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뒷마당의 제국

내 뒷마당의 제국

저/역자
매니 하워드/ 남명성
출판사
시작
출판일
2010.07.02
총페이지
346쪽
추천자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도서안내

이 진귀한 책을 읽기 위해서는 약간의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먼저 푸드마일(foodmile). 1991년 런던 시티대학의 팀 랭 교수가 만든 이 용어는 먹을거리가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이르는 이동거리를 뜻한다. 먹을거리는 사는 곳에서 키우고 만든 음식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산한 것보다 낫다는 전제에서 이 개념이 나왔다. 유기농이라고 해도 160킬로미터 바깥이면 별로 좋지 않다. 다음은 로커보어(Locavore). 지역을 뜻하는 ‘Local’과 라틴어 ‘먹다’의 ‘vore’의 합성어다. 앞서 말한 푸드마일의 실천자 그룹으로, 자신이 사는 주변 지역에서 난 먹을거리를 섭취하려 애쓰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마지막으로 웬델 베리(Wendell Berry). 미국의 시인이자 농부, 문명비평가이다. ‘삶은 기적이다’ ‘나에게 컴퓨터는 필요 없다’ 등의 저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땅이 제대로 쓰이려면 땅을 쓰는 사람이 땅을 잘 알아야 하고, 땅을 잘 쓰겠다는 마음이 커야 하고, 땅을 잘 쓸 시간이 충분해야 하고, 땅을 잘 쓸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명문을 남겼다. 이 정도면 책의 성격을 짐작하는 데 어렵지 않겠다. 뉴욕에서 요리평론가로 이름을 날리던 저자가 로커보어를 자처하면서 푸드마일 실험에 도전했다. 직업으로 미뤄 음식에 일가견이 있고, 도심에 살면서 가장 가까운 곳의 식재료를 추구하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집 뒷마당에 눈길이 꽂혔다. 마당을 갈아엎어 농사를 짓고, 축사(畜舍)를 손수 지어 가금(家禽)을 기르면서 진행한 농장 6개월 프로젝트의 결과는? 참담한 실패다. 교본을 따라 해도 이상하게 작물은 자라지 않았고 가축은 쉽게 배반했다. 토네이도가 농장을 때려 쑥대밭을 만들었다. 그런 곡절 끝에 첫 만찬에 올라온 찬거리는 구운 닭 반 마리와 콜라도 그린(Collard green, 배추 비슷하게 생겼다), 토마토 세 조각. 땅의 정직함, 계란 하나와 가지 한 조각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책 중간 중간에 배치된 사진이 실험의 치열함을 말해준다. 배수로를 확보하기 위해 가슴팍까지 구덩이를 파는 모습, 닭을 잡아 털을 뽑아 요리하는 장면 등이 서바이벌 게임의 치열함을 말해준다. 가장 극적인 후일담은 아내에 대한 감사의 글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음에도 히스와 제이크를 품에 안고 떠나지 않은 아내가 고맙다”. 마당에서 뛰노는 닭을 보기는커녕 고구마 하나 제 손으로 캐보지 않았으면서 식탐에 젖은 사람이 읽으면 쿵∼ 감동이 내려앉을 책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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