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라처럼’이라는 수식어를 만든 국가대표 수영선수, ‘최혜라’를 만나다!
게시일
201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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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혜라처럼이라는 수식어를 만든 국가대표 수영선수 최혜라를 만나다!


현재 수영선수들 사이에서 ‘혜라처럼’이라는 수식어는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하다’ 또는 ‘오로지 운동에만 매진하다’는 뜻으로 통한다. 그만큼 최혜라 선수의 성실성은 주변으로부터 널리 인정받고 있는 것. 그런 최혜라 선수가 2011년 세계수영연명(FINA) 경영월드컵에서 7개의 메달(금3, 은1, 동2)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래서 피나는 훈련으로 승부를 거는 수많은 선수들에게 최혜라 선수의 메달은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 국내선수의 기록 중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경우는 박태환 선수가 유일하다. 즉 여자선수로서는 독보적인 성적을 낸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최혜라 선수는 1월 수영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새로 지은 진천선수촌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을 향해 매진하고 있었다.



월드컵 그리고 이젠 올림픽

 

국가대표 수영선수 최혜라


안녕하세요. 지난 2011년은 최혜라 선수에게 뜻 깊은 한 해였죠? FINA월드컵에서 메달 7개를 목에 건 느낌이 어떻습니까?

저도 깜짝 놀랐어요. 생각보다 좋은 기록이 나왔고 생각지 못했던 메달을 땄으니까요. 사실 제가 세계대회에 많이 출전하긴 했는데 금메달을 딴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한 번에 많은 수확을 거뒀어요.


세계무대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이 최혜라 선수 성적을 보고 깜짝 놀랐겠네요?

사실 세계무대에서 저는 존재감이 있는 편이 아니었는데 제 기록을 보고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니까 기분이 묘했어요.(웃음)


세계무대에 서면 서로 경쟁의 눈빛이 오가는 라이벌이 있나요?

하! 제가 그러기에는 외국 선수들이 너무 빨라요. 잘하는 몇몇 선수들을 바라만 보는 입장이죠. 이번 월드컵에서도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시합에 임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하지만 여자 접영 200m는 아시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죠. 특히 중국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죠.


FINA 월드컵은 숏코스(25m)라는 점이 독특한데요. 보통 세계대회 기준인 롱코스(50m)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같은 접영 200m 경기지만 숏코스는 턴이 많고 돌핀킥을 찰 구간이 늘어나니까 전체 기록이 단축이 됩니다. 자연스레 턴과 돌핀킥을 잘하는 선수가 유리한 경기에요. 저도 턴을 보완하기 위해 월드컵에 출전한 것이었죠. 그리고 짧은 기간 동안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8차에 걸쳐 대회를 하기 때문에 대회 기간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체력과 지구력이 중요합니다.


그 이후로 최혜라 선수에게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것 같은데 부담스럽지는 않은가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심적으로 부담이 되요. 그저 숏코스와 차이를 보이는 롱코스의 페이스를 잘 생각해서 런던올림픽에서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뿐입니다.


올림픽은 수많은 카메라가 최혜라 선수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순간입니다. 미디어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라나요? 예전에 박태환 선수는 아시안 게임에서 빨간 머리를 하고 나왔었죠.(웃음)

저는 더 노랗게 염색할거에요.(웃음)


정다래 선수와 동갑이고 친하다고 들었어요.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정다래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난 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려 아무리 친구라도 내심 섭섭했을 법 한데요.

섭섭한 게 전혀 없지는 않았죠.(웃음) 하지만 한국 여자 수영에서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 오랜만에 나왔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죠. 당시 다래하고 같은 방을 썼어요. 근데 얘가 아침에 “오늘 왠지 잘 풀릴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얘가 진짜 일 내려나?’싶었죠. 그러더니 정말 금메달을 땄어요. 저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박수치고 축하해주고 있었어요.


국가대표 수영선수 최혜라


최혜라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쾌거를 거두게 된다면 CF제의가 들어올지도 모르잖아요. 만약 CF를 찍는 다면 어떤 CF를 기대하나요?

(쑥스럽게 웃으며)스포츠 브랜드가 좋을 것 같아요. 운동선수한테는 그게 더 잘 어울리잖아요.



수영장이 쉬지 않는 이상 저는 물에 들어갑니다


과거는 물론 내일도 보지 않고 운동해요. 다만 오늘 하루 운동량만 볼 뿐이죠. 최혜라 수영선수

 

최혜라 선수의 하루는 어떻게 돌아가나요?

요즘에는 방학기간이라 새벽운동은 없어요. 그래서 8시에 일어나 8시 30분부터 10시까지 오전 운동을 하고, 12시 점심을 먹기 전까지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요. 그리고 휴식한 뒤 4시부터 7시까지 저녁운동을 하죠. 하루 운동량은 약 1만 2천m(12km)정도 되요.


주변 선수들은 최혜라 선수가 가장 성실한 선수로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이런 질문이 우습지만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죠?

(잠시 생각하다가)기록을 단축하려고 그랬죠. 기록이 줄면 제가 만족하고 또 기분도 좋아요. 그러다 보니 그 기록을 더 단축하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죠. 많이 힘들기 한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수영을 하는 것 밖에 없어요.


1년 중 물에 들어가지 않는 날은 얼마나 되나요?

빨간 날(휴일)만 아니면 수영장에 들어가요. 시즌이 아니더라도 하루라도 수영을 놓지 않아요. 수영장이 쉬지 않는 이상 무조건 물에 들어갑니다.


