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씨, 봄이 그렇게 좋아요?

이상 씨, 봄이 그렇게 좋아요?

저/역자
성재림
출판사
루이앤휴잇
출판일
2017.4.11.
총페이지
200쪽
추천자
이근미(소설가)

도서안내

황사와 미세먼지에 점령당한 요즘, 80~90년 전 봄날이 궁금하다. 이상, 김유정, 정지용, 채만식 등 한국문단에 길이 남을 작가 스무 명이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신문과 잡지에 쓴 봄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이상의 ‘밤섬이 싹을 틔우려나 보다’‘얼음이 아직 풀리기 전 어느 날, 덕수궁 마당에 혼자 서 있었다’는 문장을 대하면 괜히 뿌듯해진다. 천재 작가가 우리가 아는 그곳을 오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잡지 글자가 작아 안경 쓴 학생이 늘어난다고 걱정하는 이상의 모습에서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아이들 때문에 수심 깊은 우리가 보여 반갑다. 방정환은‘봄이다! 봄이다! 누가 방안에 엎드려 있느냐. 나아가 뛰라. 그대가 이 터의 주인인 새파란 젊은이가 아니더냐’라며 독자를 부추긴다. 일제강점기에 발표된 글들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행간의 의미를 찾게 된다.‘아침에 일어나 보니 책상머리의 잉크가 얼었다’는 최서해의 글에서 방안까지 얼게 한 그 시절 꽃샘추위에 가슴이 에인다. 여운형은 사무실로 몰려온 아이들과 장충단으로 가서 미끄럼도 타고 흙장난도 하다 눈덩이 아래 새파란 풀이 솟아난 걸 발견했다고 썼다. 독립운동가가‘아이들이 나를 가장 친하고 만만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고백할 때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 작가들의 삶을 통해 그 시절 생활상과 고민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선물이다. 문명이 조금 더 발달한 것과 공기가 많이 탁해진 것 외에, 탁월한 선배들의 삶이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서 괜한 위안을 받는다. 정지용은‘노인이 꽃나무를 심는 것은 무슨 보람을 위하심이오니까’라고 묻고는‘노년과 꽃이 서로 비추고 밝은 그 어느 날 나의 나룻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니, 나머지 청춘에 다시 설레나이다’라고 답한다. 봄은 설레어야 제격이다. 활짝 피어나자!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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