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무대예술을 꿈꾸는 젊은이들 주목! 2011 무대디자인 워크숍 및 심포지엄
게시일
2011.10.27.
조회수
6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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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환상의 무대예술을 꿈꾸는 젊은이들이여 주목하라! 2011 무대디자인 워크숍 및 심포지엄


지난 17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 에서 "2011 무대디자인 워크숍 및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국내 무대예술의 발전을 위해 준비한 이 날 행사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하이디 에틴저(Heidi Ettinger)가 등장해 강연을 이끌었다.



브로드웨이의 거장 ‘하이디 에틴저’가 전하는 무대예술 노하우


미국의 유명 무대디자이너이자 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하이디 에틴저는 현재 예일대 드라마 스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뮤지컬 <빅 리버(Big River)>로 여성 최초 토니상을 수상하며 브로드웨이를 장악한 거장이다. <숲 속으로(Into the Woods)>,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과 같은 수십 편의 뮤지컬과 연극으로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 열 손가락이 넘는 프로듀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이 날 하이디 에틴저는 국제 무대예술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참석한 수많은 이들과 함께 호흡했다. 무대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는 국내 20대 학생들이 빈틈없이 자리를 메웠다.


2011 무대디자인 워크숍 및 심포지엄

▲ 워크숍의 원활한 진행과 이해를 위해 참석자 전원에게 동시통역 번역기가 제공됐다.


워크숍 첫 번째 화두는 ‘Secret Garden’이었다. 그녀의 첫 번째 명작으로 평가받는 뮤지컬 <비밀의 화원>은 당시 사회적 반향이 대단했다. 무대예술계에 첫 발을 디딘 새내기 학생들이 선보인 무대는 대성공으로 이어졌고, 하이디 에틴저에게는 첫 여성 토니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겼다. 어린시절 호즈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을 읽고 강렬한 영향을 받았다는 하이딘 에틴저는 <비밀의 화원>이 가진 분명한 감정선과 매력적인 이야기 전개가 무척 마음에 들어 제작을 진행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과 사회상을 주목하라


하이디 에틴저는 단순히 ‘화려한’ 혹은 ‘현란한’ 무대장치에 집중하지 않았다. 시대적 배경과 느낌을 꼼꼼하게 전달하기 위해 스토리가 진행되는 시대적 배경과 당시 식기도구, 조명, 장남감에 관한 리서치까지 진행했다.

 

2011 무대디자인 워크숍 및 심포지엄(ZHIVAGO)ⓒHeidi Ettinger


어린 주인공 소녀의 눈에 비친 세상을 초현실주의적 시각으로 드러내기 위해 독일의 판화기법을 차용, 신비한 비밀의 화원을 연출했다. 또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인 빅토리아 시대에 종이인형이 매우 성행했다는 자료를 이용해 종이를 이용한 인형극 무대장치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그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 속 특히 ‘스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케치는 총체적인 무대기획의 핵심적인 단추


일반적으로 무대디자이너와 프로듀서들은 무대를 기획하며 지속적으로 스케치를 해나가는데 가장 주목할 것은 ‘첫 스케치’다. 제일 처음 본능적인 느낌으로 그린 스케치가 결국은 무대의 성격을 가장 정확하고 명료하게 드러내는 단초가 된다는 것이었다.


2011 무대디자인 워크숍 및 심포지엄(ZHIVAGO, THE ADVENTURES OFTOM SAWYER, THE ADVENTURES OF TOM SAWYERⓒHeidi Ettinger, THE ADVENTURES OFTOM SAWYERⓒHeidi Ettinger)

