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글주간] 붓으로 여유를 쓰다, 제3회 광화문 한글 서예휘호경진대회
게시일
201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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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2012 한글주간] 한글, 함께 누리다(1) 붓으로 여유를 쓰다 제3회 광화문 한글 서예휘호경진대회

 

 

세계 4대 문명이란, 황하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이집트 문명을 말한다. 이들을 ‘문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모두 문자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문자는 문화를 일으키며, 지식을 기록하고 계승한다. 문자의 힘은 이렇게나 대단하다. 지난 9월, 세계 각국의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우수학습자들이 한국을 방문했었다. 당시 세종학당 우수학습자 초청회는 성황리에 진행되었고, 많은 외국인 학습자들이 한글을 더 열심히 공부해서 다시 한국을 방문하겠노라고 이야기했다. 한국 드라마와 한국 가수로 인한 한류 열풍은 이처럼 한글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제 한글은 전 세계인의 문자가 되고 있다. 문명을 발생시키고 문화를 이어나가는 힘이 문자라면, 한국의 힘은 한글인 시대가 된 것이다.

 

 

한글주간 2012.10.5.~10.11. 한글,함께 누리다

▲ 2012년 한글주간 ⓒ 2012 한글주간 홈페이지

 

※ 한글주간 :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고 드높이고자 2008년부터 한글날을 앞뒤로 한글주간을 정하여 한글날을 기념하고 있다. 한글 반포 566돌을 맞이하는 올해 한글주간에는 ‘한글, 함께 누리다’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출처 : 2012 한글주간 홈페이지)

 

 

이번 10월 9일은 우리의 문자, 한글이 탄생한 지 566돌이 되는 해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올해로 5년째 한글 주간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의 한글 주간은 10월 5일 금요일부터 10월 11일 목요일까지이며, 주제는 ‘한글, 함께 누리다’이다. 이번 한글 주간에는 전시 마당, 공연 마당, 참여 마당, 학술 마당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행사가 이루어졌다. 특히 한글날을 맞이하기 바로 이전 주말,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제566돌 한글날을 기념하여 열린 ‘제3회 한글 서예휘호경진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었다. 한글을 쓰기 위해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모여 도포를 입고 붓을 잡은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21세기 과거시험장의 모습을 연상시키게 했다.

 

 

 

21세기 과거시험장의 부활

 

 

21세기 과거시험장을 연상시키는 대회 모습

▲ 21세기 과거시험장을 연상시키는 대회 모습 ⓒ원소희

 

 

‘제3회 한글 서예휘호경진대회’의 주제는 ‘서울’이었다. ‘서울’에 대하여 참가자들이 느끼는 생각과 감정, 흥취와 회한 등을 얼마나 잘 표현해 내는가 하는 점이 심사에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었다. 참가 부문은 한글, 전각, 서각, 현대서예 등으로 다양했고 문인화 역시 허용이 되었지만, 모든 참가자는 반드시 한 가지 규칙을 지켜야 했다. 바로 ‘한글만 허용된다’는 것이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하는 참가자는 절대 한문이나 외래어를 써서는 안 되며, 오로지 한글만을 이용해서 본인의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만약 참가 부문이 문인화인 경우에도, 일정량의 한글 문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규칙이 적용되었다. 따라서 모든 참가자들은 대회에 참여하는 내내 한글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서예를 하기 위해서는 한글 자체와 한글 어휘를 생각하고, 한글로 감정을 표현하며, 한글로 글씨를 써내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붓으로 쓰는 손녀와 할머니

 

서예 혹은 휘호라고 하면 보통 도포를 두르고 수염을 기른 서당의 훈장님과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곤 한다. 그러나 ‘제3회 한글 서예휘호경진대회’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령층은 매우 다양했다. 유치원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은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거의 모든 연령의 참가자가 붓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자들

▲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자들 ⓒ원소희

 

사진에서 도포를 입고 붓으로 열심히 한글을 쓰고 있는 한 어린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아이가 쓰고 있는 글의 내용은, 화선지에 가득 차게 쓴 ‘서울’이 전부이다. 그리고 밑에는 자신이 다니는 유치원의 이름을 적고 있다. 서툰 솜씨로 붓을 잡고 있고, 특별한 내용도 없지만 이 아이가 쓴 서예는 여느 전문가의 서예 못지않게 아름다워 보인다.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한글로 열심히 서예를 하는 모습이 참 대견하다. 한편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앉은 할머니의 모습도 눈에 띈다. 정숙하고 고요하게 붓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써 내려가는 손에는 할머니의 수많은 세월과 정성마저 담겨 있는 듯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한글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대회에 참가한 것만큼은 어린 아이나, 할머니나 모두 똑같을 것이다.

