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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준유 : 낯선 중력》

《준유 : 낯선 중력》

분야
전시
기간
2025.09.02.~2025.09.22.
시간
목요일~화요일(12:00-19:00) *매주 수요일 휴무
장소
경기 | 소현문
요금
무료
문의
소현문 070-8121-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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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서문


사랑의 편지는 어떻게 쓰이는가.

그리고, 왜.


만약 내가 아버지에게—1995년 이후 유령이 되어버린 그에게—사랑의 편지를 쓴다면, 나는 내 안을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세밀히 들여다보며, 작은 몸짓이나 웃음, 표정 하나에서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 닮음의 흔적, 기억의 파편을.


세월이 흐르며 연결은 마모되고, 실루엣은 흐려지고, 얼굴은 하얀 얼룩처럼 사라져갔다. 그러나 이제는 나보다 더 젊어진 그 존재가 여전히 내 안에서 힘겹게 밀고 나온다. 기억을 통해, DNA를 통해. 때로는 내가 지나치게 고집을 부릴 때, 어머니의 눈 속에서도 그는 불현듯 모습을 드러낸다.


사랑에는 가까움이 필요하다. 물질이, 중력이 필요하다.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기억하려 애쓴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사랑의 편지는 받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을 더 말해준다. 그를 타인에게 묶어두는 모든 연결을 드러내며, 하나의 닻처럼, 무거운 모루처럼 작동한다.

나는 나를 거쳐 너에게 도달한다.

너를 만진다.

너를 묶는다.



무엇이 우리를 부모와 이어주는가.

낯설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적대적으로 변하기도 한 그들과.

사랑일까.

한때 그들이 서로에게 품었던 사랑일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믿음일까.


그들이 우리에게서 보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분신?

그들의 연속성?

아니면 불멸성일까.



만약 네가 아버지의 반대편 얼굴이라면, 그리고 단지 그 대립만이 너희를 이어준다 해도, 어떤 사랑의 편지를 쓸 수 있을까.

‘낯선 존재여.’


너는 반짝이는 표면 아래 그의 손가락 밑에 남아 있던 기름때를 더듬을 것이다.

네 작업의 가벼움 속에서 그의 노동이 지녔던 무거운 중량감을 찾을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세계.


서로 다른 두 행성.

그러나 같은 별을 도는.


만약 네가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면? 유령으로든, 살로든.

만약 시간을 거슬러 맨 처음부터 다시 잇는다면?


그래서 너는 그가 머물던 행성, 곧 그의 정비소에 발을 디뎠다.

예리한 눈으로 그 언어를 해독하고,

먼지 하나까지 낱낱이 들여다보았다.

그곳과 연결되었고, 네가 온 자리가 바로 이곳임을 알게 되었다.

기름 웅덩이가 거울처럼 반사되며.


과거는 우리를 짓누르는 동시에, 내려놓을 때 비로소 날아오르게 한다.


너는 거인의 발자국과 개미의 발걸음이 다르지 않음을 알았다.

무겁게 눌린 공간 속에는 수많은 유령이 깃들어 있음을 알았다.

죽은 자들의 것, 살아 있는 자들의 것,

몇 밀리초 전의 것, 수십 년 전의 것.

그리고 그 흔적을 따라갈 수 있음을 알았다.

그들이 남긴 자취와 그들이 새겨둔 궤적을.


우리는 그들의 손길의 잔여 속에서 다시 손을 더듬을 수 있다.

우리는 어제에도, 내일에도 함께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너는 그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다.

어둡고 낯선 시공간에 나비들을 불러냈다.

반딧불 같은 작은 빛의 형상들을 어둠 속에 피워냈다.


그곳에 너는 하나의 난간을 세웠다. 어디로도 이끌지 않는.

올라가는지도, 내려가는지도 알 수 없는.

그저 길잡이가 되는.


거기 울려 퍼지는 몇 개의 풍경 소리들.

벽에 드리운 그림자.

네 반영.

유령들의 모습.

혹은 우리의 모습.


그리고 마침내, 타원의 여백.

손댈 수 없는 블랙홀처럼.

소용돌이치는 표면처럼.

하얀 공백처럼. 부재와 결여처럼.


너와 그 사이에, 여기와 저기 사이에 놓인 간격.

혹은 하나의 문.


이제 나는 나비의 날갯짓을 지켜본다.

앉음과 날아오름이 동시에 일어나는.

그리고 내가 눈을 깜빡이는 이 순간, 그것이 열림인지 닫힘인지 알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너는 내 눈을 열어주었다.

(글 알렉산드라 구이으 드 롬, 번역 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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