상근이란 인물은 10년 전에 그렸던 양아치 이미지랑은 전혀 반대였어요. 제가 원래 생각했던 상근은 보통 키에 주름지고 침이나 찍찍 뱉고 다니는 양아치였거든요.
열정적인 배우들과 함께해서 행복했다
Q.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 진 건가요?
처음에는 생각도 못했었어요. 작년 4월에 공개오디션을 했는데요. 세일이나 용미 같은 몇몇 인물들은 캐스팅이 정해졌는데 정작 주인공이 안 보였어요. 그러던 중 김무열 씨가 저희 시나리오를 우연히 본 후 하고 싶다고 하셔서 당장 만났어요. 사실은 김무열 씨가 잘생기고 키도 커서 상근과 어울릴까 걱정했었는데요. 직접 만나보는 순간 제 생각을 바꾸게 되었어요. 덕분에 영화가 많이 밝아졌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어떤 점이 밝아졌는지 궁금해요.
영화 속에서 상근의 패거리가 개를 끌고 가잖아요.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실제로 잡아먹었어요. 근데 배우들이 반대하더라고요. 일단 저는 이 영화가 재미있게 만들어지길 원했기 때문에 적극 의견을 수렴했어요. 배우들과 이야기하면서 밝아졌죠.
Q. 배우들이 영화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신 것 같아요.
촬영을 마친 후 숙소에 가면 자기들끼리 술 마시는 소리가 들려요. 내일 촬영 어떻게 할까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다음날 촬영에 들어가면 배우들이 다가와서 어젯밤 이런 말이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봐요. 그래서 바뀐 것도 많아요. 배우들이 정말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었어요.
Q. 장면이 바뀌고 더 좋아진 장면이 있나요?
상근이 옥상에서 세일에게 맞는 장면이 있는데요. 원래 시나리오에는 맞아서 기절하는 장면이었어요. 근데 김무열 씨가 기절하는 것보다는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옷 벗고 맞으면 더 수치스러울 것 같다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김무열 씨와 상의하고 방향을 틀었죠. 덕분에 상근의 감정이 더 잘 살아난 것 같아요.
Q. 영화 제목 <개들의 전쟁>은 어떻게 정하신 건가요?
11년 전에 이 시나리오를 공모전에 내려고 하는데 마지막 날까지 제목이 안 떠올랐어요. 그러던 중 이 친구들이 나름대로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인문들을 보니 서로 짓고 물어뜯으려는 모습이 개와 같아서 개들의 전쟁이라고 정하게 된 거에요.
강자 앞에선 약해지는 남자들의 심리를 재미있게 나타내고 싶었다.
Q. 영화 속 내용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하다고 느꼈는데요. <개들의 전쟁> 영화 중 실제 감독님이 겪었던 일이 있었나요?
영화 속에서 상근이 고물차에 부하들을 태우고 가게에 들어와서 행패를 부리잖아요? 제가 20대 후반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 그 가게에 항상 몰려오던 친구들의 모습이었어요. 그때는 정말 싫어서 그 친구들과 싸우기도 했어요. 그런데 10년쯤 흘러서 시나리오를 쓰게 되면서 당시에는 그렇게 무섭고 싫었던 친구들이 갑자기 귀여워지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 조폭영화가 유행했는데 저는 그쪽은 잘 몰랐어요. 그래서 기왕이면 내가 겪어봤던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 친구들을 소재로 시나리오를 쓰게 됐죠.
Q. 영화 속 상근은 보통 남자들이 가진 심리를 가장 잘 표현해내는 캐릭터인 것 같은데요. 상근을 통해서 남자들의 어떤 속성을 말하고 싶으셨나요?
말도 안 되는 심리죠. 많은 남자들이 아주 사소한데 목숨을 걸잖아요. 영화 속에서 상근과 세일의 갈등이 시작되는 계기인 다방 앞 주차자리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상근은 세일에게 인사하면 되지 왜 거부하다 수치를 당하고 눈물까지 흘릴까요? 남자의 사소하지만 진지한 자존심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Q. 상근은 왜 계속 세일에게 대항하는 걸까요?
