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탄생

현대인의 탄생

저/역자
전우용
출판사
이순
출판일
2011. 5. 25.
총페이지
342쪽
추천자
김기덕(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도서안내

먼저 이 책은 참으로 재미있다는 것을 밝혀야겠다. 1945년 해방에서 1950년 한국전쟁 시기 한국인의 질병과 위생, 그리고 치료 과정을 서술한 이 책에서는 한심하고도 불쌍한 한국의 의료 현실이 구구절절 제시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당시 모습을 다소 여유 있게 즐기며 읽을 수 있다. 그것은 현재의 우리 의료 수준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책이 ‘의학’이라는 쉽지 않은 분야를 마치 민중생활사 차원에서 생생하게 전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방 공간은 크게 4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각의 장 제목을 너무 잘 달았다. 예를 들어, 해방은 한국인의 몸과 의식을 갑작스럽게 혼돈 속으로 던져 놓은 사건이었고, 이 혼돈 속에서 세균과 바이러스가 굶주린 채 우왕좌왕하는 군중들 사이에서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치기 시작했다는 의미에서 <미생물도 해방을 맞다>로 제시한다. 당시 성병과 결핵, 마약중독은 ‘3대 망국병’으로 꼽혔다. 이러한 질병과 병리적 현상들은 해방 직후의 사회혼란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 결과 당시는 질병을 범죄처럼 다루던 시대였다는 점에서 제목을 <삶도 죽음도 너무 가벼운 시대>로 달았다. 해방된 지 5년 만에 발생한 한국전쟁은 해방 정국 의료 현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그야말로 질병과 고통의 전시장이었다. 당시는 아주 기초적인 마취약조차 없어 정신이 멀쩡한 환자를 묶어 놓고 톱으로 다리를 절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수술실 양동이에는 동상환자들에게서 잘라낸 손가락, 발가락이 금세 수북하게 쌓였다. 이렇게 재미있는 서술과 절묘한 장절 제목을 붙인 본 책에서 정작 책제목 『현대인의 탄생』은 조금 이상하다. 필자는 이 시기 열악했던 보건의료사를 한국인의 탄생사라는 관점에서 달았으나,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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