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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공연

윤성진: 2면 / 2시점 2 Faces / 2 Visions

윤성진: 2면 / 2시점 2 Faces / 2 Visions

분야
전시
기간
2026.02.27.~2026.04.04.
시간
-
장소
서울 | 갤러리JJ
요금
무료
문의
02-322-3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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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조각의 ‘평면적 기억’, 회화의 ‘확장된 공간 기억’이 결합될 때, 미술 표현의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 ㅡ윤성진, 작가노트 2025

오늘날 조각은 소재나 표현 기법에 있어서 회화, 설치미술, 퍼포먼스, 영상 등과 혼성적 양식으로 나타나고 이러한 타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공간과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갤러리JJ는 조각가 윤성진의 개인전 <윤성진: 2면 2시점>을 마련하였다. 윤성진은 회화와 조각을 넘어선 공간을 모색하고 동시대 조각의 새로운 경험을 탐색한다. 작가는 전통 조각의 물성과 양감을 최소화하여 회화적 평면을 지향하는 역설적인 접근방식으로, 회화적 평면의 양면을 가지는 추상적 오브제인 ‘2면 조각 (2-face sculpture)’을 제시한다. 그것은 조각 구조에 회화적 경험을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파리에서의 오랜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이후 지난 4년간의 작업들을 모아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로, <접힌 사각형> 등 신작을 비롯하여 그의 작업의 대표적인 ‘2면 조각’들을 소개한다. 전시는 20여점의 공간에 세우는 스탠딩 작업과 벽면을 이용하는 벽 작업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는 그 동안 그가 사유하고 구축해온 특유의 조형 방식과 관람객의 시지각적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세계의 독자성을 조명한다.

윤성진의 추상조각은 기하학적 조형요소 및 서예에서 비롯된 원리와 조형적 감각을 바탕으로, 회화의 평면성과 조각의 구조가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며 현대조각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회화와 표현의 경계가 맞물리는 조형 구조를 가진 그의 작업은 조각이 점유해 온 물리적 공간을 넘어 평면 내부에서 발생하는 공간적 긴장과 감각의 층위를 섬세하게 드러냄으로써 평면과 입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가 ‘회화적 조각’ 혹은 ‘2면 조각’이라 명명하는 작업은 기하학적 추상 구조를 기반으로 하며, 회화와 조각, 설치라는 장르의 경계를 오간다. 하나의 얇은 판 위에 서로 다른 두 회화적 면을 병치하는 방식은 평면과 입체 사이의 긴장을 형성하며, 관람자의 이동과 시선의 변화 속에서 작품이 점진적으로 완성되도록 유도한다. 이로써 작업은 앞과 뒤, 내부와 외부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두 면 사이에서 분위기가 교차하는 또 다른 감각적 공간을 생성한다.

돌이켜보면, 과거에도 예술 형식들은 서로 완전히 닫혀지지 않았다. 오랜 서양 조각의 역사에서 조각은 건축, 회화와 분리되지 않고 상호 작용했으며, 르네상스 이후 이들은 독립하여 자율적 형식을 갖추게 되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식 간의 경쟁이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강력한 방식임을 입증하는 식으로 진전되었을 뿐이다. 현대미술에 이르러 새로운 소재로 질량을 최소화하고 내외부를 연결하여 전통적 조각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나움 가보(Naum Gabo), 사진이라는 매체를 조각으로 끌어들여 조각의 커다란 화두인 평면과 입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권오상 등 조각의 정체성은 끊임없이 도전 받아왔다.

지난 1990년대 초 작가는 과학의 발달로 인한 가치관의 변화와 혼돈의 시대를 표현하고 자연파괴와 인간성의 피폐함을 고발하는 등 표현성이 짙은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은빛 알루미늄판을 자르고 조합하는 등 1970년대 한국미술의 물성 탐구의 계보를 잇는 작업을 하였고, 그의 작업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주관적인 감성과 물성을 중시하는 표현주의적 작업은 어느덧 변화하여 현재의 균형과 이성 중심의 기하학적 추상 형태에 이르게 되었고, 이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20여년 가까운 파리 생활에서 몸에 배인 문화적 분위기와 십자가 형태의 조형작업과의 연관관계, 러시아 구성주의를 비롯한 20세기 초 미술사를 숙고하여 차용하게 된 점,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 자신의 깊숙한 내부로부터 대면한 서예의 조형성에 대한 기억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선, 면, 공간

전시장에 벽과 바닥에 설치된 기하학적 추상 오브제들은 선과 면이라는 조형의 기본 요소들이 평면의 내부는 물론 조각의 구조적 형태로서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절제된 단순한 색채 사용은 형태의 구조적 특징을 강화한다. 작품들은 내부에 뚫린 구멍으로 인해 작품의 내부와 외부의 구별 없이 공간이 연결된 형태이거나 혹은 대부분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각형이나 원들이 반복하고 증식하며 공간 속으로 확장되는 듯하다. 작품은 개별요소보다 전체의 구조적 맥락 속에서 파악된다.

