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숲에 갔다

서쪽 숲에 갔다

저/역자
편혜영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12. 6. 22.
총페이지
365쪽
추천자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도서안내

숲의 관리인으로 일하다 사라진 형이 있다. 동생이 그 형의 행방을 찾아 숲으로 간다. 그런데 변호사인 동생도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죽고 만다. 형의 후임 관리인도 그 형제의 행방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숲의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 하지만 그 또한 숲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숲은 어둡고 깊다. 검은 벽 같기도 하고 깊은 미로 같기도 하다. 어쩌면 이들에게 일어난 사건이나 사고는 숲이 있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온갖 음모와 술수의 일부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마치 숲 속에서 대규모로 불법 벌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나,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살인과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망상이자 루머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이성이나 판단력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암시되어 있듯이 “하나의 진실이 있으면 어디에든 또 다른 진실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이 소설은 탐정물이나 추리물이 아니다. 스릴러는 더욱 아니다. 오히려 사실과 가능성, 현실과 환상, 불법과 적법, 오해와 이해, 본능과 의지 사이를 오가면서 펼쳐지는 판타지에 더 가깝다. 이 소설에서 답변이 아니라 질문이,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가 범인인가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고 그것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이 더 중요하다. 악무한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의 심연이나 숨기고픈 무의식의 심연, 상처와 불안으로 점철된 우리 인생에서 숲은 어디에서도 입을 크게 벌리고 있고, 누구나 그 숲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 ‘숲’은 존재가 아니라 사건이다. 배경이 아니라 인물이다. 그런 숲에 있는 상태가 아니라 그런 숲을 스스로 찾아 가는 행위가 바로 인생이자 인간의 조건임을 이 소설은 불온하게 전해 준다. 언제나 입구가 곧 출구이기도 하니까.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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