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한 인생

태연한 인생

저/역자
은희경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12.6.11
총페이지
268쪽
추천자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도서안내

문학을 하는 이유는? 연애를 하는 이유는? 죽지 않고 사는 이유는? 서로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은희경의 신작 소설 『태연한 인생』에 의하면 일단 ‘문학-연애-인생’ 모두 별것 아닌데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를 믿지 않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달리 무엇을 믿는단 말인가.”(72쪽) 이런 세계관에 어울리는 연애가 소설 속에 당연히 등장한다.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작가와 분열적이고 신비적인 여자가 만나서 하는 연애는 열정적이지만 기만적이기도 하다. 열정이 곧 기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희경은 은희경답(지않)게 이런 연애의 패턴을 개인화하면서 거기에 고유성을 부여한다. 이 소설이 ‘나쁜’ 소설에서 ‘불편한’ 소설로 바뀌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겉만 읽으면 반만 읽는 것이다. 10년 전에 헤어진 이들을 다시 만나지 않도록 하면서 끝나는 이 소설은 이런 태연함이 얼마나 어렵게 얻은 상처에 대한 방어이자 면역인가를 절실하게 전해 준다. 우리가 천년을 살면 태연할 수 있다. 하지만 기껏 백년을 사는 우리들은 태연한 척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낙관은 인간이라는 유한한 존재에게 주어진 작은 쾌활”(265쪽)이다. 그러니 태연함은 태연하지 못할 문학과 연애와 인생에 바치는 영원한 농담이자 소문인 것이다. 함께 있으면 고통이고 혼자 있으면 고독이다. 하지만 함께 있어도 고독을 느끼거나 혼자 있을 때 고통을 느낀다면 좀 더 태연한 척할 필요가 있다. 소설 속에 인용되고 있듯이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허연, 「일요일」중에서) 최소한 이 소설을 읽으면 문학-연애-인생에서의 상실을 경험하게 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게 된다. 이 소설이 레드북이 아닌 블루노트인 이유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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