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 게시일
- 2012.02.01.
- 조회수
- 5732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02-3704-9044)
- 담당자
- 이유진
서울대 김난도 교수, 음악가 양방언, CNN 메인 앵커 앤더슨 쿠퍼, 슈퍼스타K3 우승 울랄라 세션. 겉으로 보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이들 모두가 <백지연의 피플 INSIDE>에 출연했다는 사실이죠. 사회·문화·정치·경제·스포츠·연예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에서 다방면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청춘과 성공 스토리를 듣는 <백지연의 피플 INSIDE>. 프로그램의 제작자인 정해상 PD를 만나 흥미진진한 방송 후일담을 들어보았습니다.
2009.05.12 고품격 인터뷰쇼의 서막이 올라가다
Q. <백지연의 피플 INSIDE>가 시작된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 갑니다. 매회 방송이 끝날 때마다 온라인상에서 많은 화제를 만들면서 꾸준히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듯 보이는데요. PD님이 보시기에 이 프로그램이 3년 동안 잘 꾸려진 것 같나요?
잘 꾸려져간다는 게 어떤 거죠?
Q.(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PD님이 의도하신 대로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냐는 질문이었어요.
프로그램마다 목적이 있어요. 어떤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이 목적일 수도 있고,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 PPL, 즉 돈을 버는 게 목적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이나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는 프로그램이에요. 오늘 녹화하는 걸 보며 느꼈겠지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인사이트(Insight)에요.
▲대한민국 최고의 인터뷰쇼를 지향하는 <백지연의 피플 INSIDE> ⓒTVN
대중이 많이 보지 않더라도 단 한 명이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좌표 속에서 흔들리는 삶을 살다가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지향점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시청률이 잘 나오는 예능적인 요소들은 거의 배제했어요. 인터뷰 방법도 요즘 방식보다는 보다 도덕적이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아주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더라도 보는 사람들은 남는 게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는데, 글쎄요. 아직 완성은 안됐다고 봐요.
Q. 사실 방송 프로그램을 얘기할 때 시청률을 논외로 두기 힘든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요.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방송국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방송국 입장에서도 정책적으로 다양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채널의 방향성을 잡습니다. TVN의 경우 <롤러코스터>, <화성인 바이러스>, <현장토크쇼 TAXI>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주로 내보내고 있어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통찰력이 부족하단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전혀 아니에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종류의 프로그램만 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렵다고 봐요. 이들 프로그램들과는 별개로 희망을 얻을 수 있다든지,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구현해 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그 중의 하나가 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죠. 또 다른 프로그램인 <백지연의 끝장 토론>을 통해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알 수 있을 거고요.
Q. <백지연의 피플 INSIDE>이 다른 인터뷰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요?
요즘 인터뷰 프로그램들을 보면 얼마 전 종영한 MBC의 <무릎팍 도사>가 있고, KBS는 <승승장구>라는 인터뷰 프로그램이 있죠. 이들 인터뷰 프로그램은 인터뷰 자체가 예능화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만일 이들 프로그램에 강제규 감독님이 나왔다고 쳐요. 그럼 보통 ‘강제규 감독에게 원하는 5가지 이야기’를 랭킹 형식으로 구성해서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해요. 하지만 저희 프로그램은 그런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대신 끝날 때마다 질문을 해요. ‘이 땅을 살아가는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그 예죠. 일종의 Signature question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모니터 화면을 보며 꼼꼼히 녹화장을 살펴보는 정해상 PD ⓒ박미래
Q. 프로그램을 보면 자막을 최소화하고 BGM도 별로 없어서 그런지 인터뷰 내용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의도된 거겠죠?
사람이 입으로만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표정도 있고, 눈빛도 있죠. 하지만 요즘은 자막이 넘쳐나는 시대라, 화면이 자막으로 도배되어 있으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자막에 갈 수 밖에 없죠. 그 사람의 표정을 볼 여유는커녕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조차 어렵죠. 어떤 사람이 진정성 있는 말을 하는데 그 진정성의 깊이를 느끼는 게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자막이라는 건 정보전달의 용도로만 쓰여야 한다고 봐요. 특히 인터뷰는 정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최소화하려고 하죠.
