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문학에 취하다

그림, 문학에 취하다

저/역자
고연희
출판사
아트북스
출판일
2011. 1. 19.
총페이지
355쪽
추천자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도서안내

언제부터인가 그림을 ‘읽는다’는 표현이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그림 속을 읽는다기보다는 그림이 처한 조건과 맥락들, 즉 그림이라는 틀 바깥의 것들을 통해 작품을 보려는 시도를 일컫는다. 하지만 그림 속에 문학적 내러티브가 포함되어 있어서 정말로 그림 안쪽부터 속속들이 읽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옛 그림을 볼 때이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알지 못한 채, 장승업이 그린 <귀거래도> 속에서 쪽배를 타고 가는 선비의 마음을 어찌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겠으며, 이상적에게 쓴 편지글을 모른다면 김정희의 <세한도>는 그저 황량한 나무 세 그루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문학적 모티프를 품은 그림에서 글과 그림의 관계는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 글이 그림과 관계를 맺으면 무엇이 안이 되고 무엇이 바깥이 되는지 뒤섞이게 되는 것이다. 글이란 쓰일 때 이미 당대 사회와 관련하여 어떤 특정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고, 몇 세기가 지나 어느 화가가 그 글의 모티프를 끌어와 그림으로 그렸다면, 그 그림은 다시 새로운 맥락 속에 놓여 또 다른 상징성을 띠게 된다.『그림, 문학에 취하다』의 저자는 그림 속으로 파고들어온 글귀의 의미를 차근차근 끄집어내어 읽어준다. 분명 처음에는 그림의 안쪽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그림의 바깥쪽 맥락을 아울러 읽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묘미라고 할까. 그래서 책의 제목에서 ‘취하다’라는 중의적 표현을 쓴 것이 재치 있게 들린다. 글을 취(取)해 그림을 그리고, 그러다가 흠씬 제대로 취(醉)해 버리는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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