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개구리

저/역자
모옌/ 심규호 외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12. 6. 29
총페이지
538쪽
추천자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도서안내

우리에게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이자 2011년 만해대상 문학부문 수상자로 잘 알려진 모옌의 장편소설 『개구리』는 197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지금까지도 중국인들의 삶에 고통을 주고 있는 ‘계획생육’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한 가족 한 자녀’라는 모토 아래 무리한 인구 억제 정책을 위해 임신중절 수술과 정관 수술을 담당하며 “살아있는 염라대왕”이라는 악명을 떨친, 주인공의 고모를 통해 인권(人權)과 국권(國權), 집단과 개인의 갈등을 현실의 장(場)에서 리얼하고도 구체적으로 묘파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압권은 주인공 ‘나’(샤오파오)가 지닌 모순적 위치이다.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첫 번째 아내와 뱃속 아이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계획생육 제도의 피해자였다가, 소설 후반부에는 불임이던 두 번째 부인의 주선으로 대리모를 통해 불법으로 아들을 갖게 되는 위반자로 그 위치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그 어떤 제도의 정당성이나 현실 논리보다 우선하는 생명의 절대성과 인성(人性)의 복잡성을 강조한다.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쓴다’를 모토로 내세우면서 ‘당위’가 아닌 ‘본성’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에 접근하고 있는 작가의 뛰어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소설의 제목 ‘개구리(蛙)’는 엄청난 번식력을 상징하는 개구리의 특성과 연관됨과 동시에 인류의 시조인 ‘여와’의 발음과도 통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원초적 생명력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연잎에 앉아 곤충이 나타나길 기다리다가 잽싸게 뛰어올라 낚아채는 개구리처럼 일필휘지로 글을 쓰는 작가의 문학에 대한 자세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좋은 문학이란 역사를 통해 인간을 말하는 내시경이자 남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거울임을 확인시켜 주는 수작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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