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

흑산

저/역자
김훈
출판사
학고재
출판일
null.
총페이지
407쪽쪽
추천자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도서안내

『흑산』은 우리의 기대를 두 번 배반하는 소설이다. 좀 더 유명한 정약용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그의 형 정약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과, 주인공인 정약전조차도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정약전이 사학죄인(邪學罪人) 즉 천주교도였기에 흑산으로 유배를 가서 『자산어보』를 쓰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지만, 이 소설은 종교인 이야기도 아니고, 유학자 이야기도 아니다. 그냥 연약하고 누추한, 정약전 주변 인물들 모두의 삶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의 말처럼 ”새로운 삶을 증언하면서 죽임을 당한 자들이나 돌아서서 현세의 자리로 돌아온 자들이나, 누구도 삶을 단념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국가나 종교, 가족을 떠나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이 가장 단순한 일인데, 가장 단순해서 무섭고, 무서워서 어려운 일이라는 전언이 수식 없고 물기 없는 김훈표 문체로 서술되고 있다. 그나마 이 소설에서 가장 따뜻한 말은 정약전이 왜 자신의 책 제목을 ‘흑산어보(黑山魚譜)’가 아닌 ‘자산어보(玆山魚譜)’라고 했는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흑은 무섭다. 흑산은 여기가 유배지라는 걸 끊임없이 깨우친다. 자玆 속에는 희미하지만 빛이 있다. 여기를 향해서 다가오는 빛이다.“ (338쪽) 그래도 소설 제목은 다시, 『흑산』이다. 역시 김훈답다. 정약전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자산어보』(1815)를 완성한 후 흑산에서 1년 후에 죽었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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