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저/역자
지그문트 바우만 / 조은평, 강지은
출판사
동녘
출판일
2012. 8. 14.
총페이지
399쪽
추천자
마인섭(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도서안내

“액체근대(liquid modernity)”로 알려진 사회학자 바우만이 점점 더 불확실해져 가는 현대세계의 불안한 삶을 조명하였다. 초기 근대가 고착, 안정, 단조로움, 규칙성, 반복성, 예측가능성을 가진 질서정연한 것이라면 액체근대 혹은 유동하는 근대는 변화, 불안정, 복잡함, 비규칙성과 무질서를 특징으로 한다.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의 자유는 불편하고 위험하여 “축복으로 위장한 저주”일 수 있다. 이것이 바우만이 본 유동하는 근대의 디스토피아적 모습이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나 레오 스트라우스의 “전대미분의 무능을 동반한 전대미문의 자유”와 같은 맥락이다. 이 책은 바우만이 그의 유동하는 근대의 불안한 삶이라는 관점에서 세대차이, 온라인과 트위터, 프라이버시, 소비, 유행, 불평등, 교육, 공포, 종교, 운명과 성격 등의 일상의 주제를 읽기편한 문체로 쓴 44개의 편지이다. 몇 가지 흥미로운 편지를 보자. 액체근대의 세대 차이는 고체근대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한 세대의 지혜와 가치가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과정에서의 세대 차이가 아니라 “정상상태”에 대한 세대 간의 가치와 삶의 방식이 공약 불가능하고 유전되지 않는다. 세대 차이를 성장과 성숙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들로 간주한다. 온라인에서의 “정체성”은 “가벼운 외투”처럼 “언제든 처분 가능한” 것이 되었고, 사회적 유대관계는 장기적이고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접속”을 유지하는 것이다. “빠르고 쉽고 문제없는 ‘만남’”을 통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트위터로 인간관계의 “친밀함과 심원함, 영속성이 상처를 입게 되었다.” 열심히 구애할 필요도 없이 상대를 피자 주문하듯 하는 인스턴트 섹스 웹사이트도 생겨났다. “유행은 우리의 생활양식을 영구히 끝날 줄 모르는 혁명이라는 양식 안으로 내던져버리고,” 이것은 “결국 인간 조건이 소비시장을 통해 식민화 되고 착취되는 과정”이다. 유동하는 근대에서 인간은 고독할 수 있는 시간조차 빼앗겨 버렸다. 첫 편지에서 바우만은 “고독은 ... 사람들로 하여금 창조할 수 있게 하는 ... 숭고한 조건”인데 “결국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쳐나가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고 쓰고 있다. 액체근대의 불안한 삶에 대한 흥미로운 진단에도 불구하고 바우만은 이 불안을 해소할 구체적인 지혜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액체근대”에서 비판이론의 새로운 임무가 사적영역에 의해 식민화된 공공영역을 해방시키고 수호하여 공적 공간을 정비하는 것이라고 한 것은 의미 있는 해법의 실마리이다. 그런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규범과 질서라면 도대체 끊임없이 변화하는 녹아내리는 액체근대에 어떻게 이 규범과 질서에 부여할 수 있을까?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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