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저/역자
마종기
출판사
비채
출판일
2010.05.11
총페이지
264쪽
추천자
신경숙(작가)

도서안내

마종기 시작(詩作)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의 첫 장을 열면 저자의 서문에 시선을 두게 된다. ‘내가 낳지도 않고, 평생의 절반도 살지 않은, 그러나 언제나 내 삶의 중심에서 나를 지탱해준 조국, 세상의 모든 비바람을 피해 늘 의지해온 내 조국에게 오래 다져온 사랑과 그리움으로 이 책을 삼가 바칩니다.’ 작가에게 조국은 모국어라고 했던 이는 얼마 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이다.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시인에게 조국은 더욱 더 모국어일 터이다. 이 말에 비추어 본다면 시력 50주년을 맞이해 출간된 이 책을 조국에게 바친다고 했으니 결국 이 책에 들어있는 시와 에세이들을 그는 한국어에게 바친다고 쓰고 있는 거라고 나는 읽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은 1966년에 이 땅을 떠나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간절한 이정표 같은 아름다운 시들을 썼다. 그는 ‘내가 시를 안 썼으면 아직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숨긴 채 스스로 선한 50편의 시에 담담하게 시의 뒷이야기를, 혹은 시가 탄생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시가 지어지는 바로 순간의 이야기를 시 옆에 펼쳐놓았다. 격렬하고 비통하기도 한 그의 자전을 통해 우리 굴곡 많은 현대사의 형편들을 알게 되는 것과 동시에 국경 너머의 세계를 접하다 보면 어찌된 셈인지 ‘외국에서 평생의 대부분을 살고, 외국어를 일상어로 쓰면서 모국어로 수백 편의 시를 써’ 온 그를 통해 오히려 한국어의 정서와 그늘과 뿌리와 소슬함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그에게 모국어는 두고 떠났던 그 모든 것들의 영혼을 대신하는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고, 그에게 시를 쓰는 일은 또 하나의 시간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모국어로 살아가는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랬기에, <하룻밤을 더 모으면 이슬이 고일까,/ 그 이슬의 눈을 며칠이고 보면/ 맑고 찬 시 한편 건질 수 있을까,/ 이유 없는 목마름도 해결할 수 있을까. -「이슬의 눈」 中에서->와 같이 투명한 시를 우리가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슬은 아침이 되어서야 맑은 눈’을 뜨고 ‘간밤의 낙엽을 아껴’ 준다고 쓰는 한 시인의 시력 50년을 기념해 엮은 오십 편의 시와 오십 편의 이야기가 이 여름의 더위를 누그러뜨려주기를.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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