▲ 하이디 에틴저가 작업한 뮤지컬 작품들의 첫 스케치


하이디 에틴저는 첫 스케치는 최종적인 결과물은 아니더라도 전체적인 영감을 전하고 무대세트의 문제를 푸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고 깨끗한 스케치는 오히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분방한 첫 스케치 선에서 아이디어의 연결고리와 구상방향을 이끌어 나가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비밀의 화원>에 이어 그녀에게 두 번째 토니상 영광을 안긴 작품 <닥터 지바고>는 오직 여성들만으로 이루어진 제작단이 무대를 연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닥터지바고>를 통해 주인공과 음악진, 작가 모두 브로드웨이에서 수상의 명예를 얻었다. 하이디 에틴저는 <닥터지바고>의 스토리가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역사적 관련 지식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무대 연출 전 기획에만 오랜 시간을 쏟았다. 많은 등장인물이 하나의 세계에서 다양한 가치관을 보다 매력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러시아는 당시 철제 산업구조와 철도, 터널 등의 상징적인 무대 장치를 필요로 했다. 그녀는 등장인물들이 접촉하는 소품과 가재도구 하나하나를 세심히 신경 썼고, 억센 군대 문화와 겁먹은 소시민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였다. 무대장치와 배경에는 러시아 구상주의 미술이 투입됐으며 러시아 프로파간다에 대한 조사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2011 무대디자인 워크숍 및 심포지엄

▲ 하이디에틴저가 기획한 실제 무대장면 ⓒHeidi Ettinger


그러나 여성으로만 팀을 구성해 무대를 연출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무대 흥행은 성공적이었으나 팀의 협력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성 스텝들은 서로를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했지만 개선을 위해 쓴 소리를 하는 것은 어려워했다. 여성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지적을 꺼리는 성향은 평화롭고 행복한 작업 분위기를 만든 반면 결과적으로는 무대의 발전을 더디게 했다는 것이다. 서로를 배려하기만 한 결과, 작곡가에게 좋지 않은 노래를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도 무척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녀는 평화로운 작업 분위기 보다 오히려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작품의 질을 높이고 무대를 개선하는데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닥터지바고>가 첫 시즌 공연 후 20-30분 분량의 내용과 노래를 삭제하고 무대에 올랐을 때 훨씬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누군가는 자신이 노력한 부분이 삭제됐다며 슬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훌륭한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매 공연마다 스스로 새롭게 태어나야 진정한 프로듀서


하이디 에틴저는 “무대디자이너는 각각 작업을 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자아로 태어나야 한다” 며 과거 <허클베리핀>과 <톰소여의 모험> 무대를 맡았을 때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허클베리핀>과 <톰소여의 모험>은 말썽쟁이 10대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서 모험을 한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와 흐름이 비슷하다. 그녀는 “비슷한 무대 <허클베리핀>을 해봤다고 <톰소여의 모험>을 쉽게 생각하고 거기서 안주했다면 <톰소여의 모험>은 결코 수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2011 무대디자인 워크숍 및 심포지엄

 

톰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과 소년들이 노는 공간 연출을 위해 실제 10대들의 놀이문화와 습성에 관해 치밀한 리서치를 진행했다. 소년의 집착과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그래픽, 미술양식을 연구했고 미국의 포크아트를 접목시켰다. 동굴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의 위태한 모습과 당시 무법천지던 미국의 법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이미지 차용에도 공을 들였다.



먼저 움직이고 먼저 도전하는 자가 무대를 이끈다


하이디 에틴저는 무대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 학생들에게 “절대로 누가 고용해주기까지 기다리지말라” 고 거듭 강조했다. “누군가 제작을 맡아 달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다간 결국 어떤 무대도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못 박았다. 그녀는 “나 역시 스스로 제작하고 직접 기회를 만들어 나가며 시작했고 여기까지 올 수있었다” 며 “시대는 수동적인 사람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한 시간 반 동안 진행 된 워크숍은 이 후 무대미술을 전공하는 수많은 학생들과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현정아(26)씨는 “무대디자인의 거장인 하이디에틴저가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어떻게 무대를 발전시켰고 그 이면에 어떤 사고가 담겨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며 “훌륭한 무대 연출을 위한 귀중한 접근법을 전수받았다”고 말했다.


2011 무대디자인 워크숍 및 심포지엄

 

문화예술위원회 ARKO 오광수 위원장은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는 예술가는 물론 관객들에게 무대예술의 다양한 흐름을 보여주는 소통의 장”이라며 “앞으로도 예술분야의 세계적인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회 배경지식에 대한 꼼꼼한 습득력과 관찰력, 샘솟는 아이디어와 반짝이는 창의력으로 미래의 무대 기획을 이끌어 갈 한국의 디자이너들을 기대해본다.


 

문화체육관광부 박미영 대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조형학부 vv-ato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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