Q. <백지연의 피플 INSIDE>는 주 시청자가 케이블이다 보니 20-30대일 텐데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나요?
처음 얘기와 비슷한데요. 결국 세상을 이끌어가는 건 다음 세대니까.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지금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가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갈지도 더욱 중요한 이슈라고 봐요. 하지만 현재 아파하고 있는 20대들이 많으니 그들이 건강해질 수 있게 희망을 제시해주고자 하는 거죠. 애초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젊은이들에게 인사이트(Insight)를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자.‘ 했습니다.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백지연의 피플 INSIDE>. 여태 출연한 게스트들을 나열하면 절로 입이 쩍하고 벌어지죠. ⓒtvN
Q. 인터뷰는 사실 9할이 섭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어떻게 인터뷰이를 선정하나요?
섭외가 가장 힘들지요. 물론 이 프로그램이 지금 가장 핫한 스타를 섭외하는 게 목적이라면 더더욱 어려웠겠죠. 하지만 제작진들은 그런 부분보다는 인터뷰에 응할 사람이 시청자에게 어떤 인사이트(Insight)를 줄 수 있을까를 더욱 중요하게 봅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취지에 맞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다 보니 요즘에는 본인 스스로가 원해 출연하는 분들도 꽤 늘어났어요. 보통 인터뷰 프로그램들은 프로그램 내의 딜이라는 걸 갖고 있어요. 우리 프로그램엔 어떤 사람들이 출연해야 한다는? 하지만 <백지연의 피플 INSIDE>엔 그런 게 존재하지 않죠. 저희가 추구하는 목적 또는 취지에 대해 같이 공감하고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교감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이 프로그램의 인터뷰이가 될 수 있어요.
Q. 최근 방송이 나간 양방언 씨의 경우 외국에서 주로 활동하시는 분이잖아요. 섭외 당시 어려운 부분이 없었나요?
양방언 씨는 국내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작진들이 오래 전부터 연락을 주고받고 해서 모시게 된 경우에요. 그러다가 마침 한국에 올 기회가 생겼고 일정에 맞춰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거죠. 그는 재일교포로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계인의 삶을 살고 있죠. 요즘 양방언 씨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인사이트(Insight)를 나누며 인터뷰이와 시청자가 서로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백지연의 피플 INSIDE>의 든든한 안방마님, 백지연을 말하다
Q. 유독 PD님이 연출한 프로그램엔 백지연 씨가 진행을 맡고 있는데요. (<백지연의 피플 INSIDE>, <백지연의 끝장토론> 뿐만 아니라 지난 여름 <2011 대학토론배틀>이란 프로그램에서도 백지연 씨가 진행을 맡았다.) 백지연 씨와 특별한 인연이라도 있나요?
특별한 인연은 없어요. 굳이 따지자면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웃음) 물론 그것이 이유가 됐던 건 전혀 아니고요. 이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있어 그녀만한 사람이 없어요. 누가 있을까요? 제시해주면 고려해볼게요.
▲백지연 씨와 당일 녹화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 정해상 PD ⓒ박미래
Q. 백지연 씨가 실제로 인터뷰이 섭외도 적극 동참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카메라가 어색한 일반인이 나왔을 때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백지연 씨의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자는 인터뷰이들을 편하게만 만들어선 안 되고 그들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어야 됩니다. 백지연 씨의 경우 26, 7년 동안 앵커생활을 했기 때문에 저널리스트로서 그 만한 공력이 쌓이게 됐죠. 때로는 상대방을 편하게 하지만 어느 순간 상대방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해 시청자들이 궁금한 부분을 시원스레 알려주는 게 앵커의 존재 이유라고 저는 생각해요. 백지연 씨는 이 두 가지를 겸비했다고 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여성 진행자들은 이런 질문자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요. 흔히 사람들은 ‘여성 진행자는 이래야 돼.’와 같은 편견을 갖고 있으니까요. 여성 진행자는 남성 진행자의 보조 역할을 해야 한다던지, 옆에서 방실방실 웃고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대다수죠. 이런 역할 구조가 변할 때가 됐는데 아직 여성 진행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해요. 이런 상황에서 백지연 앵커가 여자 진행자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봐요.
