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를 향한 무한사랑! 허구연 프로야구 해설위원을 만나다!
게시일
2011.10.06.
조회수
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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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이유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한국야구의 문제, 인프라! 인프라! 인프라!" 허구연 프로야구 해설위원


“기멘수 선수, 씨리볼까지 잘 참았습니다. 루헨진 선수를 만나 잘 싸우고 있습니다.(김현수 선수, 쓰리볼까지 잘 참았습니다. 류현진 선수를 만나 잘 싸우고 있습니다)” 경상도식 발음은 왠지 야구 경기를 볼 때 익숙하다. 정확한 분석과 구체적인 상황설명으로 허구연 야구 해설위원은 야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 야구는 물론 한국 체육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완벽한 중계는 없다!


허구연 해설위원의 경상도 발음은 인터넷에 어록으로 남을 만큼 개성이 강합니다. 독특한 발음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지만 해설위원으로서 고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경남 진주 출신이어서 경남 서부의 말씨가 남아있어요. 그렇다고 발음문제로 특별히 힘들었던 적은 없어요.(웃음) 한국에 야구해설위원의 개념이 없을 때 제가 처음으로 연봉을 받으며 시작했기 때문에 발음교정 같은 준비가 부족했었죠. 당시에는 요즘 아나운서 학원처럼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었거든요. 이젠 아예 말씨가 굳어서 고칠 수도 없어요.(웃음) 후배 해설위원들은 이제 정확한 발음을 구사해야겠죠.


허구연 해설위원의 저서 <허구연의 야구>에서 “완벽한 중계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스포츠 중계 해설은 매 순간 일어나는 상황을 시청자에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의미 있는 말을 해야 하죠. 약 3시간 반 동안의 중계를 하면서 규칙, 용어, 상황판 등을 늘 완벽하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래서 늘 중계가 끝나고 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많아요. ‘아!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하고 말이죠. 이런 고민은 아나운서도, PD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그래도 후배들은 허구연 해설위원에게 “허술해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하신 성격이신가요?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하면 먼저 메이저리그 경기와 뉴스를 모두 봅니다. 오후에 헬스를 하고 저녁에는 일본프로야구와 한국프로야구를 보면서 자료를 수집합니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중계 중에도 실수를 최소화 하려고 늘 준비하고 되도록 말썽이 생길만한 일은 안하죠.  무엇보다도 성격자체가 스스로 실수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심지어는 술자리에서도 실수하겠다 싶으면 자리를 피하기도 합니다.


해설위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프로야구 해설은 프로야구 출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순간의 경기 상황을 읽고 시청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이런 판단력은 경험에서 나오거든요. 공부를 많이 하고 수치에 능하더라도 아마추어에게는 한계가 있어요. 해외 야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감독 출신이 거의 야구해설을 하고, 미국도 감독이나 슈퍼스타 출신 선수들이 해설을 합니다.

 

허구연 해설위원



허구연 해설위원의 한국 야구를 향한 쓴소리!


허구연 해설위원은 국내 1호 야구해설위원이다. MBC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기 시작했고 한국야구에 뿌리박힌 일본식 용어를 순화시켰다. 허구연 해설위원의 중계는 팬들에게 호불호가 분명히 나뉘는 편이다. 분석적인 야구 중계로 사랑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솔직하게 쏟아내기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는 팬들도 있다.


허구연 해설위원의 ‘쓴소리’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유명합니다. 예전에 쓰셨던 칼럼 중 야구선수들에게 “예의가 먼저다”라는 말로 꾸짖으셨죠?

한국체육의 가장 큰 문제는 뛰어난 선수는 많지만 존경받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체육인이 사회에서 저명인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예의와 교양을 갖추고 기부 같은 사회활동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체육으로 편향된 교육을 받아 ‘우수한 기능인’으로 그치면 안되는 거죠. 미국의 커트실링이 9·11사건 당시 글을 올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처럼 사회적으로 공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이나 일본 선수들에 비해 한국 선수들은 연봉 협상구조가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선수와 구단사이의 ‘연봉조정신청’에 대해서는 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연봉조정신청을 하면 선수가 거의 지는 상황이죠. 물론 KBO의 심사위원 구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선수들 자체도 준비가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갈등은 늘 존재합니다. 어떻게 공존하느냐가 관건이죠. 극한적인 대립에서 서로 대화를 하지 않으니 아쉬울 뿐입니다. 저는 일단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야구의 시장을 키워서 프로야구의 적자구조를 해결해야 하죠. 이 방법이 결국엔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야구는 날이 갈수록 인기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적자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30여년간 한국야구계에 몸담고 있었지만 현재 수익구조로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구단을 통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경기장을 지어주고 프로구단에게 운영권과 광고권을 넘겨줘야 합니다. 구단 수익의 일정부분을 지방자체단체에 내야하는 지금 상황은 걸그룹 소녀시대를 초청해놓고 무대사용료를 내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격이죠. 한 경기에 수만명이 모이는 프로야구는 그 지역의 큰 축제이자 훌륭한 공연이라고 할 수 있죠. 잠실은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합쳐서 총 133경기(정규리그)가 열려요. 구단은 133번의 공연을 해주는 거죠. 뉴욕양키즈는 2조를 들여 경기장을 짓고 사용료로 10달러만 받아요. 야구 경기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공연’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좌)이경문 다이노스 초대감독 (우) 고 최동원감독



9구단이 창설되면서 NC다이노스가 기대가 됩니다.

좀 전에 이야기 한 측면에서 창원시가 경기장의 운영권과 광고권을 구단에게 넘겨준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야지만 유능한 CEO가 구단을 활성화 시킬 수 있죠. 바로 야구계의 파이가 커지는 일입니다.


