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베

아르베

저/역자
에르베 부샤르 글, 자니스 나도 그림/ 배블링북스
출판사
산하
출판일
2012. 2. 20
총페이지
164쪽
추천자
오은영(동시・동화작가), 서정숙(그림책 평론가)

도서안내

누구나 태어나고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탄생은 밝고 가볍게, 죽음은 어둡고 무겁게 느낀다. 그 까닭에 죽음이 동화 주제로 타당하냐는 주장들이 있어 왔다. 앞날이 창창한 어린 독자에게 죽음을 미리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엔 죽음도 어린이 삶의 일부분이라 여기는 경향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큰 사건이니까. 기르던 애완동물이나 조부, 친구, 그리고 부모의 죽음 등. 캐나다의 아동소설 『아르베』도 죽음을 다룬다. 아빠에게는 눈부시고 엄마에게는 골치 아픈 계절, 봄날에 아르베 아빠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는다. 자기보다 머리 하나만큼 키가 큰 동생과 함께 집에 돌아온 아르베는 집 앞에서 흰 천으로 덮인 들것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것을 본다. 동네 사람들 모두 아르베와 동생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장례식장에서도 동생과 달리 키가 작아 관 속에 누운 아빠를 볼 수가 없다. 아르베는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 입을 통해서만 아빠의 모습을 듣는다. 봄을 엄마 아빠의 말을 통해 느끼듯 아빠 죽음을 타인을 통해 느낄 뿐 확인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모부가 안아 올려 주자 아빠의 죽음은 현실이 된다. 그 순간부터 아르베는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게 되어가는 것처럼 느낀다. 아르베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 스콧 케리가 점점 작아져 사라지듯. 이 책은 준비 없이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마주친 어린이의 심리 변화를 담담하게 잘 그려주고 있다. 그리고 끝까지 글과 그림이 동등한 관계로 이어지는 특이한 방식을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만화나, 그림책 비슷하기도 하다. 이야기의 시작도 글 없는 그림이 다섯 장이나 이어진다. 엄마 심리나 아르베 모습이 지워지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런 구성은 글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에 비해 독자의 심리적 개입을 폭 넓게 허용한다. 영상문화에 친숙한 요즘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책으로 권하고 싶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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