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 게시일
- 201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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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81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02-3704-9044)
- 담당자
- 이유진
지난 28일 와룡동에 위치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1층 강당에서 9월의 문화강연 프로그램이 열렸다. 이 강연을 맡은 김상근 연세대 교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부제: 350년 동안 세상을 지배한 메디치 이야기)이란 주제로 어떻게 메디치 가문이 시대를 이끌어갔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그 비결을 제시하였다.
메디치 가문이 없었다면 지금의 피렌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상근 연세대 교수는? - 연세대학교 신학사 BA -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박사 Ph.D. - 현,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교수 - 대표저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르네상스 명작 100선> 등 다수 |
강의를 시작하기 전, 김 교수는 피렌체의 유력 가문이었던 메디치 가문을 통해 오늘 주제를 풀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후 이 가문이 이룩한 업적과 배출한 대표적인 인물들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뒤에 등장할 카테리나 데 메디치로 인해 여성용 바지가 등장하고 하이힐이 크게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 갈릴레오 갈릴레이 같은 이들이 메디치 가문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사실에 대해 언급하자 강당에 모인 사람들 모두 메디치 가문에 대한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거렸다. 중산층 신분에서 시작한 메디치 가문이 어떻게 15, 16세기의 유럽을 호령할 수 있었을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메디치 가문의 "억" 소리 나는 파란만장한 역사에 대한 간략한 요약이 끝난 후, 김 교수는 이 날의 주제인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메디치 가문이 어떻게 350년간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는지를 네 가지 방법으로 요약했는데 다음과 같다.
1. 이 손가락을 보라.
이 방법과 관련해서 김상근 교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성 세례 요한>의 작품을 소개했다. 성 세례 요한을 묘사한 다른 작품과 달리 왜 이 작품에서 성 세례 요한이 하늘로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이야기를 출발했다. 김 교수는 원래 나폴리 출신의 해적이었던 교황 요한 23세가 메디치 은행의 첫 고객이었으며, 그 인연이 가톨릭 대분열 시기 강제 퇴위 당했던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가 “메디치 가문의 의리에 감동한 교황 요한 23세는 임종 때 성 세례 요한의 손가락을 건넸다고 합니다.”란 말을 하며 실제 손가락 사진을 보여주자마자 강연을 듣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김 교수는 그 손가락을 받은 메디치 가문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시켜 앞서 말한 그림을 그리게 했으며, 그 그림이 메디치 가문의 신의를 상징하는 것임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정리하였다.
2. 정면돌파의 모범을 보여라.
이번에 소개된 그림은 산드로 보티첼리의 <팔라스와 켄타우로스>이었다. 김 교수는 1478년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메디치 가의 세력에 위협을 느낀 교황청과 나폴리 국왕은 ‘파치가의 음모’를 꾸몄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에서 살아남은 로렌초 데 메디치가 자신 때문에 위기에 처한 피렌체를 위해 홀로 나폴리 국왕을 만나러 떠나며 피렌체 사람들에게 남긴 편지를 보여주며 “이 때 배를 타고 피렌체에서 나폴리로 가는 로렌초가 뭘 했을까요? 전략을 짜고 있었을까요? 아님 제발 살려달라고 기도하고 있었을까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태닝하면서 나폴리로 갔다고 전해진다고 하자 다들 그의 배짱에 혀를 내두르는 표정이었다. 이어 그는 ‘9.11 테러’ 당시 조지 부시의 사진을 보여주며 로렌초 데 메디치의 편지처럼 조지 부시가 사건 현장에 나타나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는지 밝혔다.
3. 인내하고 때를 기다려라.
강연을 듣는 사람들이 가장 재밌어했던 세 번째 방법은 ‘진정한 메디치 가문의 딸’로 불리는 카테리나 데 메디치의 일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녀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계속해서 읽고, 노스트라다무스에게 의지하여 프랑스에서의 힘든 결혼생활을 버텼다고 한다. 그녀를 내팽개쳤던 남편 앙리 2세가 죽자 그녀는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대신 지극히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고, 그 결과 아들 4명을 모두 왕위에 앉혔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김 교수가 여성 공직자들에게 우상으로서 손색이 없는 인물이지 않느냐고 묻자 너나할 것 없이 다들 크게 공감하는 눈치였다.
4.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져라.
16세기 이후 점차 쇠퇴한 메디치 가문은 여러 가지 위기를 겪은 뒤 시민들로부터 떨어져서 지내고자 했다. 그들은 심지어 위급한 상황 때 쓰기 위해 따로 비밀통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처음 메디치 가문을 일으켰던 코시모 데 메디치가 원했던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져라’는 뜻은 그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항상 당나귀를 타고 다녔던 코시모 데 메디치는 그의 후손들이 대중의 시선을 피해 다니는 게 아니라 대중과 함께해서 특별한 취급을 받지 않길 바랐던 것이다.
문화강연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다
이번 강연은 메디치란 한 가문의 일대기 이상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 유익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메디치 가문처럼 지혜롭고 현명하게 세상을 이끌어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