7살부터 수영을 했다면 벌써 15년을 끊임없이 수영을 한 것인데요. 수영을 하기 싫은 날도  있지 않나요?

물론이죠. 그런데 수영선수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오히려 수영을 해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운동이 하기 싫을 때보다 운동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많이 힘들어요. 2011년 초반에 허리에 급성 디스크가 와서 많이 힘들었어요. 한계를 이겨가며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힘들고 몸이 지쳐서 물에 들어가기도 싫었죠.


그 시기가 최혜라 선수의 슬럼프였나요? 어떻게 극복했죠?

네. 제 슬럼프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한테 쉬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휴식시간을 가졌어요.


그래요. 아무리 ‘혜라처럼’이라지만 최혜라 선수도 쉴 때가 있어야지요. 얼마나 쉬었죠?

하루요.(정적)


정말 할 말을 잃게 하는 군요.(웃음) 그런 노력으로 최혜라 선수는 15번의 한국 신기록을 세울 수 있던 것 아닐까요. 지금까지 자신의 수영 인생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잠시 생각을 하다가)정말 쉼 없이 달려 왔구나…. 추억이라 생각하면 학교생활 같은 건 거의 없고 외국시합이나 전지훈련 등이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사실 지난 날을 돌이켜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과거는 물론 내일도 보지 않고 운동해요. 다만 오늘 하루 저에게 주어진 운동량을 충실하게 소화해내려고 해요. 저는 야간 개인운동도 고무줄 당기기 외에는 하지 않아요.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 다음날 운동에도 지장 없이 집중할 수 있거든요. 저는 하루 주어진 운동량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에요.


후배들이 최혜라 선수를 어떤 선수로 기억해 주길 바라나요?

포기하지 않는 선수. 한번 반짝 잘하고 꺾이는 게 아니라 은퇴하기 전날까지 꾸준히 잘하면서 기록 단축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무래도 쉽지 않겠죠?



지금까지 연습량으로 승부를 걸었어요


국내 대회에서 접영 200m와 개인혼영200m에서는 1위 싸움이 치열하지 않다. 그 이유는 최혜라 선수가 2위와 큰 격차를 보이며 전국체전에서 5년 연속 금메달을 독차지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은 2위 싸움을 치열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록 상 2등과 3초 이상 차이가 나고 일반부에서만 보면 5초 이상 차이를 내고 있다. 이는 약 10m 정도의 거리를 의미한다. 운동선수로서 한국 신기록 갱신은 쉽지 않은 영광스런 목표다. 하지만 최혜라 선수는 개인종목에서 한국 신기록을 15번이나 갈아 치운 ‘괴물’이다.


국내 대회에서 최혜라 선수는 독보적으로 앞서는 선수다 보니 다른 선수들이 최혜라 선수 옆 레인에서 경기하기를 꺼린다고 하더라고요. 비교되니까요.(웃음)

순위보다는 제 기록을 깨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제 기록을 깨면서 한국 신기록을 갱신하느냐가 중요해요.


자기와의 싸움을 꽤 오랫동안 한 셈이군요.

접영 200m 최고 기록이 2분 7.2초니까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2분 6초대를 목표로 운동하고 있어요. 0.2초 차이이기 때문에 별 차이 없게 느껴지겠지만 그 사이에 다른 선수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실제로 국제 대회에서 1등부터 4등까지 1초 안에 다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어요. 2분 5초대에서 금, 은, 동 메달이 다 나오는 거죠. 


최혜라 수영선수


운동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부상관리. 부상을 당하면 운동을 할 수 없으니까요. 어깨가 아파서 킥만 차면 허리에 무리가 올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반대로 허리가 아파서 풀만 하면 어깨에 또 다른 부상이 오죠.


최혜라 선수는 신체 구조상 수영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편인가요?

저는 신체적으로 유리한 게 하나도 없어요. 키도 165cm로 수영선수치고는 작은 편이고 어깨도 크지 않은 편이죠. 제 장점이라면 접영 타이밍, 즉 박자를 잘 맞춘다고 할 수 있죠. 지금까지의 성과는 전부 연습량으로 승부 걸었던 것 같아요.


운동하고 자는 것 말고 하는 게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장 친한 친구들은 누구인가요?

국가대표팀 동갑내기 친구들인 백수연, 정다래, 이재영이에요.


서로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하나요? 다른 선수들이 최혜라 선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 많은 걸 보면 속마음 이야기를 좀처럼 않는 것 같아서요.

제가 원래 혼자 삭히는 스타일이에요. 심지어는 엄마한테도 속 이야기를 다 털어놓지 않아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답답해하시죠.(웃음)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혜라 선수 혈액형이 혹시….

네. A형이에요(웃음)



최혜라 선수 눈 주변에는 물안경 자국이 깊게 남아있다. 수영선수들은 물안경 자국과 이마의 모자자국이 창피하다고 하지만 최혜라 선수의 흔적은 지금까지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최혜라 선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 질문은 진부한 질문이 아니다. 왜냐하면 친한 주변 선수조차 최혜라 선수가 수영 이외의 것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은퇴를 하는 날이 오면 평범한 대학생활과 함께 즐기는 수영을 해보고 싶다는 최혜라 선수.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기에 수영 이외의 삶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보이는 듯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병휘 대학생기자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kurenaib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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