Q. 보통 녹화할 때 백지연 씨가 자유로이 질문하도록 내버려 두는 편인가요?
보통 녹화장에 가면 프롬프터(진행자가 카메라를 보면서 원고 내용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있어요. 근데 오늘 녹화할 때 봤겠지만, 이 녹화장에는 그런 게 없어요.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그런 것들을 사용하지 않고요. 그런 점에서 우리 프로그램은 백지연 씨가 자유롭게 대화를 진행하도록 내버려 둔다고 볼 수 있죠. 왜냐하면 우리는 대본대로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 궁금한 걸 계속 깊게 가줘야 하거든요. 더러 저희 측에서 추가해서 인터뷰이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중계차에서 백지연 씨의 인이어(귀에 이어폰처럼 꽂아 제작진의 전달사항을 들을 수 있는 장치)를 통해 콜을 하죠. 대부분은 대본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인터뷰가 진행된다고 보면 되요.
Q. 백지연 씨에게 최소한으로 주문하는 부분은?
일단은 녹화 전에 스크립트를 보면서 함께 얘기를 나누죠. 녹화가 진행될 때 요구하는 부분들은 주로 마지막 정리하는 부분이에요. 제한된 시간에 녹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20분 내에 끝내야 하니 어떤 것들만 얘기하고 인터뷰를 마무리합시다.”라고 백지연 씨에게 전달하죠. 아니면 가끔 얘기하다보면 어느 한 부분에 대해 너무 깊게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가 시사·보도 프로그램 같으면 곤란하니까 조금 다른 쪽으로, 예를 들면 인간적인 부분에 대해 더 집중해서 얘기하면서 그러한 분위기를 완화시키려고 하죠.
유익함 + 엔터테인먼트 = 교양 프로그램의 미래다
Q. 최근 ‘남극의 눈물’ 등이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다큐멘터리가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효자 장르가 되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나라도 최근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다채널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다채널 시대가 열렸다고 해서 광고시장이나 산업규모가 커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죠.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이 당면한 가장 큰 숙제는 제작된 콘텐츠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코미디류의 프로그램들은 글로벌 시장에 나가기가 어려워요. 드라마 같은 경우도 그 나라의 정서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나라가 있고, 전혀 힘든 나라가 있기 때문에 성공 확률은 불확실하죠. 우리나라 대형 다큐멘터리는 해외시장에서 주목받은 지 이미 오래되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해외 콘텐츠 시장에 선보여야 합니다. 앞으로 제작되는 다큐멘터리, 더 나아가 교양 프로그램들이 이와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어야겠죠.
Q. 사실 시사·교양 프로그램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어요. 이런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맞아요. 다들 ‘다큐멘터리는 어때야만 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전 “왜 그렇게만 만들어야 하죠?”라고 묻고 싶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에서 엄숙하고 지루한 내용의 다큐멘터리만 있냐고 물어본다면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MTV같은 굉장히 캐주얼하고 젊은, 감각적이고 유쾌 발랄한 것들도 많이 만들어요. 즉,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갖고 있는 정형화된 틀이 깨져야 한다고 봅니다. 크라잉넛과 같은 록 밴드를 섭외해서 리얼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또 다른 형태의 재밌는 다큐멘터리물이 나올 수 있을 것에요. 이처럼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있어 앞으로 더욱 다양한 방식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그 틀이 무척이나 협소한 것이 사실이지만요.
Q. CNN의 메인 앵커 앤더슨 쿠퍼가 나왔을 때도 나왔던 질문과 유사한데요. 나에게 있어 좋은 교양 프로그램이란?
TV는 흔히 ‘시간 때우기’용 또는 바보상자라고 불리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교양 프로그램은 TV를 더 이상 바보상자도, ‘시간 때우기’용으로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를 테면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 돈을 내고 영화를 봤는데, 끝난 후 영화관을 나올 때 기분이 나빠져선 안 되는 것과 같겠죠. 돈보다 아까운 게 시간이잖아요. 어떤 사람이 TV프로그램을 봤는데 남는 것도 없고 심지어 재미도 없다면 어떻겠어요. (단호하게) 그러면 만들면 안 되는 거죠.
Q. 앞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교양 프로그램이 있다면?
굉장히 재미있는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을 해요. 보통의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라고 하면 모든 아시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랄까요? 대장금이 아시아를 휩쓸었듯이 굉장히 재밌고도 아시아적인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해요. 유익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다 정도로만 얘기하죠. (웃음)
인터뷰가 끝난 직후 정해상 PD님이 구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어떤 내용일지 더욱 궁금해졌는데요. 제가 살짝 물어보니 아직 기획 단계로 아이템을 절대 공개하실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시청자들에게 매번 따뜻한 감동과 과감한 시도로 유익한 엔터테인먼트 교양 프로그램을 선보였으니 다음 프로그램도 기대 해봐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