비록 따분했어도 자신들의 세상이 변화하는 것이 싫었던 거죠. 상근은 세일의 차가 오면 드럼통을 치워주고 세일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그 상황으로 돌아가기 싫었을 거예요. 세일에 대한 트라우마로 완전히 대항하지는 못해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비록 소심하지만 대항하는 것이죠.
Q. 영화 곳곳에 남자들의 소심한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요. 감독님이 꼽은 소심한 모습은 무엇인가요?
사실은 상근이 세일의 차를 긁는 장면은 약간 식상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막내들 보는 앞에서 세일에게 우두머리 자리를 빼앗기게 된 상황에서 상근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세일에 대한 트라우마로 차를 부시거나 다방으로 올라갈 수는 없었고 차를 긁는 것밖에 할 수 없더라고요.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세일과 통화를 하잖아요. 자신은 차를 긁은 적이 없고 옥상인데 지하라서 통화가 잘 안된다고 속이면서 욕을 하는 장면인데요. 그 장면이 제일 좋았어요.
동네 양아치들이 우물 밖으로 나가게 되는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Q. 영화가 진행되면서 상근의 패거리는 많은 변화를 겪어요.
이 영화를 통해서 거창한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그 변화가 제가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예요. 영화에 나오는 드럼통이 어떻게 보면 그 동네의 권력을 상징할 수도 있지만 변화하지 않는 정체성을 의미하기도 해요. 상근의 패거리가 그 동네를 떠나지 않고 늙어서 왕년의 추억을 되씹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어요. 우물 안의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세일을 등장시켜서 상근의 무리를 쫓아낸 거죠.
Q. 마지막 복수를 어떻게 할지 많이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요즘 영화를 보면 살인은 우습게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영화를 잔인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세일에게 복수하는 장면에서 어떻게 응징하고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지 많은 고민을 했죠. 사실 상근의 패거리가 세일을 죽이는 버전도 있었어요. 다방에서 싸우다가 창모가 죽어서 상근이 세일을 끌고 가서 잔인하게 죽여요. 그런데 그건 인물들이 너무 급격히 변하는 것 같아서 복수 장면을 수정했어요. 처음에 의도한 대로 상근의 패거리를 귀엽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Q. 이렇게 상근의 패거리가 변화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상근은 자신과 부하들이 세일에게 계속 당하는 과정에서 모멸감과 창피함으로 자존심이 상했을 거에요. 또 세일과 달리 상근은 부하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서 자신의 부하들이 당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했거든요. 이런 복합적인 요소가 결국 상근을 폭발하게 한 것이죠.
Q. 영화의 마지막 상근의 패거리는 마을을 떠나요. 어디로 가는 걸까요?
상근이 막내들에게 “어디 갈까?”라고 물어봐요. 막내들은 “좋은 데요!”라고 대답하죠. 되게 막연 하자나요. 좋은 데가 과연 어디일까요? 그곳이 어디일지는 저도 몰라요. 그저 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친구들은 아직 젊으니까요.
Q. 감독님은 앞으로 어디로 갈 예정이신가요?
아직은 시나리오 구상 중인데요. 처음부터 구상해 왔던 대로 <개들의 전생>이라는 후속작으로 관객들과 또다시 만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개들의 전쟁>에 많은 사랑을 주신 관객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이 영화를 사랑해주신 관객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지금 상황도 저에게 과분하지만 앞으로 극장에 개봉되어서 더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신 후 응원과 비판을 통해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01년 시나리오가 완성된 후 10년 만에 영화로 만들어진 <개들의 전쟁>. 조병옥 감독은 이 긴 세월 동안 고생했다는 생각보다는 행복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믿음이 있었기에 JIFF에서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극장에서도 개봉하여 더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