이 기세에 힘입어 10구단 창설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프로야구 수준의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10구단은 생겨야겠죠. 현재 고교 야구 선수중에 약 10%정도만 프로구단에 입단합니다. 선수들은 은퇴 후 갈 곳이 없는 상황이죠. 얼마전 돌아가신 故 최동원 선수도 무직이었습니다. 일시적으로 프로야구 수준의 저하는 어쩔 수 없지만 외국인 선수 영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일본 프로야구와 자주 비교가 됩니다. 한국의 프로야구가 일본을 따라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일본의 프로야구는 양적으로 팽창해 있고, 시설 면으로 우리보다 앞서는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단일 팀 간의 성적은 우리가 뒤지지 않아요. 그만큼 한국야구가 많이 성장했다는 뜻이죠. 국가대표 간 경기를 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선수층이나 인프라 수준을 따라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우선, 중고등학교 야구팀이 많이 생겨야 해요. 현재 한국의 교육은 학력평가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야구팀을 학교에서 꺼리게 되요. 운동선수 때문에 학력수준이 떨어질까봐 우려하는 거죠. 제도적인 개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인프라! 인프라! 인프라! 인프라!

주요 스포츠 경기는 물론 문화 공간으로도 활용되는 도쿄 돔

▲ 주요 스포츠 경기는 물론 문화 공간으로도 활용되는 도쿄 돔


‘허프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야구 인프라 시설 확충을 강조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른 문제도 많은데 굳이 인프라 확충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구 야구장의 경우 만석일 때 약 1만명이 최대 수용인원입니다. 즉 매 경기 표가 매진이 되어도 한 시즌에 67만이 최대관중이죠. 잠실을 기반으로 하는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는 모두 1백만 관중을 넘겼는데 비교가 되는 수치입니다. 삼성라이온즈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입니다. 프로야구는 1주일에 6일 동안 경기를 할 수 있고, 공수 교대 간에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도 유리합니다. 인프라만 구축된다면 이런 장점들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고 천만 관중은 금방 돌파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야구장 흙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돼 논란이 됐습니다.

올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게임은 계속 해야겠죠. 포스트 시즌하기 전까지 교체해야 할 것입니다. 스포츠 행정당국은 순환보직 시스템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별로 없어요. 경기장 시설은 시의회가 정하는 ‘스펙’이 있어야합니다. 좌석 수, 체형을 고려한 좌석 간 간격, 배치를 의회를 통해 엄격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프라 구축은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시 행정으로 불필요한 공항, 항구 짓는 데 돈 들이는 것 보다 ‘스포츠의 공연장’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복지’가 우리 정치계의 화두입니다. 진정한 복지 정책은 병원에 가기 전 건강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바로 생활 체육이죠. 국민 복지의 일환으로 체육시설에 투자해야 합니다. 국내에는 돔구장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돔구장은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로도 활용할 수 있거든요.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야구를 할 수 있다면 MLB 선수들도 초청하고 WBC도 개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자주하는 말로 부산 사직구장은 ‘세계 최대의 노래방’이라고 합니다. 만원 남짓한 돈으로 5~6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으니 시설이 좋은 야구장은 국민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얼마 전 강진 베이스볼 파크에 경기장 1면의 비용을 기부하고, 캄보이다 야구 지원, 고교 야구 장학금 지원 등 적극적이 ‘야구 전도사’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개인이 하기엔 쉽지 않은 일인데요.

사람이 사는 데 목표가 있죠. 저는 돈, 권력, 명예 중 다 가질 수는 없고 명예를 쫓기로 했습니다. 저는 운동하면서 먹고 살만큼 되면 부를 축적하기 보다는 기부하는 게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왕이면 제가 속한 야구계에 하고 싶었구요. 국내, 국외 하나씩 야구장을 짓기로 했죠. 그 결과 국내는 강진, 국외는 캄보디아가 됐어요. 장학금 지원은 10여년 전  고교야구 감독들이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아 구속되면서 ‘학원 스포츠 비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어요. 후배 야구인들에게 “돈에 집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 시작한 활동입니다.


강진 베이스볼파크의 허구연 필드

▲ 강진 베이스볼파크의 허구연 필드ⓒ스포츠 춘추


얼마 전에는 베트남에도 다녀오셨는데, 이번에도 ‘야구 전도사’ 역할인가요?

베트남은 이번에 야구 협회를 만들고 동남아시아 게임에 출전해요. 호치민시에 야구장을 지어 주고 국가대표 유니폼도 맞춰주기로 했습니다. 얼마나 큰 외교적 효과가 있겠습니까? 한국은 아시아 야구 회장국이자 강국이에요. 그러고 보면 한국은 참 얌체이기도 하죠. 회장이면서 아시아 야구를 위해서 한 일이 없거든요. 앞으로는 아시아 야구를 위해 한국이 역할을 할 때가 됐습니다.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가요?

저는 해설하는 게 제일 좋아요. 또 대외업무나 홍보활동을 통해 한국야구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우리 야구계에 이바지 하는 것 아니겠어요?(웃음)


"저는 해설하는 게 제일 좋아요. 또 대외업무나 홍보활동을 통해 한국야구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우리 야구계에 이바지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치명적인 부상으로 아쉽게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지만 야구에 대한 그의 열정은 부상도 막지 못했다. 결국 그는 해설위원으로서 30여년간 한국야구에 이바지했다. 그리고 지금도 허구연 해설위원은 야구는 물론 한국 체육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다. 소매를 걷어 올리고 수첩과 볼펜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은 이번 주 야구중계를 또 기대하게 만든다.


문화체육관광부 조병휘 대학생기자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kurenaib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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