 

 

 

붓으로 쓰는 서울

 

다양한 글들을 소개 

▲ 주제 ‘서울’에 대한 다양한 글들 ⓒ원소희

 

‘제3회 한글 서예휘호경진대회’에는 이처럼 어린 아이, 중학생 형제, 할아버지, 외국인, 다문화가정 등 연령과 국적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였다. 다양한 참가자만큼이나, 그들이 말하는 ‘서울’의 모습 또한 다양했다. 어린 아이의 입장에서 서울은 그냥 ‘서울’일 뿐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평생을 보낸 할머니에겐, 서울은 곧 삶의 현장이다. 참가자 각자마다 ‘서울’에 대한 의미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것은 대회 참가 중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에 해당하였다. 어떤 사람에게 서울은 ‘꿈과 희망의 도시’였고, 어떤 사람에게 서울은 ‘함께 웃는 곳’이었다. 또 다른 사람에게 서울은 ‘축복의 터’였고, 다른 사람에게 서울은 ‘찬가가 들리는 곳’이었다. 어떤 사람에게 서울은 ‘함께 만드는 우리의 서울, 함께 누리는 세계의 서울’로 생각되었다. 모두 맞는 말이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 누리고 있는 ‘서울’은 개인마다 다른 의미로 뜻깊다. 한글 역시 그럴 것이다. ‘함께 누리는 한글’은, 한글을 쓰는 사람마다 모두 다른 의미로 뜻깊고 소중할 것이다.

 

 

 

함께 누리는 서울처럼, 한글 역시 함께 누리는 것

▲ 함께 누리는 서울처럼, 한글 역시 함께 누리는 것이다 ⓒ원소희

 

 

 

붓으로 쓰는 인생

 

붓으로 쓰는 한글 글귀가 사람마다 달랐던 것도 같은 이유이다. 서울에 대한 느낌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그 느낌을 적는 글귀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글귀가 다르듯이 한글 글씨체 역시 참가자마다 달랐다. 이는 글씨를 쓰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인생이 붓에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회에 임하는 참가자들의 자세는 한결같이 엄숙했다. 어쩌면 참가자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서울에서 살아간 지난 날들, 서울과 함께 흘려보낸 역사들, 그리고 그 속에서 보낸 자신의 인생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정든 서울. 이땅에 사는 날까지 영원히 행복하리라'

▲ ‘정든 서울. 이 땅에 사는 날까지 영원히 행복하리라.’ ⓒ원소희

 

 

 

붓으로 쓰는 한글

 

컴퓨터 자판, 스마트폰으로만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붓을 잡았다. 붓으로 한글을 쓸 때에는 펜으로 빠르게 써내려 갈 때나, 컴퓨터 자판으로 빠르게 써내려갈 때와는 달리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글을 써내려가야 한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을 가다듬기도 하고, 감정을 절제하기도 한다. 짧은 문자와 인터넷 채팅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붓으로 쓰는 한글’은 잠깐의 여유를 선물하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지쳐간다면, 가끔씩 한글과 붓이 주는 여유를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 누리는 한글’을 위한 대회

 

전우천(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원)

 ▲ 전우천(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원 이사장) ⓒ원소희

 

Q. 한글 서예휘호경진대회에 대해 설명해달라.

A.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3회째 이 대회를 열고 있다. 참가 부분은 크게 글, 그림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한글 서예를 중심으로 하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 경우라도 한글이 15자 이상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서예는 서각, 전각, 현대 서예 등으로 제한은 두지 않지만, 모두 한글로 써야 한다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

 

Q. 주요 참가 대상은 어떻게 되는가.

A. 대회 취지가 ‘함께 누린다, 함께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연령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이 참가 가능하며, 지역 사회의 사람들이 모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글을 모두가 함께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다문화가정과 외국인들도 참여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또한 참가자와 심사위원, 자원봉사까지 모두 자발적 참가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Q. 한글 서예 심사에서 중요시하는 항목은 무엇인가.

A. ‘조형성이 있느냐’, ‘주제인 서울과 내용이 얼마나 맞느냐’하는 부분이 가장 크다. 오탈자 없이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 하는 점이 주요 심사 항목이 된다.

 

 

 

 

대회참가자 김춘임씨

▲ 김춘임씨(54세) ⓒ원소희

 

 

Q. 대회 끝까지 한글자 한글자 정성을 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글 서예 대회 첫 출전인가.

A. 작년부터 참가해왔다. 소풍 오는 기분으로 참가했는데, 한글날을 맞아 대회에 참가하게 되어서 뜻깊고 뿌듯하다.

 

Q. 서예 솜씨가 수준급이다. 원래 붓으로 글씨를 자주 쓰는 편인가.

A. 한 10년 정도 붓글씨를 써왔다. 붓으로 글을 쓰다 보면 연필이나 펜으로 글을 쓸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고는 한다. 펜이나 연필로 쓸 때는 쉽게 자유자재로 쓸 수 있지만 붓으로 한글을 쓰기 위해서는 천천히 신경을 써서 써야 한다. 그 느낌과 여유가 좋아서 붓글씨를 계속해서 써왔다.

 

Q. 붓으로 한글을 쓸 때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 같다.

A. 붓으로 한글을 쓸 때에는 더 또박또박 쓰기 위해 노력한다. 획을 그을 때마다, 꺾임이 있을 때마다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더 천천히 쓰게 된다. 그러므로 붓글씨를 잘 쓰고 싶다면 오랜 기간 연마를 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 점이 한글을 붓으로 쓸 때의 재미이기도 하다.

 

붓으로 쓴 글씨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던 한글의 아름다움은 단지 한글날 하루에만 느껴야 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한글을 읽고 쓰는 5천만 명의 주체적인 사용자 중의 한 명이다. 우리 한 명 한 명이 한글의 보존과 발전을 주도하는 참여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보다 한글을 소중히 여길 때, 한글이 새로운 한류 브랜드로서 새롭게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원소희 대학생기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obod8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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