윤성진의 조형 세계를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동양 전통의 수묵과 서예에서 비롯된 획의 조형적 감각과 선(linear)적 행위를 공간으로 끌어내며, 구조주의적 사고와 함께 현대미술사의 차용과 변용으로 과거 역사를 참조한다. 작가는 조각에서 ‘매스를 축소하려’고 지속적으로 고민해왔으며, 서예에서의 필묵과 여백이 만들어내는 내외부공간의 긴장 관계에 주목하여 조각적 구조로 확장한다. 즉, 획의 역동성은 평면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이 가로지르는 공간을 점유하며, 작가는 이러한 붓과 종이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과 궤적을 실제 공간으로 가져와 공간 자체를 하나의 조각적 현실로 만든다.

그것은 서양예술론에서, 조형예술의 근간을 이루며 조각과 회화, 건축을 아우르는 선묘(dessin)의 방식으로 곧 작업은 아이디어와 조형요소들을 공간으로 끌어당기는 ‘공간 드로잉’으로서 공간에서 확장 가능성을 내재하는 ‘열림’의 미학을 보여준다. 좀더 논리를 이어가면, 르네상스 시기 뵐플린(Heinrich Wölfflin)의 구분에 의하면 조각은 곧 선(linear)적인 것이었고, 드로잉의 의미로서의 ‘디세뇨(disegno)’가 강조했던 형이상학적 사고는 20세기초 조형구조를 이성과 질서로 조직하려는 러시아 구성주의 작가들에 의해 기하학적 추상 체계로 확장되었으며 이들은 다시 조각과 디자인, 건축을 통합하려 했다. 실지로 바우하우스를 시작으로 디자인은 기하학적 추상언어를 기능성과 시각 체계로 발전시켰다. 윤성진의 추상조각은 이러한 원리 위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업 가운데 <말레비치에 대한 오마주>가 보인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그의 작업 여정은 조화로운 정신의 조형적 원형, 보편성을 향한 과거 유토피아적 꿈의 또 다른 지평을 여는 일은 아닐까?

조각의 회화적 경험  

전시의 작품들은 마치 바닥에 우뚝 서있는 회화, 벽에 모서리를 대고 직각으로 붙은 회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식물로부터>, <달>, <여인들>처럼 재현적이고 서정적인 제목이 있는가 하며 <접힌 사각형>, <상자들>과 같이 시각적 착시를 유도하기도 한다. 작품들은 그 구조가 마치 하드엣지의 변형된 캔버스나 혹은 회화 지지체의 지표적 기호처럼 그리드를 이루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평면을 연장하면 입체가 되지 않는가. 재료로 사용한 ‘코어합판’은 변형이 없고 가벼워서 물체의 질량을 최소화하면서 입체의 골격이자 그 표면을 회화의 지지체로 내주고 있다. 작가는 잔상이나 그림자와 같은 비물질적 요소를 생각하며 조각의 물성을 최대한 무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이 소재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그가 조각의 물질성에 저항하면서 회화를 끌어들이며 얻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동어반복일 수도 있지만 여러 면에서 생각해 볼 수가 있다. 비가시적인 또 다른 리얼리티의 공간을 찾는 조형적 실험, 회화의 프레임 바깥 공간을 드러내어 이차원 이미지 너머로 회화를 확장하거나 동시에 조각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조각의 회화적 경험의 도입 등···.

전시 제목이자 작품 제목인 ‘2면 2시점’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작업은 회화적 시점을 조각 내에 도입함으로써, 다면적 시점으로 분산되는 전통적 조각의 불확실한 경험에서 벗어나 회화가 지닌 정면성의 단일하고 지속적 시점의 명료함을 조각 구조 안에서 구현하려고 한다. 과거에 회화는 원근법을 통해 3차원의 자연을 평면에 재현하면서 자연에 대한 지성의 우월함을 주장했고 3차원 입체로서의 조각은 재료의 물질성과 공간 점유, 연극성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서로 경쟁적 관계를 맺기도 했다. 윤성진은 이러한 두 매체의 긴장 관계를 조형적으로 결합하며, 회화의 평면성과 조각의 공간성이 만나는 접점을 탐구한다.

그 결과, 조각의 표면이자 회화 평면은 반복되는 프레임의 경계를 넘어 실제 공간에서의 조각적 형태까지 회화로 끌어들임으로써, 조각이 오브제성을 넘어 회화적 인식 속에서 새로운 감각적 깊이를 얻게 하였다. 틀에 의해 전적으로 회화의 내부에 한정되었던 관조적 영역은 물리적 공간 속에서 관람자의 신체 이동과 시간적 경험 속에 놓인다. 이처럼 윤성진의 작업은 회화적 시점을 도입하여 조각적 구조에 회화의 경험을 유도하면서, 회화의 평면성과 조각의 입체성이라는 형식주의의 이분법적 구분을 가뿐히 넘어선다.

글│강주연 Gallery JJ Director


[작가소개]

윤성진 (b.1952)

윤성진은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198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수많은 개인전과 국내외 그룹전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업은 초기의 감성과 물성을 강조한 표현주의적 작업을 거쳐 20여년간의 파리 생활 이후 현재의 균형과 이성 중심의 기하학적 추상조각에 이르렀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시립미술관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윤성진은 기하학적 조형언어를 바탕으로 회화와 조각을 넘어선 공간을 모색하고 동시대 조각의 새로운 경험을 탐색한다. 그의 추상 오브제인 ‘2면 조각’은 조각적 구조에 회화의 경험을 유도하면서 조각과 회화, 설치라는 장르의 경계를 오가고 입체와 평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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