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하는 축구선수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욕심쟁이들
게시일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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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나는 공부하는 축구선수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욕심쟁이 학생선수 를 만나다

올 해 초등학교 5학년인 지성이는 결혼 10년 만에 얻은 금지옥엽 외아들이다. 그런 지성이가 어느 날 갑자가 굳은 표정을 하고 집에 들어와선 “엄마, 할 얘기가 있어요.” 하더니 갑자기 선언하듯 말을 꺼낸다. “저 축구선수의 길로 들어서기로 결심했어요. 학교 코치님이 잘한다고 축구부에 들어오래요. 엄마 운동 열심히 할게요.” ‘덜컹’가슴이 내려앉는다. ‘하나 밖에 없는 내 아들이 공부는 안하고 운동만 하겠다니, 어떻게 해야 하지?’ 지성 엄마는 자식이 하고 싶은 것을 말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운동선수의 길’로 자식을 내몰 수 없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운동선수 길’을 선택한다고 말을 하는 순간 부모는 ‘두 갈래 길’위에서 핸들을 쥐고 있는 운전자가 되고는 했다. 한쪽 길은 ‘공부’ 그리고 다른 한쪽 길은 ‘운동’ 오직 두 가지 길 뿐이었다. 게다가 두 길 모두 좁은 1차로 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부모들은 ‘두 갈래 길’위에서 갈등하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두 갈래 길이 아닌 잘 포장된 공부+운동의 4차선 도로가 뚫렸기 때문이다. 이제 이 도로 위에서 장밋빛 미래를 향해 속도를 올리고 있는 선수들을 만나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그려보자.



공부하는 축구선수가 달릴 수 있는 4차선 도로, 초중고 주말리그


지난 2009년 대한축구협회는 부정적인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서도 초중고주말리그를 실시한다. 성공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출범 3년째를 맞아 리그 자체의 질적, 양적인 성장은 물론 가장 큰 목표였던 ‘공부하는 축구선수’를 양성한다는 목표에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는 사실상 기적의 연속이었다고 보면 된다. 내셔널리즘에 입각하여 스포츠를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가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국제 대회에서 기적을 위해서 가장 먼저 희생되어야 했던 것이 선수들의 학습권이었다. 이미 스포츠의 인프라를 구축해 놓고 선수자원이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 국가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그 들보다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지금 우리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많은 부정적인 결과를 갖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이런 현실에서 주말리그제는 우리나라가 전인적인 인간양성이라는 교육의 목적을 추구함과 동시에 스포츠의 양적, 질적 확대를 이룰 수 있는 좋은 토대임이 분명해 보인다.


※ ‘주말리그제’란?

주말리그제 설명글

‘주말리그제’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경기력 향상을 동시에 도모하기 위하여 도입한 제도이다. 평일에는 학생선수들이 정규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 훈련을 실시하고 경기는 주말에만 실시하여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매 주말 치러지는 경기로 과거 토너먼트 방식의 대회의 문제점이었던 경기 수의 부족에서 오는 경기력 감소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실행되고 있는 제도. 현재는 축구뿐만 아니라 고교야구, 고교 아이스하키 대학 농구, 축구 등으로 확대되어 실시되고 있다.

 

 


‘주말리그제’ 도로를 힘차게 달리고 있는 인천 남동초등학교 축구부


2010년 대한축구협회 모범팀에 선정되고, 동원컵 전국 왕중왕전 대회 3위를 차지하여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욕심쟁이 인천 남동초등학교 축구선수들.

▲ 2010년 대한축구협회 모범팀에 선정되고, 동원컵 전국 왕중왕전 대회 3위를 차지하여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욕심쟁이 인천 남동초등학교 축구선수들. ⓒ 김창희


지난 해 대한축구협회는 2010년을 마무리 하면서 ‘2010 초중고리그’ 특별상을 수여했다. 특별상은 축구 실력뿐만 아니라 학업성취도를 반영해 타의 모범이 되는 팀과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써 팀에게 주어지는 ‘모범팀상’과 학업성적이 우수한 선수에게 수여되는 ‘인재상’이 있다. 그 중 인천 남동초등학교는 전국 왕중왕전 3위라는 우수한 성적과 주전 선수 3명이 전교 1등을 포함해 전교 10등 안에 들 정도로 학업 성취도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여 ‘모범팀상’을 수상했다.


