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성자

소금 성자

저/역자
정일근
출판사
산지니
출판일
2015.09.22.
총페이지
102쪽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도서안내

『소금 성자』는 30년 전, 정일근 시인이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를 다시 띄워주는 한 통의 편지 같다. 그 편지에는 기다림과 그리움의 언어들이 가득하다. 더불어 삶과 죽음을 껴안는 따뜻한 서정도 흐르고 있다. 희망도 명료하다. 시집에 온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누구나 그의 시가 여전히 따뜻함을 잃지 않고 있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시단의 서정과 그 궤적을 같이 하고 있는 정일근 시인의 성숙된 시적 매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 이 시집이 우리에게 주는 독서의 기쁨은 남다르다. “비단벌레차가 천 년 전에 출발했든 천년 후에 도착하든 조급하지 마라 신라가 나에게 오는데 천년이 걸렸다(「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경주 남산」에서)”라고 노래하는 시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제법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삼동 얼음 낀 생선들 서로 포개져 언 몸뚱이 녹이고 있”는(「따뜻한 사진」에서) 풍경과, “바람길 따라 에두른 돌담 위로 노란 등불 맑게 켜지는 밤”(「수세미꽃이 있는 풍경」에서)을 통해서는, 추위 속에서도 체온을 잃지 않는 삶의 의미뿐만 아니라, 시인과 함께 추억을 걷는 동행자로서의 감흥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또한“소금이 무한량으로 넘치는 세상/ 소금을 선물로 받아/ 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 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먹는 사람이 있다”(「소금 성자」에서)라는 작품과, “최상의 맛은 한 점이면 족하다// 행여 욕심에 한 점 더 청하지 마라/ 그 때부터 맛은 식탐일 뿐이니”(「맛」에서) 라는 시에서는, 일상의 경험을 주옥같은 가르침으로 빚어낸 솜씨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응달에 쑥 수북하다, 산수유꽃 터진다// 은현리의 가르침, 부지런히 별 찾아/ 청솔당 문 앞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새마다//봄까치꽃, 별꽃 스스로 지천이다.”(「우수서 경칩까지」에서)라는 시편도 정밀히 들여다본다면, 행간에 살아 있는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의와 더불어, 하찮은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시인이 제 피 찍어 시 한 편 쓰지만/ 마침표는 죄의식처럼 찍어야 한다(「마침표」에서)”는 정일근의 독백처럼,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수행성 혹은 존재 이유를 ‘삶의 미궁에서 궁극의 시’를 찾는 시인의 역할에 충실하리라 믿는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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