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 게시일
- 2011.09.02.
- 조회수
- 5138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02-3704-9044)
- 담당자
- 이유진
문화체육관광부는 젊은 인재 발굴과 건축 산업 발전을 위해 지난 2008년 이래로 매 년 ‘젊은 건축가 상’을 재능 있는 건축가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올 해에는 총 18팀이 참가하여 열띤 경쟁을 펼친 끝에 3개 팀이 선정이 되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젊은 건축가. “건축물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을 제외하고는 건축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라며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집을 짓는 건축가 박인수씨를 만나보았다.
사람을 생각하는 젊은 건축가 박인수
Q. 2011년 ‘젊은 건축가 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 일단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큰 상을 받은 것에 대해서 매우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할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건축가로써 좀 더 책임감 있는 일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더 노력을 해야겠죠.
Q. 건축가가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보통 한국에서 직업을 대학교에서 선택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건축 같은 경우는 ‘내가 건축가가 되겠다.’ 고 생각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대학교에 가더라도 정보가 많이 없기 때문에 어린친구들이 쉽게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는 편이죠. 그래서인지 잘 훈련된 건축가가 나오기도 쉽지 않은 것 같고요. 저는 대학에 와서 여러 좋은 분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건축에 잘 맞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별 흔들림 없이 쭉 건축가의 길을 걸었던 것 같아요.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갈등하고 고민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었는데 저는 정말 운이 좋게도 좋은 선생님을 비롯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건축가의 길을 갈 수 있었죠.
Q. 주변에서 좋은 조언을 얻더라도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어려운 일인데 ‘건축이 내 일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했던 특별한 경험 또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대부분 대학을 선택할 때에는 부모님과 상의를 해서 선택을 하지 않습니까? 저도 마찬가지로 대학에 진학할 때 부모님이 원하시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다른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대학시절 내내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에게 제가 잘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껴서 스스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학생공모전도 2학년 때부터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는데 그 때마다 큰 상은 못 받았는데 또 떨어지지도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재미를 느꼈고 저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Q. 그렇다면 건축이라는 것 역시 창작활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건축물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저는 조금 다른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건축을 통해서 메시지를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건축은 일반 문화예술하고 다른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실제 상황입니다. 사람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그런 실제죠. 지금도 우리가 건물 안에 있지 않습니까? 이에 반해서 음악, 영화 등은 미디어를 통해서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연히 다르죠. 건축은 사진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니에요. 건축은 표현하거나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입니다.
건축은 인생의 배경
Q. 그렇다면 건축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건축은 실제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즉, 인생의 배경이에요. 인생의 배경이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사람에 관한 얘기로 몰릴 수밖에 없어요. 모든 사람은 건물 주변에 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표현 한다기보다는 건물과 사람이 친해질 수 있는 그런 건축물? 그런 것을 원합니다. 그리고 제가 무엇을 표현하고 또 그 건축물을 의미를 가진다고 해도 사람이 안 좋아하면 그건 좋은 건축물이 아니겠죠(웃음).
Q. 그렇다면 건축을 하실 때 최우선적인 가치로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용하는 사람들, 편리성이라고 표현할 수가 있겠네요. 그런데 사실 생활이라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 단순하지가 않아요. 굉장히 복잡한 게 삶이거든요. 그러므로 건축물이 편리하다고 얘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죠. 예를 들면 공장을 생각해보면 정말 편리하지 않나요? 최고로 기능적이죠.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인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가 없죠.
거기에 다른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제가 계속해서 하고 있는 생각과 작업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건축에서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사람이 없다면 조각과 다른 점이 뭐가 있겠어요.