 창단 이 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도 선수들을 공부하는 선수로 양성하고 있는 인천남동초등학교 숙소에 한 면을 차지하는 트로피와 상장들.

▲ 창단 이 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도 선수들을 공부하는 선수로 양성하고 있는 인천남동초등학교 숙소에 한 면을 차지하는 트로피와 상장들. ⓒ 김창희


지난 2001년 창단 한 이래 11년 동안 매 년 전국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축구강호로 떠오른 남동초등학교는 이제 축구강호라는 이름 앞에 ‘공부 잘 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 것 같다. 전교 10등내에 3명의 학생이 있는 축구부. 그 비결을 알아보자.



남동초등학교가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남동초등학교 이현규 감독


남동초등학교 이현규 감독과 선수들


Q. 유소년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데요. 유소년 지도자로써 선수들을 향한 자신만의 지도 철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유소년 시기는 장래를 위해서 투자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술적인 것 보다는 개인적이 기술을 위한 지도를 많이 하고 있어요. 전술은 유소년 시기를 지나 청소년 시기에 배워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유소년 시기에는 전술을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개인적인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Q. 지금 말씀 하신 것은 선수들의 운동과 관련된 생각이었는데, 그럼 선수 이전에 학생인 선수들을 지도해야 하는 입장에서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학생의 본분을 지켜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운동을 그 다음이 되어야 합니다. 저희 학교가 모범학교로 뽑힌 이유도 항상 선수들에게 수업에 충실하도록 지도를 하고 있고 반드시 모든 수업을 마친 후에 운동을 하는 것이 이유라고 생각을 해요. 또 선수이전에 학생이라는 사실을 항상 주지시키고 있어요.


Q. 공부하는 선수양성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것을 위해서는 우선 학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에는 학교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금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선생님들께서도 많은 노력을 해주시고 계신데요. 축구선수들을 위해 선생님들께서 방과 후에 특별 과외 식으로 학업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교육을 해주시는데 그럴 경우에는 그 학생은 운동보다 뒤쳐진 학업을 보충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운동에서 제외를 시켜 우선 공부를 하고, 일정부분 학업을 성취한 후에 다시 운동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반 학생 친구들과 동일하게 학교의 모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학생의 본분을 다하는 선수들. 태도는 오히려 더 좋아 보인다.

▲ 일반 학생 친구들과 동일하게 학교의 모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학생의 본분을 다하는 선수들. 태도는 오히려 더 좋아 보인다. ⓒ 김창희


Q. 그렇다면 ‘주말리그제’가 공부하는 선수양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네. 유소년의 경우에는 상당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주말리그를 중학교 까지는 선호를 하는데 그 이유는 학생들은 중학교 까지는 분명히 공부와 운동을 병행을 해서 가야지만 나중의 진로를 선택을 현명하게 또 좀 더 폭 넓게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주말리그는 개인적으로 도입이 잘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Q. 일부 지도자들은 주말리그제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등의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죠. 국책사업으로 큰 틀을 마련한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고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보완점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런 점은 현장에 나와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죠. 그 틀만 잡아놓은 것만으로는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현장에서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때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주전 선수이자 평균 90점을 넘는 욕심쟁이 선수들.

▲ 주전 선수이자 평균 90점을 넘는 욕심쟁이 선수들. ⓒ 김창희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축구선수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그 누구보다 ‘운동만 하는 운동선수’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기 욕심쟁이 선수들의 해맑은 미소가 너무나 기뻤다.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의 선수들도 이 선수들처럼 욕심쟁이가 되어서 해맑은 미소를 지었음 하는 바람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우리나라가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이 아니라 세계 스포츠 10대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


미국 대통령을 지냈던 조지부시는 예일대학교 시절 야구부주장이었다. 또 현재 대한축구협회 분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4명의 변호사 중 2명은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축구선수활동을 한 사람들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조지부시처럼 운동선수가 대통령이 되고 또 은퇴 후에 변호사로, 의사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들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Why Not? 누가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공부하는 운동선수들의 희망찬 미래를 다 같이 그려보자.


 

문화체육관광부 김창희 대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socceron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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