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저/역자
김숨
출판사
현대문학
출판일
2013.04.26
총페이지
320쪽
추천자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도서안내

이 책은 모든 것이 침으로부터 시작되고 끝이 난다. 침의 정상 분비량은 1분당 0.6㎖, 시간당 36㎖, 하루 1ℓ에서 1.5ℓ 정도이다. 그런데 평소에는 거의 의식하지 못하지만, 막상 결핍되면 심각한 장애와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 바로 침이다. “있는 듯 없는 듯 드러나지 않는 존재감”과 “하찮게 취급되는 비중이나 가치”라는 면에서 침과 비슷한 시어머니가 있다. 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하던 며느리는 직장에서 해고되자 “입주 보모”처럼 살림과 육아를 전적으로 도맡아주던 시어머니를 내쫓으려 한다. 마치 침처럼 뱉어버리려는 것이다. 사실 시어머니의 침이 마르기 시작한 것은 손자의 이마에 난 상처에 침을 발라주었을 때 며느리로부터 받은 멸시와 모욕 때문일 수도 있다. 며느리는 사막처럼 건조해진 일상과 가족 관계를 초래한 시어머니와 자신은 교배가 불가능하도록 생식적으로 “분리된 종”이라고 생각한다. 종이 진화하면서 분화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자식과 부모사이에서도 이득을 따져야 당연할 만큼 세상이 바뀌었어도, 자신과 며느리의 관계는 서로 밀접하게 결합되었기에 하나처럼 보이는 “이중 생물”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이나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이 두 ‘여인들’은 공히 인류 최초의 어머니인 ‘루시’처럼 멸종 직전의 “화석 인류”에 가깝다는 진실이다. 작가는 자본의 논리 속에서 쓸모없는 잉여적 존재로 취급받기 쉬운 여성들의 모성과 노동을 양가적인 침의 상징성으로 녹여냄으로써 보편성과 개별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이 소설 자체가 이윤과 효율을 강조하는 자본주의의 논리 속에서 진화에 대한 맹목과 공생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처절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에 대한 리얼하고도 불편한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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