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위풍당당

저/역자
성석제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12.4.9
총페이지
263쪽
추천자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도서안내

성석제가 귀환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성석제의 ‘웃음’이 귀환했다. 1980년대의 무거움에서 탈주한 1990년대의 작가로 주목받으면서 ‘제가 써놓고 제가 웃는다’라며 능청을 부렸던 작가의 재미나는 이야기가 최신작 『위풍당당』에서 다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창작한 최근작들의 무거움에서 벗어나 “입담계의 아트이자 재담계의 클래식”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소설의 진경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진 마을에 사는 주민들과 우연히 부딪히게 된 조폭들과의 싸움에서 자신들의 삶과 터전을 지키려는 소동극을 그린 이 소설이 이토록 우스운 이유는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싸움, 싸움다운 싸움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혈연이 아닌 상처로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인공가족이 된 사람들은 수직적 위계가 아닌 수평적 연합 속에서 분뇨나 벌침, 군불 등으로 조폭들을 제압한다. 허점과 실수투성이인 조폭들 또한 전국구 수준의 조폭들이 아니기에 이들의 원시적인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가해자나 피해자의 구분도 모호하고, 모두가 모자라는 인물들이기에 이들의 싸움을 볼라치면 어처구니없음만이 있을 뿐이다. 이로써 작가는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의 허구성과 이성 중심의 진지함에 선방을 날린다. 고진감래(苦盡甘來)가 아닌 흥진비래(興盡悲來), 즉 아홉 스푼의 웃음에 한 스푼 정도의 슬픔을 통해 작가는 궁극적으로 생명을 중시하면서 자연인으로 살아가기 힘든 포스트모던 비극을 조망한다. 조폭들보다 더 ‘위풍당당’한 불도저, 포클레인, 덤프트럭들이 ‘강이다. 강’이라는 결말의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웃을 수 있고, 작가 성석제만이 최고의 경지에서 웃으면서 화를 낼 수도 있다. 이 소설이 그 증거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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