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카메라 산책

경성, 카메라 산책

저/역자
이경민
출판사
아카이브북스
출판일
2012.08.31
총페이지
293쪽
추천자
이주은(성신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도서안내

모던하다는 말은 과거 소수에게만 열려있었던 기회가 모두에게 열렸으며,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그 시대의 유행과 취향을 한껏 만끽하게 되었다는 뜻을 품고 있다. 서울이 구경거리가 많은 모던한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때는 1930년대 전후이다. 박람회가 열리고 새로운 도시설계가 이루어졌는가 하면, 멋쟁이들을 꾸며주는 미용실이 등장하고 카페와 야시장 등 밤의 문화도 꽃피었다. 사람들은 도서관 뿐 아니라 기차나 승합차 등 곳곳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였고, 대학로에는 엘리트 의식으로 충만한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삶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던 남녀는 드디어 자유롭게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섣부르게 찾아온 자유연애는 투신자살 등 비극을 낳기도 했다. 사람들은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느라 흥분되어 있었으며, 동시에 사라져가는 전통의 모습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쉽게 왔다가 쉽게 떠나는 지조 없고 덧없는 감정들로 인해 눈은 풍요로웠지만 마음은 허한 시기였다. 물론 전통과 모던화의 충돌지점에는 조선을 식민화하기 위한 일본의 정치적 음모가 배후에 놓여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모던한 문화적 감수성이 싹트고 있었던 옛 서울이며, 당시 사진과 신문기사들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서울 사람들의 발랄한 일상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해방 이전의 서울에 내려 그 시절 거리를 산책하듯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오늘날 우리에게 내면화되어 있는 감수성들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 시기 서울은 신사와 카페여급, 남녀 학생과 건달패, 아이 딸린 할머니와 젊은 아씨, 망건 갓에 꼬부랑 지팡이를 끄는 시골 노인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붐비는 인간 진열장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볼거리가 되고, 욕망이 꿈틀거리는 옛 서울로 안내하는 여행서 같은 책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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