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화위원회

불멸화위원회

저/역자
존 그레이/김승진
출판사
이후
출판일
2012.10.18
총페이지
300쪽
추천자
이현우(인터넷 서평꾼)

도서안내

과학은 미신에서 벗어나는 데서 시작됐다?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존 그레이의 <불멸화위원회>는 이러한 통념을 가차 없이 뒤집는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합리론에 대한 거부에서 과학적 탐구가 시작되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연금술에 대한 뉴턴의 집요한 관심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합리적 경험론은 마법에 대한 관심과 함께 진행됐고 주술로부터도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저자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죽음에 맞서기 위해 동원된 과학의 사례를 통해서 과학이 어떻게 주술과 다시금 결합했는지 자세히 살핀다. 당시 영국과 러시아의 근대적 인간은 비록 종교는 부정했을지라도 불멸에 대한 종교적 믿음마저 폐기하지는 못했다. 종교적 믿음 없는 불멸은 어떻게 가능한가? 바로 과학을 통해서다. 영국의 사회적 명사들은 영혼이 육체의 죽음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걸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애썼고, 러시아 볼셰비키의 한 분파인 건신주의자들은 인간이 죽음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한 믿음은 레닌의 사체를 영구 보존하기 위해 ‘불멸화위원회’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서, 곧 인간이 신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새로운 인간’으로 개조될 필요가 있었고, 그러한 혁명적 개조의 실험은 수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삼게 된다. 매우 인간적인 욕망처럼도 보이지만 불멸을 향한 꿈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우면서 부조리한 시도로 귀결되는지 저자는 신랄하게 보여준다. 휴머니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자이기도 한 그는 ‘그대 아직도 불멸을 꿈꾸는가’란 물음과 함께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질문하게끔 만든다. 12월은 존 그레이와 함께하는 성찰의 시간이어도 좋겠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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