Q. 건축가도 많은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을 것 같습니다. 박인수 건축가님이 영감을 얻으시는 특별한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영감’이란 책이 있기도 해요. 신기한 것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 책들을 보기도 하는데 굳이 영감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주변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생각이죠. 관점을 다르게 해서 생각을 해보는 거예요. 예를 들면 집을 마련할 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야지만 집을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하시죠. 그런데 집을 지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실제로 단독주택을 짓는 것이 더 저렴할 수도 있고요. 문제는 어떠한 식으로 노력을 하느냐 인 것 같아요. 그런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영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건축은 실제입니다.” 박인수가 말하는 건축
Q. 지금껏 작업한 건물 중에 가장 기억나는 건물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지은 건물이 제일 기억에 남죠. 은사님과 함께 평창동에 주택을 지었는데 꽤 고급주택이었는데 그 때 정말 많이 배웠죠. 그 때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현장 옆에 오두막을 지어서 사무실로 사용했는데 거기서 도면을 그리면 바로 옆에서 시공하시는 분들이 작업을 했었죠. 요즘은 멀리 떨어진 사무실에서 도면을 그리면 멀리에 있는 시공자가 시공을 하는데 사무실이 가까이 있으니깐 바로바로 수정을 할 수도 있고 시공자의 질문에 대답도 할 수 있었죠.
Q. 사회에서 건축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참 좋은 질문이네요. 역사를 보면 건축가가 서양에서 왕의 궁을 짓거나 교회를 짓는 사람들을 지칭했었어요. 점차 사회가 분화되면서 각종 직종들이 발생하면서 건축가란 직업이 생긴 것이지요.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인 가장 큰 과업은 역시 건축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에요.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주거문제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건축가들도 노력해야 하고 제도적인 문제점들도 차차 고쳐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Q. 심사위원으로부터 “재료 사용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치열하게 작업 완성도를 높였다”라는 평을 받으셨는데요. 재료를 고르는 남다른 감각 혹은 방법이 있으신가요?
프레젠테이션 때 사실 제가 많은 재료를 보여드리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죠(웃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료보다는 기술, 기술보다는 과학입니다.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데 그런 것들이 도구가 되어야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 도구들을 잘 활용해서 사람들이 편리하고 행복한 건축물을 만들겠다는 것이 저의 기본생각입니다. 그러다보니 새로 나온 기술이나 과학 등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 연구도 해보고 생각을 해보니깐 몇 가지 특허도 냈고요. 아직은 건축에 적용되는 것은 아닌데 그런 것들이 건축에 적용이 되면 좀 더 좋은 건축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박인수 건축가님에게 건축은 무엇인가요?
제가 하는 일이 주로는 다른 사람들이 살 집을 짓는 것이에요. ‘건축은 인생의 배경이다.’라고 아까 말씀드렸죠? 마찬가지로 저에게도 건축은 저의 인생의 배경이자 인생과도 같아요. 이미 저의 삶은 건축과는 뗄 수가 없게 되어버렸거든요. 꿈이 없던 청년이 이제 꿈을 갖고 걸어가는데 함께 해주는 인생의 동반자라고 할까요?(웃음)
▲ 박인수 건축가가 만든 인생의 배경들
Q. 건축가가 되기를 지망하는 고등학생 혹은 대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고등학교에서 직업을 선택한다는 거 자체가 가혹할 수가 있어요.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건축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오랜 기간 수련하고 경험해야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분야지요. 또 건축가로써 성공하기 위해서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건축계에 한 획을 긋겠다’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또 건축이라는 게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일이 아니에요. 그 뒤에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엮여 있거든요. 금전적인 부분도 크고요. 이런 부담을 떨쳐내고 효율적으로 이 모든 작업을 관리하며 수행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을 보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런 각오를 할 필요가 있죠.
박인수 건축가는 “건축가는 음악에 있어서 악보와 같이 건축을 위한 소프트 웨어를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며 건축가에 역할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훌륭한 음악이 좋은 악보에서 나오듯이 좋은 건축물을 위해서는 좋은 도면, 좋은 기획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차이를 좁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차이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없다.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젊은 건축가 박인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