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 게시일
- 2011.11.24.
- 조회수
- 5156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02-3704-9044)
- 담당자
- 이유진
지난 16일 명동에 위치한 명동예술극장에서 "2011 명동연극교실"이 진행됐습니다. 7시 반이라는 황금시간대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많은 관객을 이 곳에 불러들인 주인공은 바로 연극인 김성녀 씨였답니다. ‘무대 위의 삶, 세상 속의 삶'이란 주제로 마련된 이 날 강연은 그녀의 예술혼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매월 셋째 주 수요일, 문화예술의 중심지 명동에선 무슨 일이?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명동예술극장의 모습 ⓒ박미래
'2011 명동연극교실'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마다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리는 행사입니다. 명동예술극장은 연극작품들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연극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여 다양한 강연을 마련하였는데요. 여러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무대로 초대하여 연극을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연극인 김성녀 씨는 ‘무대 위의 삶, 세상 속의 삶’이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였는데요. 그녀는 국악이면 국악, 연극이면 연극 다양한 무대에서 최고의 공연을 펼치고 있는 배테랑 배우입니다. 그녀를 얘기할 때 윤문식, 김종엽과 더불어 30년 동안 대중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은 ‘마당놀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죠. 오랫동안 무대를 지키고 있는 그녀는 삼대에 걸친 예술가 집안사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 날 강연에서 김성녀 씨는 선천적으로 배우의 피를 타고난 그녀의 성장과정과 무대 위의 삶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대의 매캐한 먼지 냄새를 사랑한 5살 어린아이
김성녀 씨는 이야기를 시작함에 앞서 최근 진행 중인 연극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공연으로 인해 목소리가 좋지 않음을 밝혔는데요. 그녀는 연극 중에도 기침이 나오면 참지 않고 자연스럽게 극 속에 녹아내며 연기하고 있다고 말해 관객들 모두 그녀의 베테랑적인 면모에 크게 감탄하였죠.
“무대가 제 삶이고 삶이 무대였습니다.”라고 밝힌 김성녀 씨는 그녀의 부모님이 어떻게 만나 결혼하고 자신이 태어나게 됐는지부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한량과도 같았던 아버지 옆에서 가슴앓이를 하며 꿋꿋이 6남매를 키워낸 어머니는 그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이었는데요. 여성국극의 주역으로 이름을 떨친 그녀의 어머니는 야참비를 모아 6남매의 학비에 보탤 정도로 힘들게 자녀들을 키웠다고 합니다. 그렇게 고생하시면서도 한 번도 김성녀 씨 앞에서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신 적이 없었다는 그녀의 강인함을 김성녀 씨가 그대로 보고 배웠지 않았을까 추측케 하였습니다.
자신의 삶 때문에 누구보다 김성녀 씨가 배우가 되는 걸 반대한 어머니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미 5살 때부터 타고난 배우로 주위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오죽하면 그 때 당시 어른들로부터 불여우라는 별명을 들었다고 하는데요. 불여우처럼 굉장히 영악하게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얻은 별명이죠. 어머니가 병을 앓게 된 후 집안의 가세가 기울자 그녀는 동생과 함께 ‘비둘기자매’로 데뷔해 1년 동안 가수생활을 하기도 했던 과거를 수줍게 고백했는데요. 그 때 한창 여성 듀엣 또는 트리오가 나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은 시기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까투리 사냥’이란 곡을 통해 약간의 유명세를 타게 됐지만 여자가수로서 천대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참지 못해 가수 생활을 그만 두고 가야금 인간문화재인 박귀희 씨의 제자로 들어갔습니다.
김성녀 씨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본 박귀희 씨 덕분에 국악을 열심히 배우던 중 우연히 가게 된 오디션에서 지금의 손진책 씨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됐다고 합니다. 당시 ‘한네의 승천’ 연출가였던 손진책 씨는 신인인 김성녀 씨에게 주인공 역을 맡기는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됐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그녀는 연극을 시작하게 됐기 때문에 터닝 포인트와 같은 작품이라고 그녀는 밝혔습니다. 그런 점에서 명동예술극장은 그녀에게 남다른 무대인데요. ‘한네의 승천’을 마지막으로 공연한 곳이기 때문이죠. 우여곡절 끝에 명동예술극장이 다시 문을 열게 되고 재개장식 사회자를 맡게 되었을 때 감회가 남달랐음을 얘기하였습니다.
▲김성녀 씨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관객의 모습 ⓒ명동예술극장
한국 배우는 한국인의 정서를 가져야 한다
“박치 윤문식 씨도 30년 마당놀이를 하고 나니 어느새 리듬을 타더군요.” 가벼운 농담과 함께 마당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그녀에게서 ‘마당놀이’에 대한 그녀의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함께 연기한 윤문식, 김종엽씨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으면서 어떻게 그들이 인정받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처음 마당놀이를 시작할 당시 연극계, 국악계 사람들로부터 “너희는 정통이 아니다.”라는 차디찬 시선을 받으면서도 자신들의 공연에 대해 믿음을 갖고 계속해서 연기한 결과, 많은 관객들이 먼저 인정해주더라는 그녀의 말소리 끝에서 어딘지 모를 벅참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연극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지만 적어도 굶어 죽진 않아요.”라며 환히 웃는 그녀는 타고난 연극인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다
1시간여의 강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직접 김성녀 씨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김성녀 씨의 대표작 ‘마당놀이’와 ‘벽 속의 요정’을 수차례나 본 열혈 팬에서부터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관객들이 질문을 쏟아냈는데요. 자신의 작품을 계속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대해 굉장히 감사해하면서 후배 학생들에겐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답변을 들으면서 관객들은 계속해서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죠.
1시간 30분이란 시간은 그녀의 삶을 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그녀의 연기혼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서서 연극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기대해봅니다.
'2011 명동연극교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http://www.mdtheater.or.kr/home/main.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