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연대기

내 어머니의 연대기

저/역자
이노우에 야스시/ 이선윤
출판사
학고재
출판일
2012.5.2
총페이지
232쪽
추천자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도서안내

일본의 국민작가인 이노우에 야스시의 자전적 소설인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꽃나무 아래에서」, 「달빛」, 「설면(雪面)」등 5년마다 발표한 3부작 속에서 각각 80살, 85살, 89살인 ‘나’의 어머니는 서서히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해설에서 인용되고 있는 E. M. 시오랑의 “인간은 죽음을 수락하기는 하지만 죽음의 시기를 수락하지는 않는다. 언제 죽어도 좋다. 단, 반드시 죽어야 할 때는 빼고!”라는 냉소적인 말에서처럼 죽기에 좋은 때는 없다. 그렇다고 죽지 않는 인간도 없다. 여기서 ‘나’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성찰이 빛을 발한다. 나이가 들어간다거나 치매를 앓는다는 것은 중요한 것을 잊는다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것을 잊는 것에 다름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나’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혼란스러운 기억이나 혼재된 감정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치매 노인 간병의 현실적 어려움이나 모성의 위대함에 대한 단순한 재확인이 아니었을 듯하다. 오히려 예외 없이 죽음에 직면해야 하는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졌던 시간과 돌아가야 할 시간의 교차와 반복이 아닐까. ‘아이로 되돌아가 죽는다.’는 말은, 때문에 태어났던 때처럼 본능에 충실했던 자기만의 세계로 돌아가 진정한 고독 속에서 죽음조차도 혼자 치러야 한다는 숭고한 전언(傳言)으로 들린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그때 나는, 어머니는 길고 격렬한 전투를 혼자서 치르고 싸움이 다 끝난 뒤 몇 개의 뼛조각이 되어 버렸다.”인 것도 이와 연관될 것이다. 어머니의 이야기란 모든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고, 죽음의 문제란 시간의 문제라는 것을 냉정하면서도 관조적으로 말하고 있는 수작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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