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하나 되는 밤, 제29회 세계 춤의 날 현장
게시일
2011.05.09.
조회수
4265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2-3704-9044)
담당자
이유진

 제29회 세계 춤의 날 현장, 춤으로 하나 되는 밤

4월의 마지막 금요일, 춤과 음악이 있는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클럽일까? 아니다. 그곳은 힙합에서 발레 예술 무용까지 모든 ‘몸짓’이 춤이란 이름으로 모인 「2011 세계 춤의 날」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이다. 당초 벼락을 동반한 궂은 날씨가 29일 밤에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하늘도 춤을 사랑했던지 행사 내내 선선한 날씨를 보였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직후, 거짓말처럼 예상했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계 춤의 날


유네스코는 4월 29일 ‘세계 춤의 날’로 지정해 매해 전 세계 곳곳에서 행사를 열고 있다. 2월 29일은  근대 발레 체계의 확립자인 장 조르주 노베르(Jean-Georges Noverre)의 생일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인물이지만 장 조르주 노베르(Jean-Georges Noverre)는 ‘발레 닥시옹(Ballet d'Action)’이라는 스토리를 춤과 팬터마임으로 전개하는 발레를 창시했다. 또 발레 의상에 대한 혁신도 이뤄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광주, 인천, 부산 등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이 날을 기념한 축하 행사가 열렸다.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춤의 날’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전 세계 유명 인사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특히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안무가로 손꼽히는 안네 테레사 더 키에르스매커(벨기에)가 “춤은 우리의 인간다움을 축복한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춤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춤의 ‘소통’의 기능을 강조했다. 작년에는 세계적인 발레리노 훌리오 보카가 기념 메시지를 통해 춤을 통한 인류의 행복과 화합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날 지구 반대편에서도 같은 주제로 ‘세계 춤의 날’ 행사가 열렸다.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인도, 러시아, 미국 등 1백여 개의 나라에서도 춤을 주제로 소통하는 몸짓을 하고 있었다. 국제무용협회 세계본부는 2011 세계 춤의 날 행사에 대한 지침으로 ‘열린 공간에서의 춤’을 강조했다. 회장 알키스 라프티스는 “춤은 자연과 긴밀히 연결된 욕구”라며 “춤을 위해 헌정된 이 날에 우리의 춤을 모든 사람과 공유하자”고 말했다. 춥더라도, 비가 오더라도, 바닥이 춤을 추기에 부적절 하더라도 춤의 소통의 기능을 살려보자는 취지다.



누구나 춤출 권리가 있다


작년 ‘녹색’ 테마에 이어 올해는 ‘오렌지색’이 행사의 드레스코드였다. 서울광장의 푸른 잔디 위에 오렌지 겹쳐져 있는 가운데 신나는 라인댄스(Line Dance)를 시작으로 광장전체가 달궈졌다. 곧 이어 저 6시가 되자 행사를 주최한 ‘세계 춤의 날 조직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후원) 위원장 김영수(전 문광부 장관), 김혜식씨의 개막 선언과 함께 본격적인 음악과 춤이 시작됐다. 화려한 무대와 음악에 지나가던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 모두 광장 가운데로 모여 들었다.  


2011 세계 춤의 날 행사

 

이번 행사의 사회를 본 뮤지컬 배우 남경주 씨는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했다. 그는 “여러분, 흥이 나십니까? 그렇다면 일어나서 같이 추셔도 좋습니다”라며 “누구나 춤출 권리가 있습니다!”고 외쳤다. 남경주의 힘찬 외침과 함께 한국나사렛대학교 태권도학과의 절도 있는 ‘태권탈춤’과 격파 시범이 첫무대를 장식했다. 화려한 발차기 군무는 외국인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뒤이어 펼쳐진 툇마루무용단의 ‘해변의 남자’는 15명 남짓의 남자들이 익살스럽고 신나는 춤으로 관객들의 흥을 돋궜다.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에도 무대 아래에서도 춤을 추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공연 팀들도 있었고 지나가다 신이 나서 몸을 흔드는 사람도 있었다. ‘세계 춤의 날’이란 테마 앞에서 서울 한복판에서 추는 춤은 자유로울 뿐이었다.


제29회 세계 춤의 날 현장

 

선화예술학교 학생들의 예쁜 공연과 경기도 김포 통진중학교의 ‘통진 어울림 탈춤 한마당’공연은 바라보는 관객의 미소를 자아냈다. 특히 김포 통진중학교의 공연은 학교 수업의 ‘표현활동’에서 시작해 완성된 공연이었기에 더 큰 감동을 남겼다. ‘엄마와 딸 커뮤니티 댄스는’ 많은 사람의 관심 아래에서 시작됐다. 커뮤니티댄스란 일반인들이 몸짓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인간관계의 아픔을 치유하는 예술 활동이다. 안무가 한나 브로테루스 지도아래 이날 펼쳐진 공연은 엄마와 딸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이해하며 사랑하는 모습을 춤으로 표현했다. 특히 구겨진 종이를 입에 물고 멍하니 서있는 어머니들의 모습에선 관객들의 진지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무대는 육완순 수퍼스타무용단의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에서 ‘수퍼스타’로 장식했다. 화려한 무대를 끝으로 B-boy들의 힙합 댄스와 오렌지 색 티셔츠를 입고 추는 라인댄스가 펼쳐졌다. 저녁 9시를 훌쩍 넘긴 늦은 시각에 서울광장에서 시민과 공연단 모두 줄을 맞춰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멋진 광경이 펼쳐졌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또 피부색과 국적에도 제한이 없는 시간이었다. 심지어 공사장 위의 인부들마저도 흥겹게 춤을 추기도 했다.



소통의 도구, 몸짓의 언어 춤


과감하게 몸을 흔드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일부 어르신들에게 춤을 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선 다양한 춤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뭉쳤기에 무릎과 고개가 들썩거리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소통의 도구, 몸짓의 언어 춤

 

공연 시작 전부터 광장 한복판에서 홀로 술을 마시던 50대 중반의 남성이 눈에 띄었다. 공연 시작 전에는 밝은 낮에 술기운에 춤을 추니 우스꽝스런 존재로 인식됐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뒤 그 아저씨는 B-boy와 어울린 가운데 무대 위에서 신나게 춤을 추며 주인공이 돼 있었다. 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그것을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이었다. 오늘 소개팅을 했다는 강규형씨(27)는 “오늘 만난 이 친구하고 이 공연을 본 후 부쩍 더 친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초면인 사람들끼리도 서로 마주보고 웃고 이야기 하는 모습이 자주 발견됐다. 같이 춤을 추는 마당에 낯을 가릴 것도 민망해 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소통의 도구, 몸짓의 언어 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이해하려 한다면 춤이 있는 곳으로 가라. 안네 테레사 더 키에르스매커의 말처럼 “춤은 모두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소심한 고갯짓과 무릎 반동만이라도 좋다. 그 작은 움직임마저도 ‘춤’이란 이름으로 옆 사람과 이어주는 고리가 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조병휘 대학생기자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kurenaib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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