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교양강의

장자 교양강의

저/역자
푸페이룽/ 심의용
출판사
돌베개
출판일
2011.2.28.
총페이지
255쪽
추천자
김형철

도서안내

아침부터 등산을 갔다. 여기저기 좋은 경치를 구경하면서 산 위로 올라갔다. 올라갈 때는 힘든 길이지만 정상을 정복하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야호, 외치는 것은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리치지 못했다. 마음속으로는 몇 번이고 환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서 근처 나무 그늘 밑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깜빡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게 너무 좋았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사뿐사뿐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녔다. 그러다 잠이 깨고 말았다. 나무 둥치에 기대어서 침을 흘리고 있는 지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다. 조금 전에 장자인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나비인 내가 지금 장자가 되고 있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이것이 헛갈린다. 문제는 장자는 왜 이런 황당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것일까? 왜 이다지도 철학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같이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어리석어 보이는 질문일까? 물론 장자가 이 차이를 정말 몰라서 물어 보는 것은 아니다. 벌써 물어 본다는 것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묻는 것은 그것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탐구하기 위해서 물어 보는 것이다. 양자 간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생생함이 다르다. 전자가 약간 뿌연 상태라면, 후자는 그야말로 총천연색이다. 시각의 차이만이 아니라 오감이 느끼는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무엇보다도 차이가 나는 것은 장자인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동안에는 “내가 장자인데 나비가 되는 꾸는 꿈을 꾸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좀 전에 나비인 내가 장자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를 물어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결정적 차이다. 그리고 그것은 장자 스스로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이렇게 황당하게 들리는 호접몽 우화를 통해서 장자가 노리는 것은 객관과 주관의 차이가 무엇인지, 더 나아가 그 차이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주관과 객관 사이의 절대적인 구분은 과연 가능한가? 저자는 장자의 꿈 이야기를 프로이트의 꿈 해석과도 연결시키면서 동서양을 넘나든다. 꿈은 현실에서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서 꾸는 것이다. 저자는 가난한 장자가 일반인들처럼 부자가 되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나비가 되서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것을 자유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호접몽을 포함해서 18편의 장자 우화를 소개하면서 덧붙이는 해석은 우리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준다.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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